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며 걷는 사람들

  • 등록 2021.04.17 05: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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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다. 땅덩어리가 좁은 대한민국이라 도시 번화가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자전거, 보행자 등이 어지럽게 통행하기 마련이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부딪칠 수 있지만 나 역시 길가에서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분명 뭔가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는데 고작 3분도 안 되어 다시 꺼내든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한국인의 95.7%가 보행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더라도 워낙 좁은 국토 환경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잘 피해갈 것 같지만 약 20%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조작하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라는 용어는 이미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스마트폰 보행의 특성은 아래와 같다.

 

△지나치게 천천히 걷는다 

△보폭과 깊이가 좁아진다

△시야폭이 56% 감소한다 

△전방주시율이 15% 감소한다

△일반 시야 각도가 120도인 것과 달리 대폭 좁아져 10도로 급감한다

 

한 마디로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일 처리를 한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지적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면 당연히 걷는 행위에 집중하지 못 하게 된다. 실제 스마트폰 보행을 하면 사고 위험률이 76%나 높아진다고 한다. 4년간 관련 교통사고도 2배 이상 늘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하고 잠들기 전 유튜브를 감상하다 얼굴에 떨어트리는 것이 요즘 흔한 현대인의 일상 풍경이다. 수면 중에도 머리맡 가까운 곳에 스마트폰을 두기 때문에 24시간 붙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은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연구자는 작년 12월 발표한 관련 논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되어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PC 기반 인터넷과는 달리 빠른 접근성과 즉각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에 의존 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PC 기반 인터넷 중독이 높았다면 현재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컨텐츠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상황이 이럴진데 스마트폰을 보며 걷지 않을 재간이 없다. 운전과 보행 등 일상생활에서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타이밍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위험하니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간단히 퉁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결국 스마트폰 중독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지금 당장 뭘 하면 좋을까.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최정석 교수는 14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의 서면 질의에 답변서를 보내왔다.

 

최 교수는 “내가 (스마트폰 중독) 환자들과 상담하거나 교육할 때 알려주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 관리 팁이 있다”며 “아끼고 사랑하는 스마트폰도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밥먹고 잠잘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 교수는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 없이 식사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잠자리에 눕기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손으로 쥐고 있지 않고 일정한 공간에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집에 있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장소를 마련해두면 좋다. 필요할 때만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꼭 보관 장소에 두는 것”이라며 “출퇴근이나 통학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화면 말고 내 주변으로 관심을 돌려보면 어떨까. 평소 모르고 지나쳤던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최 교수는 길거리에서 “가능하면 손에 들고 다니지 말고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성재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면해서 대화를 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수행해야 한다”며 “아이들은 활동적인 놀이 문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특별히 지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폰 중독을 “디지털 의존 심화 현상”으로 치환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에 아이폰 3GS가 도입됐던 때는 2009년 11월이었다. 12년이 흘렀다. 모바일 인터넷이 흔치 않던 시절에도 휴대폰 “엄지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찾는 일이 더 쉬울 정도다. 24시간 품에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점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의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다보니 2020년의 스마트 기기 의존도가 이전보다 더 늘었다”고 환기했다.

 

이어 “매년 국책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국내의 스마트 기기 의존도 조사를 하는데 2020년에 우리나라 스마트 기기 사용자의 23% 정도가 디지털 기기 과의존 위험성을 보였다”며 “이중 4% 정도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심한 의존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의 5년 기간보다 더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래서 지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스마트쉼센터’가 문을 열었다. 스마트쉼센터는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전문 상담, 중독 치료, 재활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 도로에서 드물지 않게 ‘바닥조명광고판’이나 ‘바닥 신호등’을 엿볼 수 있는데 해외에서도 안전한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단속도 많이 한다. 물론 멈춰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어 건너야 할 때, 교통사고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판단될 때, 기타 안전사고를 야기할 위험이 있을 때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한다.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여러 꿀팁들과 다양한 규제들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궁극적으로 현대 사회가 야기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관계 안에서 불만족이 클수록 스마트폰 의존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 담론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가 많이 이뤄졌는데 하나같이 사회적 요인이 중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문선 공주교대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청소년의 사회적 위축과 우울감은 스마트폰 중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소속 최홍일·정윤미 연구원도 논문에서 “청소년들의 사회적 낙인감과 우울감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논증했다.

 

강문희(충남대)·오은진(성요한병원)·김선희(조선간호대)·박혁규(대전대) 등 연구자들은 “대학 신입생은 우울, 성별, 자해 시도 등의 경험이 스마트폰 중독에 높은 영향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자체를 악마화할 필요는 없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인간관계의 형태가 급속히 변화해가고 있는 현실 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네이버 블로거 능글둥글(jhjung1563)은 작년 11월20일 본인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능글둥글은 “전자 통신기기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직접적인 인간관계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핵심 요소로 여겨졌다. 직접 만나 술 한 잔을 나누는 등 오프라인 약속이 전화와 메시지로 소통하는 요즘보다 우선시됐던 시대였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끊게 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간접적인 인간관계를 생성시키는 이중적인 기능을 하는 매체가 되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성되는 속도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직접적 인간관계가 끊기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인간관계에는 점차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환기했다.

 

물론 능글둥글은 “함부로 직접적 인간관계와 간접적 인간관계의 무게를 저울질할 수 없지만 이 둘은 서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현재의 패러다임처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텍스트 속의 관계 즉 간접적인 인간관계에만 삶의 초점을 두고 살아가다 보면 두 가지 요소들의 균형은 깨져버린다”고 경고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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