“정문 하나에 14억? 장성군청 ‘골든게이트’ 혈세낭비”

  • 등록 2021.04.07 13: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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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청 정문, 신축 2년 만에 준공
‘미디어 파사드’ 형태로 대형 정광판 설치
‘옐로우 시티 장성’ 랜드마크 홍보에도
“군청 앞에 황금빛 정문이 왜?” 반응 싸늘
“주변과 부조화, 예산 투입 과했다” 지적도

 

[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전남 장성군청 청사 앞 정문이 14억 이라는 막대한 예산으로 세워졌지만, 화려한 외형만 돋보이고 장소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사의 정문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군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장성군이 정문 신축을 위해 투입한 14억 중 대부분이 출입구 확대와 같은 실용적 목적보다는 전광판 설치나 디자인 부분에 큰 비중으로 할애된 점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장성군청은 지난 2일 골든게이트 준공 보도자료를 내고, 군청 정문이 옐로우 시티 장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랜드마크(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로 태어났다고 홍보했다.

 

장성군청에 따르면, 이 정문은 29m, 높이 7.7m, 최대너비 5.4m이고, 황룡강 전설에 나오는 황룡의 두상을 곡선 형태로 형상화했다.

 

정문의 골조 및 디자인에 6억6000만 원, 전광판 설치에 7억4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총 14억 원이 투입된 것이다.

 

추진된 지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장성군청 정문의 이름은 ‘골든게이트’. 우리말로 옮기면, 황금빛 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이 정문은 화려한 황금색 디자인 ‘미디어 파사드’ 형태로 표면에 컬러 화면이 송출되는 대형 LED 판넬이 시공되어 있다.

 

미디어 파사드란, 정보 전달 매개체라는 뜻의 ‘미디어’와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가 결합된 용어로 장성군청은 지자체 청사 정문에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홍보했다.

 

평범한미디어가 5일 장성군청 정문을 찾아가보니, 골든게이트는 예상보다 훨씬 웅장했다. 골든게이트 주변에서 4층 건물인 장성군청을 바라보면, 평범한 청사 건물이 작고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장성군청은 이 정문에 설치된 LED 판넬을 통해서 장성의 관광명소와 각종 생활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민들은 “군청 앞에 이렇게 크고, 화려한 정문이 설치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따금 민원 신청이나 행정 업무를 보기 위해 이곳 정문을 지날 뿐인데, 과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웅장한 정문을 군청 앞에 세우는 게 적합한지 던지는 의문이다.

 

지역의 공공미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작가 A씨는 “장성의 랜드마크로 보기에 여러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보인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씨는 “장성군이 정문에 의미를 부여한 내용에 비해서 조형미나 장소성이 적합하지 않다”며 “랜드마크라는 의미만을 부여해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공기관 정문이라는 특성에 맞는 실용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웅장하고 화려한 골든게이트와 실용적이고 단순한 청사 건물 사이의 부조화다.

 

 

또한 장성군청 정문 공사에 지나치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해 혈세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오주섭 사무처장은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시국에 서민들은 고혈을 짜내는 나날들을 견디고 있는데, 하필 이 시기에 휘황찬란한 문 하나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 점은 다소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 사무처장은 “만약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군청보다는 장성을 대표할 수 있는 관광명소에 세우는 게 더 적합하다”면서 “군청은 군민들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해 화려함보다는 청사의 목적에 맞게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기능적 측면으로 정문을 설계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혈세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에 장성군청 재무과 관계자는 “이미 정문 신축 사업은 2019년부터 추진됐고, 작년 9월부터 공사에 착수한 만큼 코로나 시국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계, 건축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 TF팀을 꾸려 1년 정도 소요된 디자인인 만큼 공공예술작품으로서 미학, 관광, 지역성이 충분히 반영된 랜드마크”라고 설명했다.

 

이 장성군청 관계자는 이어 “장성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길목에 2018년 설치된 ‘옐로우 게이트’가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옐로우 시티 장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디어 파사드라는 새로운 형식을 적용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차별성을 갖는 랜드마크로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문 신축의 목적을 따져봤을 때 여전히 ‘혈세 낭비’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장성군청에 따르면, 정문 신축을 추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출입구 확대

둘째, 안내실 리모델링

셋째, 경관개선

넷째, 전광판 정보제공

 

이에 대해 장성군은 “이번 공사로 기존 8m의 폭에서 12m로 확대하게 돼 소방차 진입, 대형버스 진입이 용이해졌다”고 설명한다. 또한 “오래된 안내실 건물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었는데, 골든게이트 일부를 안내실 겸 숙직실 공간으로 설계해 부수적 효과를 누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림픽 때 도입한 전광판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일반적인 추세가 된 것처럼 미디어 파사드도 청사 전경과 어우러진 모델로서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할 수 있는 선도적 모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성군은 “현수막에 의존했던 각종 생활정보들을 큰 전광판을 통해 입체적이고 시각적으로 실시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골든게이트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골든게이트가 가진 문제는 ‘출입구 확대’와 ‘안내실 리모델링’이라는 두 가지 목적 달성을 넘어서 ‘경관’과 ‘전광판’ 도입이 주된 목적이 되어 버렸고, 그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점이다.

 

정문 앞 청사가 어떤 기능을 하며, 군민들에게 어떤 목적을 가질 것인지 충분히 고려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실 이와 관련한 우려는 2020년 2월5일 열렸던 제 314회 장성군의회 회의록에서도 발견된다.

 

당시 김회식 군의원은 ‘청사 정문에 세워지는 조형물 설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군청에게 던진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다른 데는 전체적으로 벽을 없애는 추세다. 조형물을 설치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때 장성군청 관계자는 ‘조형물을 설치해서 장성 이미지도 알리고 홍보판도 만들고... (요약)안내실 문제도 해결하고’라고 답변했다.

 

장성군청 앞 골든게이트가 정말로 군민들의 통행을 위한 정문인지, 아니면 장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판인지…. 14억 혈세의 행방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김우리 kwr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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