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사람의 ‘요즘 뇌구조’

  • 등록 2024.07.29 22: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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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매주 목요일 [오목렌즈]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만나서 요즘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께서는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인 활동가다. 스포츠, 정치, 인권운동, 역사, 연예계 등등 다방면으로 소예가 깊다. 그런 박 센터장과 분기별 또는 매월 만나서 유튜브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의 페이스북을 뒤져 질문지를 짰다. 윤동욱 기자, 정회민 크루, 박효영 기자 순으로 질문을 했고 만나자마자 떠들었던 스몰 토크를 마치고 첫 질문으로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 센터장은 7월11일 15시반 서울 서초구에 있는 토즈 양재점에서 평범한미디어 멤버들과 만났다.

 

사전에 질문지를 보지 못 한 박 센터장은 “오늘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100% 예상을 했다”며 홍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 자체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행보로 해석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홍 감독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축협 전력강화위원장을 하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도전한다고 표현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월드컵은 도전과 실험이 아니라 결과를 증명하는 대회다. 근데 박 센터장은 “홍 감독이 도전하겠다고 한 발언이 묘하다. 결국 정몽규 회장의 거의 종신에 가까운 다음 또 그 다음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분이 굉장히 오래 하고 싶구나. 2026년 월드컵은 그냥 중간에 쉬어가는 어떤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박 센터장은 방임 축구의 클린스만에서 원팀과 통제 축구의 홍명보로 가는 것에 대해 “급변침을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이 과연 지금 해외파가 주류인 우리나라 A대표팀하고 맞느냐.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홍 감독이 클럽팀에는 맞고 육성형으로는 괜찮다. 감독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자기 힘을 가지고 팀을 장악하는 스타일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 각자 거의 완성된 형태의 축구 방식을 가지고 있는, 해외에서 자율 훈련에 익숙한 주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데 홍명보라는 사람은 좀 부적절하다. 클리스만 감독이 너무 방임주의다 보니까 그걸 잡아야 된다라는 생각을 (축협이) 너무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마디로 홍명보호는 갑자기 복고풍으로 가겠다는 것과 같다. 박 센터장은 “국제적인 스쿼드를 가진 대한민국 팀이 한국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하니까 환장하는 것”이라며 “이게 도대체 무슨 잘나가다가 흥선대원군 들어와서 쇄국 정책하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65세 이상 고령층이 여전히 하위 노동을 해야만 하는 한국적인 현실에 대한 물음이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해서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창업하거나 경비실에 재취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매년 GDP 2438조원(1조 7600억 달러)을 달성하는 세계 10위권 선진국인데 여전히 복지 시스템과 노동구조는 그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사실 노인들이 노동을 계속 하는 건 관성”이라고 입을 뗐다.

 

그분들은 평생 노동을 해오셨던 분이다. 노동을 멈추지 못 한다. 70대는 전후 태어나신 분들이다. 70세 기준으로 54년생이니까 그 당시에 태어난 분들은 성인이 됐을 때 70년대 중반이다. 산업화 시대 그때부터 65세까지 일을 멈출 수가 없는 분들이었다. 그 관성이 계속 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 관성과 더불어 청년들의 미취업까지 구조적으로 겹쳤다. 박 센터장은 “이전하고 다르게 자기 밑에 세대나 밑에 밑에 세대가 자기 나이에 노동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30세 넘어서까지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그 갭을 누가 메우느냐 노인이 또 메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취업하던 그 시대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석박사까지 하게 되면 30세 초중반이 된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40대까지도 취업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기초적인 일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 그래서 노인들은 본인이 65세가 넘었다고 해서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거다. 자식이 자리를 잡았든 그렇지 않았든 자식들한테 부양 받는 개념도 많이 약해졌다. 이젠 부양의 개념이 아니라 자녀로부터의 독립을 이야기하는 독립성이 굉장히 높아진 형태라고 봐야 한다.

