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돌진 참사 “자동차 줄어드는 사회로 가야 하지만...”

  • 등록 2024.07.05 17: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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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저 도심 길거리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자동차가 인도를 들이닥쳐 사람들을 들이받았다. 눈 깜빡하는 사이 9명이 숨졌다. 가해자 차모씨는 1955년생 한국 나이 70세 남성으로 안산 시내버스 업체 경원여객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 버스기사다. 차씨는 스무살 때부터 대형 버스를 몰았던 운전 경력 50년 베테랑이었다. 자동차 급발진 또는 차씨의 운전 과실 둘 중 하나가 대참사의 원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급발진 요인을 배제할 순 없지만 사실상 후자로 기울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4일 16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기계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하고는 좀 결이 많이 다르다. 급발진으로 보기는 좀 힘들 것 같다”며 “내가 볼 땐 엑셀과 브레이크를 혼동하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했다.

 

경력 많은 대형 운전기사지만 박 센터장은 △차체가 높은 버스와 일반 승용차의 시야 차이가 있고 △어두운 밤 시간대이며 △자주 다녔던 익숙한 곳이 아닌 것으로 미루어보아 “여러 가지 조건이 그렇게 맞아떨어지면서 참 불행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추정했다.

 

사실 버스 운전을 하는 분들 특히나 광역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의 가장 큰 특징이 뭐냐 하면 그분들은 루틴대로 운전을 한다. 정해진 권역을 돈다. 근데 오랜만에 그렇지 않은 일반 운전을 해야 되는 경우에는 특히나 그 시간대와 장소는 (퇴근시간 지난 시점이라 혼잡하진 않더라도)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버스와 승용차는 페달 모양도 다르고 누르는 공기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 대형 운전하던 만큼의 강도로 누르면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운전에 익숙해서 사고가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환경에서 루틴대로 했기 때문에 굉장히 사고가 커졌다. 물론 그전에 차씨가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니면 그 전날 운행 형태가 어땠는지는 저희는 모르니까 결국 추측인데. 여러 가지가 겹쳐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본인 스스로도 되게 당황스러울텐데 본인이 책임을 져야 된다.

 

웨스틴조선호텔(서울 중구 세종대로18길)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와서 보면 좌회전과 우회전 갈래길이 있는데 무조건 우회전을 해야 한다.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곳에는 헷갈려서 좌회전을 하는 차량들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차씨 역시 잘못 진입해서 역주행을 인지하고 급하게 대처하려다가 엑셀을 강하게 밟은 것이 아닐까? 박 센터장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밟았는데 그게 엑셀이었고 본인은 브레이크라고 인지를 하고 있으니까 계속 밟았던 것 같다”며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현재로서는”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엑셀을 세게 밟아서 자동차가 팍 나가는데 본인은 급발진이다! 이렇게 생각해서 당황했겠지만 계속 엑셀을 밟고 있으면서 브레이크가 왜 안 들어? 이럴 수 있다.

 

 

과거 2023년 3월8일에 발생한 ‘순창 트럭 추돌 사망사고’ 역시 70대 운전자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려서 일어났다. 결국 고령 운전자 문제일까? 하지만 박 센터장은 “조심스러워해야 되는 부분은 고령 운전에 대한 부분인데 이 사건에서 고령 운전을 문제화 삼기가 어렵다”고 봤다. 아직까진 그렇다. 나이가 아니라 익숙치 않은 환경에 따른 전문 운전자의 중대 과실로 보는 것이 박 센터장의 관점이다.

 

서울시청역 근처에서 일어났고 또 고령의 운전자라고 그래서 고령 운전자 문제로만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마이카 시대라고 하는 게 198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때 운전대를 잡아도 30대였을텐데 그들을 지금 모두 고령 운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늘었고 그만큼 비수도권 지역에서 60~70대는 운전을 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자 환경이다. 특히 비수도권에선 누구든지 어딜 간다고 할 때 자동차를 먼저 타고 도어 투 도어를 생각하지 지하철 노선부터 찾는 분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고령이신 경우에는 지하철 타기가 더 불편할 수도 있어서 자가용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차씨는 나이는 있지만 사고 경력이 운전 경력에 비해서 아예 없는 편이다. 거의 무사고다. 고령 운전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본인의 의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일률적으로 어떤 조건을 제시하기가 되게 힘들다.

