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병실에서 ‘성적표’를 받았다

  • 등록 2024.07.23 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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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6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지난 글에서 예고했듯이 6월말 대학원 1학기가 끝나고 바로 왼쪽 발목 수술을 받았다. 법학과 관광 두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대학 교수가 되고 싶은 나의 목표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 바로 건강 문제다. 온몸이 종합병원 수준인데 하나씩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미션이다. 첫 단계가 발목 수술인데, 입원해서 여러 검사들을 받고 MRI 재촬영을 해봤더니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인대 초음파와 CT 촬영할 땐 몰랐는데 발목 인대 파열 정도가 꽤 깊었다. 발목 내측 거골의 연골까지도 파열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발목 역시 연골 파열 소견을 듣게 됐다.

 

 

다만 주치의는 양쪽 발목을 동시에 수술하기 보단 파열 정도가 심한 왼쪽 발목부터 먼저 수술해서 재활과 회복 경과를 보고, 2~3개월이 지나서 오른쪽 발목을 수술해보자고 권했다. 왼쪽 발목 수술은 2가지로 이뤄졌는데 전거비 인대 및 종비 인대 봉합술과, 내측 거골의 연골 변연절세술이었다. 수술은 잘 마쳤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통증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병실로 이동할 때 무통 주사를 맞으며 옮겨졌는데 하반신 척추 마취로 인해 4시간 가까이 머리조차 들지 못 하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런데 무통 주사 약발이 약했는지 수술 당일에는 통증이 극심해서 새벽 내내 끙끙 앓았고 잠을 설쳤다. 주치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원했던대로 양쪽을 동시에 수술했다면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원래는 발목 수술 다음날 특별한 통증이 없으면 퇴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하루 더 병원에 있으면서 케어를 받고 싶었다. 그만큼 통증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퇴원했는데 당분간 반깁스와 목발 신세다. 수술은 서울에서 받았지만 좁은 자취방에서 홀로 있긴 좀 그래서 전남 함평 고향으로 내려와서 요양을 하기로 했다. 본가에선 가만히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간단치 않았다. 집 안에서 이동할 때조차 아기 배밀이 하듯 엉덩이로 밀어가며 몸을 옮겼다. 매번 깨닫게 되지만 수술 받고 회복하는 기간을 보낼 때마다 “역시 사지육신 멀쩡히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다시 체감했다.

 

목발 짚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경과 체크를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과정에서 자리 양보를 한 번도 받지 못 했다. KTX 대합실과 지하철에서 그 누구도 목발 짚고 힘겹게 서있는 나에게 자리 양보를 해주지 않았다. 계속 서있는 게 힘들어서 “죄송한데 제가 발목 수술을 해서 목발을 짚고 있는데 자리 양보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의 말을 건네기도 해봤지만 개무시를 당했다. 너무나 야속했다. 몸도 아픈데 마음마저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나는 재활치료만 잘 받으면 다시 비장애인으로서 아무런 문제 없이 보행할 수 있겠지만 걷지 못 하는 장애인들은 평생 이런 상황과 맞닥뜨려야 할텐데 얼마나 괴로울지 새삼 그들의 아픔에 작은 공감이 됐다.

 

그리고 이중학적(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과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 첫 학기 성적이 나왔다. 병원에서 확인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성대는 9학점 평균 4.17점, 세종대는 12학점 평균 4.0점을 취득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학기 내내 아픈 몸으로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모든 걸 내려 놓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앞선 학기 성적에 비하면 아쉽고 후회가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픈 몸으로 두 대학을 오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분투했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발목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심장 판막 문제가 없었다면?”이라는 미련의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몸 잘 추스르고 다음 학기에 더 잘 하면 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본다.

 

이제 7월말이다. 왼쪽 발목 깁스는 풀고 발목 보조기를 착용하는 등 본격적인 재활치료에 들어간다. 과거 두 차례 무릎 수술 때도 그랬지만 수술 받을 때보다 재활치료의 과정이 더 험난할 것이다. 치료실에서 다른 재활 환자들이 참기 힘든 고통에 욕하고 소리 지르는 광경을 많이 봤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그래도 다시 건강하게 일상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재활치료 과정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도 무더운 여름 폭염과 장마로부터 무탈한 나날을 보내시길 기원하며 2주 후에 새로운 글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겠다.

김철민 pyeongbu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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