 

 

세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다. 박 센터장은 일찍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그 관점을 페북과 [오목렌즈]를 통해 재차 밝혀왔다. 채상병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군 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혐오 정서는 언제부터 어디에서 기인했던 걸까? 이렇게 물었다.

 

윤석열이라는 인간이 싫은 건가? 아니면 정치인 윤석열이 싫은 건가?

 

박 센터장은 “쉽게 말씀을 드리면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적어도 공정성과 탈 내로남불의 기조를 유지할줄 알았다는 취지다.

 

왜냐하면 그걸 믿었다라고 얘기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했던 거를 못 했다. 그걸 못했으니까 공정성을 지키고 뭔가를 계속해서 끌고 갈만한 사람이 필요했고 이재명의 대항마로도 윤석열이 부상했다. 중요한 건 그때 윤석열이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어느 땅을 선택하느냐가 포커스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양당 구도를 타파하는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힘을 택하고 말았다. 원래 극우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우파 정당을 택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론 등 가끔씩 돌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채상병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결정적이지만 “사실 군 통수권자라는 자격만 가지고 대통령을 하는 건 아니”라며 “그것만 독자적으로 내려놓을 수 없다. 내려놓으려면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통령께서 채상병 사건을 그냥 일개 교통사고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게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사건 채상병 사건을 동일선상에서 자연재해나 그런 느낌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검사였을 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얘기를 했는데 국민한테까지 충성하지 않을지는 몰랐을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고도 했는데 그 조직이 도대체 무슨 조직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국민한테도 충성하지 않는구나.

 

박 센터장은 주요 기관들이 “대통령실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경찰, 국민권익위원회 등등 수많은 기관들에 대한 “장악력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강하다”는 게 박 센터장의 진단이다.

 

근데 임성근 투스타를 보호하자고 국가 원수가 나서서 이렇게 설친다고? 이 모든 것들이 이제 임성근 하나 보호하자고 나아가 김건희 여사 자기 아내를 위험하지 않게 하려고 정권 자체를 위험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도 아주 많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게 찾아보니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들 등) 김건희 여사가 관련돼 있었다. 대통령실이 대응하고 있는 걸 보면 (김호중씨 전 소속사 생각 엔터테인먼트처럼) 일을 키우고 있다.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사건을 수습해야 되는데 거짓말과 조작을 하는 등 일을 더 크게 벌였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그 자리가 많이 버거워 보인다. (탄핵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윤 대통령 스스로 내려올 가능성도 없지만) 근데 버거워 보인다.

 

 

네 번째 주제는 남성 혐오 집게손가락 논란이다. 처음에는 남성의 성기가 작다 즉 “소추”라는 의미로 집게손가락 모양을 하는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즘 진영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그 집게손가락 모양에 과잉 집착하게 되는 남성들이 사상검증을 하듯 집게손가락 모양만 있으면 “너 페미지?”하며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사실 이게 물론 처음 시작은 페미 진영에서 시작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거를 활용하고 있다 역으로”라고 역설했다.

 

그런 소추라는 상징이 한 번 충돌을 일으켰는데 여성 페미니즘 중에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분들이 쓴 그 용도를 확대재생산시켜서 역공하는 데 쓰고 있다는 말씀이다. 오히려 페미니즘 진영을 역공하는 데 쓰는 그들이 얘기하는 남초 사이트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순간 너 페미지? 이런 사상검증의 광풍이 불고 있다. 페미로 몰리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뒤따른다. 박 센터장은 “(부당한 공격을) 방어해줘야 되고 기업들이 자기 직원을 보호해줘야 되는데 그런 용도가 아니었다는 걸 기업들은 분명히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쉽게 수긍하고 내려버린다”고 말했다.

