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과 아나운서’ 경험해본 김인아 박사가 말하는 “도전하는 삶”

  • 등록 2021.05.01 2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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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인아 동아대 외래교수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패션 모델, 아나운서, 쇼핑몰, 유튜버 등 다채롭다. 그런 그녀에게 도전은 “생명에 견줄 만큼 중요한 것”이다. “삶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남에게 도전을 마냥 권장하지는 않는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26일 저녁 부산 중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원래 학부 때 언어를 전공했고 석사로 동남아 예술사를 공부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즈음 노무현 정부가 다문화 진흥 정책에 따라 관련 국제전문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로 가게 됐다.

 

김 교수는 “원래 학석사 때 언어와 예술사를 공부했었다. 내 꿈이 큐레이터였다”며 “노무현 정부 때부터 다문화나 문화의 초국적 이동 등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국제전문대학원이 많이 설립됐고 해외 지역 연구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붐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와 그에 따른 민주화투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전공으로 깊게 공부한 지역이 미얀마라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뉴스를 분석해서 전달하고 있다. 미얀마 관련 어드바이스를 듣기 위해 김 교수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김 교수는 최근 교수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 내 본업은 교수이고 (학부 때부터) 20년간 계속해서 공부하는 길만 걸어왔다. 내가 만약 42살(1980년생)에 이 일을 계속하면 늙어죽을 때까지 여기에 있겠구나 싶었다. 50살만 되어도 환경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된 것이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논문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들 물론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긴 하다. 그걸 10여년 하고 나니까 지금은 이제 여러 업무들에 몰두하고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채워졌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다른 분야에 도전을 해봐도 최소한 현재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 그래서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김 교수가 하게 될 새로운 일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회사와의 컨텐츠 제작 △동아시아 금융 허브를 국내에 이식하려는 핀테크업계와의 협업 △해외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서 논설위원으로 활동 등이 있다.

 

다만 김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직은 멈췄지만) 현재 동아대 특별연구원으로 적을 두고는 있다. 과거에 있었던 연구소(동아대 아세안연구소)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도울 건 돕고 논문도 발표하고 그러고 있다. 학계에서 완전 벗어난 상태는 아니”라고 말했다.

 

흔히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고민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처음 그만둘 때는 걱정이 없지 않았다. 박사학위를 그렇게 힘들게 취득했는데 아깝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걱정이 됐다.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을 해야 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고민을 하면 고민에서 끝나더라”며 “더 이상 변화가 없다. 고민만 하면 계속 그 안에서 고민만 한다. 나는 어느 순간 행동부터 하고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만 하면 그 생각에 갇혀서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일단 하고 보면 이걸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뭔가 변화가 있으려면 움직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교수직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도전을 했다. 재작년 김 교수는 부산 지역에서 모델 컨테스트에 출전했다.

 

 

김 교수는 “내 이름의 아가 아름다울 아(妸)자인데 아름답게 살라고 해서 저희 아버지가 열흘간 출근도 하지 않고 지어준 이름이다. 그동안 내 지식이 쓰여진다면 충분히 내적 아름다움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봤고 그 길은 알겠는데”라며 “외적인 것은 모르겠더라. 그런데 우연히 모델 대회 현수막을 보고 내가 지금 어느 위치쯤인지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예선과 본선을 통과했고 결선까지 나갔다. 그런데 입상은 못 했다”고 풀어냈다.

 

이어 “결선까지 나가면서 봤더니 너무 너무 아름다운 여성들이 많았다. 같은 여성으로서 기분이 좋았다. 그때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두루두루 추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긴 할 것이다. 공부만 할 때는 나를 꾸미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 내가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얼마 안 됐다. 그전에는 거의 넝마 같은 것을 입고 다녔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김 교수는 앵커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주변에서 아나운서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김 교수는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앵커가 되어 정치경제 뉴스를 전달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다”며 “(2014년 방송 종사자 한 분이) 김 박사 딕션이 좋다고 해서 한 번 키워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집중적으로 6개월 발성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물리적인 시간이 안 돼서 앵커는 못 해보고 아나운서에서 그쳤다”며 “그렇게 한 1년 정도 부산경남권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여기저기 가서 활동을 했다. 사회도 많이 보고 대기업 사내 방송도 하고 그랬다.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모델과 아나운서로의 도전에 대해 “살짝 외도를 했다”고 표현했는데 “둘 다 대학원 다닐 때는 그럴 정신이 없었고 어느정도 성취를 이뤄놓고 교수가 된 뒤에 도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의료봉사, 통번역사, 온라인 쇼핑몰 등등 더 있다. 정말 바빴을 것 같은데 시간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김 교수는 “내게는 스케줄 관리가 가장 관건”이라며 “휴대폰을 잠깐 보여주면 나는 늘 이렇게 적어놓는다. 이 습관이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다. 그때부터 캘린더에 빽빽이 적어놨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스케줄부터 본다. 그냥 적어놓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다 적어놓는다. 그때 그때 시간별로 체크해서 클리어했을 때 X표를 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많은 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을 “접시돌리기”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24시간을 많이 쪼개서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접시돌리기 같은 것? 접시들을 여러 개 돌려놓고 좀 흔들릴 것 같은 걸 빨리 다시 돌리고. 접시돌리기를 잘 하면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여러 가지를 잘 할 수가 있다”며 “처음부터 다 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나씩 돌려가야 한다. 그러면 처음 돌렸던 것이 쓰러지면 다시 돌아가서 돌려야 하고 그 접시 갯수가 많이 늘어나면 좀 더 뭔가 풍성해지는 뿌듯함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들이 봤을 때 사실 뜬금없는 것들이라고 볼지 모른다. 교수가 무슨 모델이야? 아나운서야? 그렇지만 다 잘 해보고 싶었다”며 “잘 되는 것도 있고 실패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몇 개의 접시는 돌아갈테니까.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김 교수 사례는 잘 풀린 케이스다. TV 상담 프로그램을 보면 피아노 연주하는 변호사, 비트박스에 빠진 의사 등등 자기 직업 분야와 무관한 것에 빠져 이직을 감행하려다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케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김 교수는 “분명 도전은 좋은 거다. 도전은 좋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리 기자님이 당장 내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가려고 한다고 해보자. 죄송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가슴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객관적인 자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들어야 한다. 내가 도전을 했을 때 어느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고 궤도에 오를 수 있는지 판단을 해봐야 한다”며 “내가 어떤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봐라. 그들이 안 돼! 그러면 사실 안 되는 것이다. 무조건 도전해봐! 이렇게 할 수 없다. 모든 도전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도전 찬양론자’가 아니다. 도전은 좋은 것이지만 섣불리 행동으로 옮겼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도전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김 교수는 “요즘 세상은 성과주의의 시대이긴 하지만 성과가 중요한 사람이 있고 비록 성과를 내진 못 하더라도 과정 중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며 “그건 사람들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다 다르다. 관점의 차이다. 그건 자기 자신이 정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성과’를 내야 하는 도전인지, ‘행복’을 위한 도전인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성과를 내고 싶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하고 싶지만 성과와 별개로 그냥 좋아서 해보고 싶고 그걸 하면 행복해서 하고 싶은 거라면 그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며 “삶은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해당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건지? 행복하고 싶은 건지? 둘 중 어떤 것인지에 따라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다를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행복이라면 네 인생이니까 그냥 갈 수 있지만 성공이라면 어느정도 객관적인 데이터가 받쳐줘야 한다”며 “스스로 봤을 때 그 정도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면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잠시 멈춰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젊은이여 도전하라! 이런 말 쉽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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