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탐방②] 대전 서구 ‘화과난 양갱’ 남수진 사장 “전국에 하나 뿐인 매장”

  • 등록 2021.05.05 18: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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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자영업자 600만명 시대. 업종 불문 모든 분야가 레드오션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확신없이 창업을 감행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3월말 수제 양갱 카페를 창업한 남수진 사장은 “솔직히 버텨야겠다. 오래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며 “당연히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난 잘 할 거다. 그냥 잘 되겠지. 내가 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겠지. 어떻게 보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거금을 들여 가게를 차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양갱이 갖고 있는 상품성에 주목했다.

 

“나는 그냥 화과난 양갱이 이거 전국에 하나 뿐이었으면 좋겠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4월28일 오후 대전 서구에 위치한 ‘화과난 양갱’ 매장에서 남 사장을 만났다.

 

남 사장은 “자신감도 없으면서 가게를 차리는 것은 무모하고 그 자체로 멍청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남 사장도 양갱에 대한 확신만 갖고 창업을 한 것은 아니다.

 

남 사장은 “내가 가게를 열면 이게 진짜 밥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 나오는가. 내게 얼만큼 남고, 얼만큼 판매가 되고, 얼만큼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실험해보고 싶어서 사전 판매를 해봤다”면서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거 괜찮겠다 싶어서 더 맛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땐 당장 차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예쁜 걸 좋아하는데 예쁘게 생긴데다가 맛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보통 양갱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 명절날 선물 세트로 구성돼 있는 네모난 모양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남 사장이 만든 양갱은 색과 모양이 트렌디하고 예쁘다.

 

남 사장은 “맛있게 만드는 것은 계속 연구를 해갈 것이다. 아무래도 모양이 예쁘니까. 요즘에는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괜찮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수제 양갱 카페를 창업하기까지 1년반 동안 준비했다.

 

남 사장은 “(2018년 말부터) 배우고 공부하고 이제 좀 팔아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가게를 언제 차릴까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끝나지 않더라. 그래도 지금은 작년 가을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계속 미룰 수는 없었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자영업자들의 첫 번째 고민은 입지 선정이다.

 

남 사장은 “2월달쯤 (가게 입지를)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가게세고 뭐고 여기 장소가 확 와닿았다. 몇 번 와보다가 그렇게 가게를 오픈했다. 솔직히 이렇게 구석에 있는 것 치고는 (임대료가) 싸지 않다. 근데 그래도 내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며 “나는 도로가로 나가기 싫었다. 작업할 때 (너무 번화가로 잡아 손님이 지나치게 많아서) 자꾸 왔다갔다 하게 되면 능률과 속도가 떨어진다. 주로 팔고 싶은 것은 커피가 아니라 양갱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작업 공간을 구하려고 하다가 가게까지 하게 됐다. 이왕이면 혼자 조용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왜 대전에는 양갱 가게가 없을까? 이런 물음으로부터 양갱 가게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남 사장은 “물론 처음부터 팔려는 목적으로 양갱을 배우게 됐고 만들어보고 있었다. 대전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며 “자연스럽게 주변 가게들을 살펴봤다. 대전에는 양갱류의 가게가 없었다. 바로 픽업해갈 수 있는 가게가 없다. 다 택배로 시켜야 한다. 나는 바로 픽업해갈 수 있는 양갱 가게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배워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고 풀어냈다.

 

이어 “맛이라도 없으면 그만두려 했는데 만들어볼수록 괜찮았다. 처음 배운 레시피는 지금 양갱맛이 아니다. 내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개발했다. 처음 먹었을 때도 이거 맛만 잘 잡으면 괜찮겠는데?”라고 말했다.

 

“일단 너무 예뻤고 사람들은 예쁜 걸 선물하면 기분이 좋고 선물받아도 기분이 좋다. (모양과 맛에 확신이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 예쁘게 만드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양갱이라고 하면 단맛이 핵심이다. 남 사장은 양갱의 당도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남 사장은 “사실 나는 단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나에겐 지금도 달다. 근데 요즘 입맛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 달고, 짜고, 맵고 이런 걸 좋아한다. 어디까지 당도를 늘려야 할까 하다가 계속 조금씩 늘려갔다”며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해봤다. 메뉴별로 본연의 재료 때문에 당도의 느낌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초코나 딸기 같은 경우 다른 것들에 비해 당도가 좀 있는 편이다. 흑임자는 곡물류라서 닿으면 더 달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포장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남 사장은 “유산지 컵이라고 부르는 건데 처음에는 트레이에 유산지가 안 들어갔다. 근데 택배를 보내봤는데 뒤집어지더라. 딱 받아봤을 때 예쁘게 있어야 하는데”라며 “그래서 안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틀로 만드는 거라 양갱을 크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산지 컵을 하나씩 끼어봤는데 정말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남 사장의 양갱은 △크리스탈 4구(6000원) △크리스탈 15구(2만원)로 구성되어 판매된다. 마카롱처럼 1개씩 팔기에는 양이 적고 너무 비싸다는 이미지를 줄 것 같아 세트로만 판매한다고 한다. 양갱의 종류는 5+1이다. 방문하자마자 4구를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남 사장이 하나를 추가해줘서 5가지를 다 맛봤다.

