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유럽에 살면 답답하다

  • 등록 2024.05.17 1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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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5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유럽 국가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점이 많겠지만 종종 아래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무조건 유럽 선진국 따라가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들 보면 이해 안 돼. 걔네 방법이 한국에 맞으리란 법 없잖아. 일단 여긴 너무 비효율적이야.

 

 

한국적인 의미로 ‘효율’이란 말을 뜯어보면 사실 유럽은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비엔나에 놀러 온 한국인 친구가 “트램 너무 느려. 무인계산대 놔두고 왜 굳이 캐셔한테 가서 결제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에겐 불편함투성이에 느린 비엔나에서 6개월간 적응해서 어찌저찌 살던 나를 신기해하는 친구. 아 내가 없는 6개월간 한국은 또 얼마나 더 빨라져 있을까?

 

생각해보면 비엔나에는 한국이 절대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들이 있다. 성매매가 합법이라든지, 마약 뿐 아니라 위생 관념까지 너무 관대하다든지, 공중화장실 사용이 지나치게 각박하다든지 등등.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인 비엔나도 살아보니 파라다이스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러 이유들로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들을 제외하면 문화에 우위는 없고 각자의 차이만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문화를 찾아 자유롭게 전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여행하고, 길게 살아보고, 너무 좋으면 아예 국적도 바꿀 수 있다. 날고 긴다는 선진국 출신 사람들도 요즘엔 한국이 좋아서 단순히 방문하는 걸 넘어 아예 정착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방송에서 자주 접하지 않나? 다시 말해 사람 사는 것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카페에 커다란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다. 왜 카페에서 파리를 잡지 않지? 파리는 계속 들어오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럼 파리를 막는 방충망을 설치하면 되잖아. 꼭 그래야 돼? 그래서 방충망이 매우 드문 오스트리아. 왜 웨이터와 눈을 마주쳤는데도 계산하러 안 오지? 오겠지. 왜 카드 결제기를 놔두고 캐셔에게 가서 결제하지? 이유가 있겠지. 왜 앱으로 식료품 주문을 안 하는 거야? 굳이?

 

이렇게 비엔나에서는 한국의 장점인 신속함과 편리함과는 담을 쌓고 사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두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나니 이제는 편리함이 완전무결한 긍정적인 개념인지도 잘 모르겠다. 편리해지면 사용자는 시간을 절약하고 몸을 덜 움직이지만 그래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움직이지 않은 몸엔 살이 찌고 정신도 같이 쪼그라든다.

 

뭐가 정말 좋은 걸까? 무엇이 답인 걸까? 예전에는 비엔나가 정답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망설여진다. 그리고 30년간 한국에서 살았고, 1년간 비엔나에 살아보기로 한 내 결정이 다시 자랑스러워진다. ‘다름’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나에게 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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