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자부심 갖고 있어”

  • 등록 2021.06.29 18: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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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당연히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본지 기자는 지난 6월26일 새벽 5시 즈음 서울 숙소에서 500ml 캔맥주 1개를 마셨고, 정오 즈음 삼계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서비스로 나온 인삼주 1잔을 마셨다. 소주잔으로 딱 1잔이었다. 그 이후 고속버스를 타고 같은 날 19시 즈음 광주광역시에 도착했다.

 

당초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주차창에 자가용을 세워놨었는데 술기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다. 평소 음주운전 문제에 천착해온 언론인으로서 숙취 운전도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우나와 카페 등 주변에서 시간을 떼운 뒤 23시반 즈음 다시 고민에 빠졌다. “충분히 시간이 흘렀으니 술이 깼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뭔가 찝찝했고 완전히 클리어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대리운전을 불렀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셀프 음주측정키트’를 3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이용할까 싶었지만 아무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결국 운전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리로 방향을 굳혔다.

 

 

카카오T 앱으로 쉽게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고 동의를 구한 뒤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50대 남성 대리운전 기사 A씨는 “어떻게 보면 빵 하나 훔치면 죄인지 아는데 음주운전은 그게 죄인지 모른다”며 “나는 대리운전 하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하고 있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물론 수입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지만”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음주운전 전문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나와 대화를 하며 연신 공감을 표했다. 나름대로 ‘음주운전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에 대한 자기 의견을 설파했다.

 

A씨는 “(반응속도가) 늦다. 술 먹으면 브레이크도 늦게 밟고 인지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부각했다.

 

2019년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된 뒤로 대리운전 이용률이 좀 더 높아졌는지 대리운전 기사의 체감상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A씨는 “그때 순간만 약간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 (음주운전 사고를) 2건이나 봤다”고 밝혔다. 예컨대 A씨는 음주운전자가 신호 대기 중인 앞차를 들이받은 사고, 전남대학교 인근에서 만취 운전자가 화단을 들이받고 그 위로 올라가버린 사고 등을 직접 목격했다.

 

A씨는 “화단 아름드리 위로 차가 올라가버렸다. 그래서 경찰이 렉카차 부르고 있는데 지나가는 택시에서 누가 내려서 왜 내 차가 여기에 있지? 그렇게 쇼를 했다”며 “자기 여자친구와 사고 차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사고를 내고 가버린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변명을 한 것이다. 100% 그 사람이 운전하고 도망갔다가 치우러 온 것 같다”고 풀어냈다.

 

 

다른 범죄와 달리 음주운전은 단속되지 않거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면 평상시와 같이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반복된다. 걸리더라도 과실로 취급되기 때문에 처벌이 약하다. 피해자가 죽거나 크게 다쳐야 실형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반복되는 음주운전은 “습관”으로 자리잡는다. 궁극적으로 누군가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이상 계속된다.

 

“내 군대 동기가 결혼할 때 소나타 신형을 뽑아서 함을 파는 데에 갔다. 그 친구가 술이 만땅으로 취했다. 처갓집에 빈방이 많아서 자고 가라고 내가 키를 뺏었다. 한 30분 실랑이를 벌이다가 키를 시골 논에다가 멀리 던져버렸다. 한 30분 동안 찾더니 결국 차를 몰고 가버렸다. 사이드(브레이크)를 강하게 당겨놨음에도 그걸 타고 갔다가 그 다음날 결혼식에 왔더라. 그 친구는 결국 그렇게 한 뒤로 삼진아웃 당했다. 크게 사고도 냈다.”

 

A씨는 “(음주운전은) 습관”이라며 “습관이 되지 않도록 국가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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