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준 판사는 ‘윤창호 아버지’ 앞에서도 논리적일 수 있을까?

  • 등록 2022.01.19 06: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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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8년 9월25일 故 윤창호씨가 음주운전 범죄자의 차량에 치어 혼수상태에 빠졌다. 한 달을 겨우 넘기고 11월9일 윤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윤씨의 아버지 윤기현씨는 그 당시 검은 머리로 여러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3년만의 방송 인터뷰에서는 백발이 성성했다.

 

(검사가 꿈이고 대통령이 꿈이던 이타심이 강했던 내 아들 창호는) 그 꿈대로 되든 안 되든 조금이나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아이인데 너무 어린 나이에 저렇게 됐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프다. 현관에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군화가 두 켤레가 있다. 하나는 한국군 훈련소에서 받았던 거고, 미군 군화와 두 켤레가 있는데 저렇게 두는 것도 창호가 언제 문을 툭 열고 아빠 나 왔어. 이러면서 꼭 들어올 것 같은 생각에 저희가 집도 못 옮기고. 이사를 갈까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기현씨는 18일 방송된 YTN <포스트잇> 「윤기현 故 윤창호 없는 그후 3년」이란 기획 인터뷰에서 최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투아웃제에 위헌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그런 판결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작년 11월25일 헌재는 소위 ‘제2의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거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없이 무제한으로 이후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사례는 없다”며 “혈중알콜농도 수준이나 운전한 차량의 종류 등에 비춰봤을 때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까지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헌재가 철퇴를 내린 제2의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명 투아웃제다. 원래 삼진아웃제였다. 2011년 12월 이후 도입된 삼진아웃제로 인해 그동안 음주운전 2회까지는 봐줬는데 윤창호법 제정 운동 시기에 윤씨 친구들이 직접 제2의 윤창호법을 성안했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을 통해 통과시켜 1회까지만 봐주도록 강화했다.

 

“가중 처벌”이란 표현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찌됐든 그렇게 음주운전 2회부터는 가중 처벌을 하게 됐는데 1회를 범하고 10년 뒤에 2회를 범했다고 해서 가중 처벌하는 게 맞느냐?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이게 헌재의 판단이다.

 

사실 2회 이상부터 가중 처벌을 한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좀 더 정확한 의미로 봤을 때는 1회까지만 “봐준다”는 것이 맞다. 봐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 이런 거다. 사건마다 다르겠지만 사고없는 단순 음주운전 1회까지는 통상적인 처분 사례로 봤을 때 ‘벌금 100~300만원’ 수준인데 2회 이상 걸리면 ‘벌금 500~1300만원’ 정도 부과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1회까지는 벌금 규모를 100~300만원 수준으로 봐준다는 것이다.

 

 

물론 법조문상 처벌 기준은 아래와 같다.

 

①-1.  1회 적발(혈중알콜농도 0.03~0.08%) :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

[벌점 100점 및 100일간 면허 정지]

①-2.  1회 적발(혈중알콜농도 0.08~0.2%) : 징역 1년~2년 또는 벌금 500만원~1000만원

[면허 취소 1년 이후 재취득 가능]

①-3.  1회 적발(혈중알콜농도 0.2% 이상) : 징역 2년~5년 또는 벌금 1000만원~2000만원

② 2회 이상 적발(혈중알콜농도 0.03% 이상) : 징역 2년~5년 또는 벌금 1000만원~2000만원

 

법조문만 저렇게 돼 있고 실제 처벌은 훨씬 가볍게 이뤄진다. 음주운점 범죄의 경우 △사람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지 않거나 △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요소들이 겹치지 않는 이상 절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겠어! 이런 고의를 갖고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취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현씨는 “술 자체를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술은 드시되 술을 드시고 핸들을 잡는 것은 예비 살인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보도를 통해 이렇게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음주운전 문제를 깊게 고민해본 교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으로 한 번 적발되려면 최소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이 열 번쯤은 될 것”이라는 명제가 통용되고 있다. 음주운전은 살인, 성폭력, 상해, 강도, 사기 등 타 범죄들과 달리 행위를 개시했다고 해서 바로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고, 사고를 내지 않거나, 누가 다치거나 죽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은 계속 반복되다 결국 누구를 죽게 만들고 나서야 스톱된다. 그래서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펼친 친구들은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음주운전은 과실이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봐야 하고 그렇게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여러 주들에서는 음주운전을 살인미수로 간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씨의 목숨을 앗아간 20대 음주운전 범죄자 박모씨는 초범이었다.

 

 

그런데 음주운전 범죄는 철저히 과실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이다. 그리 무겁지 않은 과실 범죄를 오래 전에 저질렀다가 최근에 또 저질렀다고 가중 처벌하는 게 맞느냐? 이런 관점으로 현직 판사가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고 헌재가 그 제청을 받아줬다. 

 

모성준 부장판사(대전고등법원)는 2020년 10월19일 제2의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고 의견서를 통해서 이렇게 주장했다.