 

남 사장은 “다섯 개 드신 것에 플러스로 백양갱이 있다. 호두과자에 들어가는 하얀 앙금으로 만든다. 우리 양갱의 베이스 역할을 해준다. 이것도 의외로 인기가 좋다”며 “맛을 알려드리면 손님들이 놀라기도 하고 백앙금과 딸기랑만 해서 주라고 하는 분도 있다”고 알렸다.

 

상호명이 화과난 양갱인데 남 사장은 “기억에 잘 남는 그런 이름으로 시작을 하고 싶었는데 화과난 양갱이라고 하면 화과자와 양갱을 파는 곳인가? 그런 생각도 들면서 까먹기 힘든 이름이지 않은가. 그러면 반은 성공했다고 봤다. 내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매장 안에서 취식을 하는 손님도 있겠지만 남 사장의 타겟은 포장과 선물용이다.

 

남 사장은 “어르신들 선물용으로 네모난 양갱을 해보려고 스티커 상표 제작까지 다 마쳐놓은 상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 처음 오는 분들이 많긴 한데 매일 저녁마다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 있다. 친구와 같이 사는 것 같은데 돌아가면서 양갱을 사러 오신다. 퇴근하고 오시는 것 같다. 어쨌든 픽업이 가장 많다”며 “양갱 4구짜리 시켜서 거의 드시고 가는 것보다 들고 가져가는 분들이 많다. 전화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 가면 픽업 가능한지. 아무래도 명함에도 적혀있는데 수제다 보니 미리 예약이나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해놨다”고 덧붙였다.

 

포장과 선물 수요가 상당하다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남 사장은 “원래는 배달의민족이나 이런 걸 하려고 했는데 근데 생각보다 깃발 꽂는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비쌌다. 나는 일부러 외진 곳에 들어오긴 했지만 좀만 나가면 주변에 다 아파트 단지”라며 “그걸 하려면 달에 몇 십만원이 더 나가야 한다. 그럴거면 가게를 차라리 월세 비싼 데에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배민 대신 다음주부터 택배 사업을 시작하는데 스토어팝 등 주문 시스템을 더 구축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물론 테이블 수요도 좀 있다.

 

남 사장은 “테이블에서 드시는 분들도 의외로 좀 있고 게다가 혼자 오는 분들도 있다. 커피와 양갱을 시키신다. 좀 신기하다. 원래는 쇼케이스에 (양갱을) 넣어두는데 그걸 보고 양갱집이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면서 “가끔씩 동네 산책하던 아주머니가 여기 핑크색이라서 예뻐서 한 번 들어와봤다고 하기도 하고. 산책하면서 봤다가 궁금해하는 분들이 좀 있다. 인스타 보고 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블로거처럼 되게 큰 카메라를 들고 오는 분도 있었다”고 들려줬다.

 

상호명에는 양갱 말고 화과자도 들어간다. 그렇다면 화과자 전략도 있을까 싶은데 남 사장은 화과자에 대해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남 사장은 “화과자가 작업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지금도 예약이 밀려서 잘 못 해주고 있다. 예약을 미리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다. (메뉴에서 뺄 것인가?) 빼지는 못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많이 하고 싶진 않다”며 “나는 양갱을 많이 팔고 싶다. 사실 화과자도 너무 비주얼이 좋다. 맛도 좋다. 다 반죽해서 일일이 모양을 내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과는 생각 중이긴 한데 출고일자를 정해서 한정 예약 이런 식으로 주문을 받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며 “양갱은 가게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화과자는 주저 앉아서 계속 만들어야 된다. 가게 문을 닫든가 퇴근 후에 해야 한다. 만들다보면 12시가 넘는다. (결국 미리 만들어놓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근데 이게 먹는 식품이고 방부제를 넣는 공장제 식품도 아니라서 미리 만들어놓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진짜 계륵 같은 존재”라고 정리했다.

