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일의 교통 렌즈④] ‘운전자 바꿔치기’도 ‘뺑소니’에 해당된다

  • 등록 2023.06.15 18: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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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포르쉐 차량이 4.5톤 트럭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총체적 난국이다. 사고를 낸 포르쉐 차주 29세 남성 A씨가 음주운전자였는데 옆에 타고 있던 동승자 B씨가 사고 충격으로 숨졌다. A씨는 B씨가 운전을 했다고 거짓말을 쳤다. 일명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인데 다행히도 CCTV 영상으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A씨는 작년 10월26일 새벽 1시30분 즈음 포르쉐 차량을 몰고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전주 IC 인근을 주행하다가 앞서 가던 4.5톤 트럭을 들이받았다. A씨는 운전대를 잡기 전에 전북 완주군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다. 그리고 음주 상태로 엄청난 과속 운전을 했다. A씨는 사고 직후 겁을 먹었는지 그대로 차를 버리고 고속도로 옆 숲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다가 트럭 운전자가 나와서 A씨를 잡았고 ‘누가 운전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본인이 운전을 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고 현장으로 도착해서는 갑자기 말을 바꿔 사망해 있는 친구 B씨를 가리키며 “쟤가 운전을 했다”고 우겼다. 조수석에서 의식이 없는 B씨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지껄였다. A씨의 거짓말은 금방 탄로났다. 술을 마셨던 술집 근처 CCTV에 A씨가 운전석으로 탑승한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여러 물증을 제시하며 수사관(전주덕진경찰서)이 추궁하자 A씨도 이내 자신이 운전했다고 시인했다.

 

 

2000년도 인기 드라마 <진실>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신희(박선영 배우)와 자영(최지우 배우), 현우(류시원 배우)는 셋이 함께 술집에서 양주를 마신다. 술에 취한 신희가 직접 운전을 하다 결국 사람을 들이받은 사망사고를 냈다. 한참 뒤 먼저 의식을 차린 신희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자영을 직접 운전석으로 옮겨버리고 책임을 덮어씌운다. 자영과 현우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한동안 신희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권선징악이 국룰이기 때문에 신희는 이내 발각됐고 자살까지 하게 됐다.

 

래퍼 노엘 장용준씨와 가수 이루씨도 운전자 바꿔치기를 자행했다. 이처럼 운전자 바꿔치기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도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친구가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으려고 한다면 무조건 말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만취한 친구가 고집이 세서 무턱대고 운전석에 앉아버렸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동승자가 차에 탑승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차라리 무작정 내려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낫다. 친구가 살인자가 되는 길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B씨는 A씨와 중학교 동창으로 현직 경찰관이었고 얼마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새신랑이었다. 경찰관이었음에도 A씨의 음주운전을 막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본인의 죽음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A씨는 과거 소년원에 유치됐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바 있고 음주 뺑소니를 저지르기 전에도 이미 다른 폭행 사건으로 입건된 상태였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현장에서 운전자 바꿔치기 사례를 숱하게 접했다고 말했다.

 

무지 많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만약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그대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다행히 피해자가 한 달 후에 의식을 차렸고 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 옆에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도 뺑소니에 해당한다. 자신의 아들이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고 현장을 떠나 집으로 와버린 사건도 있었는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습을 하지 않고 그냥 이탈해버린 것은 당연히 뺑소니로 간주된다. 사고를 냈으면 내가 운전했다는 사실을 당연히 밝혀야 한다. 피해자에게 누가 운전했는지 모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도주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취급되어 뺑소니가 된다.

 

 

A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와 기소의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창호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과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특가법상 도주치사)로 무겁게 처벌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해봤자 십중팔구 들통이 난다. 

 

CCTV도 그렇지만 핸들의 지문을 통해서도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도 있다. 블랙박스도 결정적 증거가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아예 작정하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할 목적으로 블랙박스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뺑소니로 끝나지 않고 시신을 유기하는 등 훨씬 더 중대한 범죄로 어어질 수도 있다.

 

(운전바 바꿔치기를 한 것이) 들통나면 도망간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뺑소니에 해당된다. 사람을 다치게 한 다음 도주를 했다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 또는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뺑소니 도주 차량 운전자 가중 처벌 규정에 따라서 처벌을 받는 것이다. 만약 피해자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고 도망갔다면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난 후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외면하고 도랑에 버린다든지 사망에 이르게 한 후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가져가서 야산에 묻어버리는 행위들(조형기씨 사례)이다. 완전히 사망한 시신을 그렇게 하면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 이 사건을 보면 포르쉐 운전자는 이미 고속도로 옆 숲속으로 도망을 갔었다. 그러다 피해 트럭 기사에게 걸렸다. 이미 도주를 한 시점부터 뺑소니에 해당된다.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도주치사와 윤창호법에 걸리게 된 A씨의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될까?

 

트럭을 추돌한 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100대 0이다. 법에서 정해진 형량을 살펴보면 음주운전을 했으니 혈중알콜농도에 따라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윤창호법 위험운전치사죄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 뺑소니 특가법상 도주치사죄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모든 게 다 종합되어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다시 종합해보자면 무기 또는 5년에서 4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 음주 뺑소니 치사로 처벌 받은 사례들을 보면 대략 10년 가량 감옥에 갇히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 변호사는 수많은 사건들을 목도한 교통사고 전문 법조인으로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다만 실제 법원에서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을 보면 도주치사 같은 경우에는 기본 유형이 2년에서 5년이고 가중 사유에 해당되어도 4년에서 8년이다. 또 위험운전 치사죄도 기본 유형이 2년에서 5년이며 가중 사유에 해당되도 4년에서 8년형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도 법에서는 무기 또는 5~45년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처벌은 위험운전치사, 도주치사가 가중 사유에 해당되어 4년에서 8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측과 합의한다면 형량이 훨씬 줄어든다. 법에서 정해진 형량과 실제 처벌은 많은 차이가 난다.

 

 

B씨의 유족이 A씨에게 민사소송을 걸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얼마든지 민사를 걸 수 있다. 그리고 가해자 보험사나 피해자 보험사로부터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으로 책임보험은 전액 그리고 대인에 대해서는 1억원, 대물에 대해서는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사망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 3억2000만원까지 보험사에서 사고 부담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이든 고의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결국 다 걸린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 몰라도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자기 맘대로 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이 사고를 잊고 싶고 피하고 싶겠지만 그건 마음일 뿐이다. 사고를 냈다면 도망가지 말고 피해자를 구하고 인적사항을 제공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기 싫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 번 모면하려다가 결국 걸려서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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