 

법원의 양형 재량을 대폭 줄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습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최근 15년간 두 차례 이상의 음주운전 적발 전력만 있으면 법규 위반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음주운전의 대상이 원동기장치자전거인지, 이륜자동차로 분류되는 전기자전거인지, 혈중알콜농도가 높은지 낮은지와 관계없이 모조리 상습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제해 가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고 법원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상황과 여러 양형 요소 등을 성실하고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상습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모 판사의 주장은 음주운전에 대한 가벼운 인식의 발로일 뿐이다. 최초 음주운전 이후 재범했을 때 실제로 가중 처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처벌이 이뤄진다면 모 판사의 주장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 2회 이상으로 기소될 경우 일반적으로 벌금 500~1300만원이 선고될 뿐이다. 하한선이 벌금 1000만원이기 때문에 판사가 작량감경을 해주면 500만원까지 깎아줄 수 있다. 한 마디로 모 판사는 음주운전 2회를 범한 사람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는 것조차 “과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15년 전에 음주운전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없이 음주운전 전력자에게 과도한 형을 부과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2회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습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람들을 상습성이 있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처벌하고 중한 결과를 초래한 사람보다 무겁게 처벌함으로써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

 

 

기현씨는 “10년 전에 음주운전 사고가 한 번 나고 10년의 공백이 있었고 석달 전에 음주운전을 한 사람, 오늘 또 음주운전에 걸린 사람이 똑같은 법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이런 말씀이 있었는데”라며 “10년이고 15년이고 지나고 나면 좀 괜찮지 않느냐? 일종의 그런 메시지 그리고 (사고없는) 단순 음주는 좀 가혹하지 않느냐? 그 단순 음주라는 게 어떤 취지인지 납득하기가 굉장히 힘이 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예를 들면 이런 것 아니겠는가. 피치 못 할 상황 혹은 범위를 조금 벗어난 걸 가지고 단순 음주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피해자들이나 유가족들은 그런 생각 안 한다”며 “결국은 3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또 세 번, 네 번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야 두 번까지 괜찮아. 세 번까지 괜찮아. 윤창호법 일부 위헌이야. (헌재의 결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느슨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심지어 모 판사는 “2회 이상 위반 전력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은 위반 전력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강변했다.

 

정말 그럴까?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는 기획 기사를 통해 불특정다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조차 상습 음주운전을 저지르고도 1년만에 현업으로 복귀하게 된다는 점을 짚어냈다.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지만 음주운전 전력이 “사회적 신분”으로 낙인찍힐 정도로 과도한 제재와 비난을 받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이처럼 연예인에게 음주운전 삼진아웃은 연예계 활동에 큰 걸림돌이 아니다. 짧으면 1년, 길어도 3년의 공백기만 거치면 된다.

 

 

모 판사는 이런 주장도 했다.

 

엄벌주의 경향은 각종 형사특별법의 단일 조항에 대한 원포인트 개정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최소한의 의견 청취와 검토만으로 진행돼버리는 작금의 입법 경향과 결합해 형법 또는 형사소송법 체계 내에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검토를 거치기는 커녕 헌법,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의 대원칙들을 우회하거나 무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나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 판사는 대다수 선진국들의 음주운전 처벌 체계와 대한민국 처벌 체계간의 상당한 간격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런 점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윤창호법이 소위 말해 “떼법”의 대표격인 것처럼 묘사했다.

 

분명 모 판사가 “원포인트로 형사처벌을 가중하는 입법이 거듭해 진행됨에 따라 형사사법체계는 갈수록 파편화돼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정치권이 귀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원포인트 대응’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거시적인 접근법’이 꼭 배치되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복잡한 움직임들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민식이법윤창호법, 구하라법, 김영란법, 최진실법 등 사람 이름이 들어간 법률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해서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높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감히 모 판사가 떼법 취급하며 엄벌주의적 비합리의 흐름이라고 딱지를 붙일만큼 간단한 사연들은 하나도 없다.

 

 

단순 논리일 수 있겠지만 만약 모 판사의 가족이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었다면 과연 엄벌주의적 입법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를 모색해보자고 얌전하게 말할 수 있을까? 평범한미디어는 음주운전 피해 유족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1도 공감하지 못 하면서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고 항변하는 모 판사의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기현씨도 “(윤창호법) 입법 과정에서 250명 중 2명이 기권을 하고 그 2명 기권 중에 1명은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이게 너무 약하기 때문에 기권을 했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법안”이라며 “(헌재가 제1의 윤창호법과 함께 맞물려서 입법이 완료된 제2의 윤창호법에 대해) 그게 맞다.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나는 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모 판사는 기현씨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살인의 도구가 그냥 칼이고 차라는 것 말고는 묻지마 살인이랑 똑같이 진배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빨간불이라서 우리 창호처럼 신호등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만취 주취자의 차가 버스 정류장을 덮치고 지나가는 보행자를 치고 왜 내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 아닌가. 내가 무슨 치정에 얽힌 것도 아니고 원한을 산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타인에 의해 내 목숨이 없어지는 것이다.

 

기현씨는 “이걸 가지고 살인은 의도적인 마음을 가지고 했기 때문에 형이 무겁고 이것은 단순한 실수다? 나는 그런 부분은 좀 인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설파했다.

 

부모는 3년 4개월 전 떠난 아들을 놓아줄 수가 없다.

 

혹자들은 애 물건도 다 버려라. 이사를 가라. 그렇게 하는데 여기에서 애하고 같이 지냈던 기억들이 있으니까. 없다. 없다. 없다라는 것이 참 무서운 말이다. 가족이라는 구성원 중에서 1명이 어느날 하루에 없어지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도 없이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냥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참 너무 힘이 많이 든다. 창호야 하이튼 니로 인해서 이 사회는 점점 더 발전되어 나갈 거고 이 사회가 니가 던져놓았던 그 메시지가 충분히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억하고 이해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 아빠도 열심히 잘 사니까 너도 잘 지내고. 그래 우리 또 만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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