 

쉽지 않겠지만 교통당국은 나이라는 기준으로 운전 능력을 단정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실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적성검사 등 기존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 센터장은 “좀 더 세밀하고 정밀한 신체 검사나 조작 능력을 통해서 엄격하게 면허 재발급을 한다는 것 외에는 이런저런 나이를 이유로 한 혹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어떤 그런 규제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맞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70세라해도 신체 나이는 40~50대인 분이 계시고, 60대여도 신체 나이는 80~90대인 분이 계실 수 있어 연령별로 일률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과학기술로 반사신경을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게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이 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적성검사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운전하며 갑자기 나타난 상황에 대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기술이 있을 수 있다. 스스로 운전 능력을 가늠케 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 어떨까 싶어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검토를 요청했다.

 

 

정말로 맘 편하게 길거리도 못 걸어다니는 무서운 사회가 된 걸까? 이번 참사 이후로 스마트폰을 보며 보행하는 것을 자제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개개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당하지 않을 유형의 비극이 아니었다. 박 센터장은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강력한 가드레일을 설치한다거나 아니면 어떤 특정 구역 같은 경우는 자동차 진입 시간대를 별도 운영해서 그 시간대 이후에는 자동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어이없는 교통 참사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교통체계 자체를 좀 바꿔야 된다”고 제언했다. 어떤 행간이 있는 걸까?

 

자동차 중심의 그런 이동 체계보다는 좀 도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텐데 사실 (기후 운동계나 진보진영에서 차 없는 거리를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긴 했는데) 사실 나는 차 없는 거리도 좋지만 우선 주차장이 아주 명확하게 있어야 된다. 차를 가지고 왔다고 하더라도 가까운데 언제든지 차를 놓고 갈 수 있는 거리가 있으면 불법 주차 문제도 없을 거고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그렇게 되면 이제 복잡한 시내에는 걸어다니는 게 익숙해지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장애물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장벽 없는 상점이라고 해서 상인들과 얘기를 좀 해봤다. 근데 상인들이 걱정을 하는 거는 차 없는 거리도 좋지만 무거운 물품과 짐을 자주 옮겨야 해서 차를 없애는 거리는 비현실적이고 대신 실질적인 주차장을 만들자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관광객들도 차를 타고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멈추지 않는다. 빠르게 훅훅 지나간다. 그러니까 차에서 내려 걸어다녀야 지나가는 속도가 느려져야 상점들을 들르기 때문에 일단 차를 어디다 두고 걷게 만들어야 된다.

 

사실 기후운동계의 주장대로 차 없는 거리를 훨씬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중심 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의존적인 대한민국의 경로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더디고 간단치 않다. 그래서 박 센터장은 주차 문제부터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는 중간 단계를 제시한 것이다.

 

상점마다 주차장을 두는 게 아니라 상점에서 반경 얼마 안에 공용주차장을 세워서 거기서부터 상점까지는 걸어서 오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동차 보급률이 거의 60%에 육박하는 나라(전체 성인 인구 4300만명 대비 총 자동차 등록 대수 약 2600만대)다. 그래서 한 꺼번에 자동차 없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고 자동차 연관 산업 종사자들까지 합하면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주차장을 좀 잘 만들어주자는 거다. 대한민국의 특성이 아파트가 많다. 가정마다 자동차가 1대 이상씩 있어서 항상 주차 문제가 걸린다.

 

 

신차 구입 차고지 등록제를 비롯 추가 차량의 구입에 대한 제한 등등 여러 제도들이 필요하긴 하다. 물론 박 센터장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얘기가 면허는 장롱면허라도 있어야 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인 만큼 자동차 줄이기로 나아가는 길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길로 가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길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일 걱정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관련 논평을 내고 아래와 같이 밝혔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엄청난 흉기가 된지 오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급발진과 같은 기술적 원인이나 고령 운전자의 실수와 같은 개인적 원인에 집중해 논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편리성을 강조하여 보다 거대해지고 출력 높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울수록 흉기화 정도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의 흉기화는 어제처럼 물리적 충돌에 의한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광범위한 사망과 질병을 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자동차의 온실가스가 전지구적 기후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뿐인가. 산을 뚫고 허물고 바다를 메우며 숲을 밀어내면서 자동차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폭력들도 편리함을 명분으로 그저 가려져 있다. 이를 생각하면 자동차산업은 무기산업 만큼이나 반사회적, 반생태적 산업이지만,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아 사회와 개인들의 윤리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은 ”중요한 건 우리나라에 차량이 되게 많다. 차량이 많다는 얘기는 차량으로 인한 사고도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환기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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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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