 

그래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버이날이나 명절 등에 한정 수량으로 팔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울러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매번 선물하기에는 (화과자 세트가) 좋은 금액도 아니다. 양갱은 한 박스에 2만원 수준이라 자기 거래처에 다 돌릴 수 있는데 화과자는 포장까지 하면 5만원 수준(이라 많이 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화과난 양갱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도 취급한다. 메뉴는 △브라질 파렌다스 알마스(5000원) △브라질 바닐라(5000원) △에티오피아 첼바(5000원) 등 3가지다.

 

남 사장은 “커피는 맛 좋은 커피를 놔뒀지만 커피집인지는 잘 모르신다. 들어오면 카페 같긴 한데 여기는 양갱만 먹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건가? 그런 간판 느낌이다. 사실 커피는 잘 모르신다. 사실 커피도 진짜 맛있는데”라며 “핸드드립은 원두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원래는 머신이나 더치 커피를 사서 팔까 하다가 도대체 그걸 누가 여기까지 와서 먹을까 싶었다. 이왕 할거면 여기 커피도 맛있네? 그런 인상을 주고 싶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좋은 원두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굳이 따지자면 가장 아메리카노와 느낌이 비슷한 것은 알마스다. 알마스는 가장 보편적인 입맛에 다 맞다.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브라질 바닐라는 좀 특별한데 호불호가 좀 있다. 한 번 그런 취향인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니까. 에티오피아는 원두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홍차처럼 즐길 수 있다. 내가 직접 마셔보니까 딱 이것 3가지라고 생각돼서 골랐다”고 어필했다.

 

 

멀리서 봐도 화과난 양갱은 한 눈에 들어온다. 간판이 핑크색인데다 천장이 매우 높다. 들어오면 화사한 핑크와 화이트의 하모니가 느껴진다.

 

남 사장은 “제일 첫 번째로 그냥 핑크색을 좋아하니까 많이 넣어야지. 핑크색과 어울리는 색이 뭐지? 아 하얀색. 그렇게 만들어놓으면 매일 출근하고 싶을 것 같았다.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오는 분들이 여기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 같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인테리어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앞으로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추가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컨셉을 유지할 것이고 바꿀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카페 탐방을 할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인데 과연 친한 친구가 카페 창업을 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해온다면 어떤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남 사장은 “​뭘로 할 건데라고 물어볼 것 같다. 무슨 아이템인지? 그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경쟁력을 확인해봤는지? 어떤 활용 계획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것 같다. 무계획이라면 안 된다. 구체적인 플랜이 있다면 굳이 남에게 물어보지 않고 바로 자기가 실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각기 다른 창업 아이템에 있는) 허점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감히 지적해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자명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겪어서 방향성을 찾아가야 한다. 내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가 없다. 내가 그 사람 부모도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는 전국의 자영업자 65만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국내 최대 커뮤니티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코로나 시기인 만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영업자들끼리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남 사장도 대전 지역 자영업들의 모임인 ‘메세나’에 참여하고 있다.

 

남 사장은 “대전 지역에 자영업자들이 모여 서로 함께 도와가면서 하자. 이런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도 서로의 매장을 챙겨주자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라며 “지금은 시국이 이래서 따로 모일 수 없지만 누군가 퇴원하면 퇴원 파티도 해주고 최근에는 마음 아프게도 멤버 한 분이 화재를 당해서 모금 운동도 했다”고 전했다.

 

 

보통 정부는 창업을 진흥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모든 걸 혼자 하는 느낌”이다. 남 사장도 마찬가지다.

 

남 사장은 “일단 자영업자가 되어 보니까 모든 걸 다 혼자 해야 하니까. 그게 너무 힘들다. 정신사납고 다 한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할 일이 있다. 뭔가 쉬는 날에도 편하게 쉰다는 생각이 없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대안을 내주면 좋겠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기대해본적이 없다. 딱히 창업 대출만 보더라도 딱히 지원을 해주고 받을 수 있고 이런 게 되게 애매하고 찾아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 뭐가 뭔지도 몰라서 대출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들 취업이 어려워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나라에서 창업을 장려는 하면서 잘 알려주진 않는 느낌이다. 그냥 너 해봐! 알아서 해! 그런 느낌”이라며 “내던져놓고 방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있더라도 정감이 안 간다. 자영업자들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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