 

내가 늘상 말씀을 드렸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으로 우리 사회는 굳어져 있다. 그걸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남성의 임금 대비 여성 임금의 비중이 얼마인가이다.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낮다. 같은 일을 하는 남자를 100으로 볼 때 여자는 60대 중반 정도 된다. 그 얘기는 뭐냐면 여성이 100을 얻기 위해서는 1.5배 정도의 노력을 더 해야 되는 거다. 그래서 이 사회를 여성 우월의 사회라고 전혀 이야기할 수 없다. 근데 왜 일부 남성들과 남초 사이트에서는 그렇게 여성 우월이라고 얘기를 하냐면 (여성 인권이) 급성장하긴 해서 그렇다. 옛날에는 당연히 여자가 하던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됐다. 아이 키우는 것만 해도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부족하지만 육아와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았다.

 

과거 대가족의 시대만 해도 여성들은 남동생이나 오빠의 뒷바라지를 하는 역할로 서울에 상경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남녀 대학 입학 비율이 비슷해진 시대가 됐다. 몇몇 남성들은 그런 과거 불평등의 수혜를 입지도 않았는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여성들의 불만과 페미니즘적 목소리까지 듣게 되니 몽니가 났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아직 성평등하고는 거리가 멀다. 경제도 그렇고 다른 부분은 굉장히 빨리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 지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섯 번째 주제는 이 기사([교회의 문턱] ④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교회’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장애인을 그 자체로 존중해주지 않고 꼭 장애를 극복의 서사로 해석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풍토가 만연하다. 박 센터장은 “일단 성경 안에 극복 서사가 굉장히 많다. 예수님께서 아무 대가 없이 극복시켜주는 서사가 많다”며 “그러니까 은혜로 극복 서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극복 서사는 나도 크리스찬이지만 크리스찬에게 굉장히 익숙하다”고 전제했다.

 

거기다가 대한민국은 기복 신앙을 갖고 있다. 특히 잘 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뭐냐면 장애인의 삶에서 의료적인 것들을 고쳐야 되는 정상인 비정상인 마인드가 있다. 그러니까 다치지 않은 상태를 정상으로 보고 그 정상 상태로 돌려놔야 되는 것이다. 전쟁으로 후천적 장애인이 되는 경우를 상정한 건데 그 이전 상태로 돌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이 의료 마인드가 기복하고 연결이 되다 보니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것이다.

 

결국 박 센터장은 “잘못된 신념 종교적 신념 때문에 자녀들을 그르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그런 포인트로 보면 된다”고 정리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연령별 필독서 추천 목록이다. 무슨 책을 읽을지 막막할 때 그 목록에 있는 책들만 읽어도 좋을 것 같은데 박 센터장은 “왜 비판적이냐? 그게 권유에서 끝나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학원에서 연령별 필독서 추천 목록을 들이대고 읽으라고 반강요를 하게 되면 필히 독후감을 쓰도록 숙제를 낸다. 당연히 숙제는 평가에 반영된다.

 

연령별 권장 도서까지는 괜찮은데 필독서라고 그러면 안 읽으면 안 되는 게 돼버린다. 책을 읽으면 좋은 건 다 안다. 그러니까 이게 필독서가 되는 순간 부담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건 어른들한테 물어보고 싶은 건데 아이들한테 필독서라고 얘기하는 그 책들을 당신들은 그 아이들의 나이 때 읽으셨냐는 거다. 내가 봤더니 이 책은 요맘때 읽었으면 좋겠어서 추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입시교육의 틀에서 읽으라고 하는 것인지. 책을 많이 읽긴 읽어야 한다. 좋은 방법은 아까 윤동욱 기자께서 말씀하셨는데 그냥 같이 읽으면 된다. 일주일 중 하루, 한달 중 하루만 우리 가족이 같이 읽는 시간을 마련해서 같이 읽고 자발적으로 책에 대해 나누면 된다. 그리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드라마나 영화도 서사가 있는 일종의 책이다. 책이라고 하는 걸 정형화시키면 안 된다. 요새 대본집들도 많다. 지금은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라서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책을 영상화시키고 영상을 책화시키는 게 너무 익숙한데 우리는 책 따로 영상 따로 생각하고 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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