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20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야구 치어리더들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치어리더들도 대중으로부터 별도의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 대우를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치어리더는 남성 야구팬들에게 타겟팅을 하고 있다. 남성들에게 어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만 치어리더로 뽑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는 서울에서 우연히 만난 모 남성 페미니스트 A씨로부터 “왜 치어리더는 항상 노출 있는 의상만 입는 것인지 모르겠다. 긴 청바지도 있고 여러 옷들이 있는데 굳이...?”라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 페미니스트가 보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긴 한데 사실상 섹스어필이 반강요되는 직업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치어리더들이 일반적으로는 짧은 팬츠나 짧은 치마를 입는다. 그리고 누가 치어리더 하는가?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은 없다. 글래머러스한 사람이기보다는 길고 날씬한 여성들이 국룰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 진단이 그렇다.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건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뽑히는 게 현실이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나운서, 승무원, 치어리더 다 비슷하다.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외모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이 있다. (by 박효영 기자)
윤 기자에 따르면 A씨는 “치어리더도 그냥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로 약간 힙하게 트레이닝복을 입고 한 적도 있는데 물론 편하게 입고 해도 된다. 하지만 굳이 짧고 섹시한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굳이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섹시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게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by 윤동욱 기자)
여성에게 놓여진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섹스어필하는 치어리더의 패턴을 따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딱히 없다. 그런 지점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모든 치어리더 여성들이 별로 원치 않는데 피동적으로 그런 의상을 입게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윤 기자는 “일종의 자기 결정권”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치어리더는 무조건 다 짧은 치마 입어야 되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만 되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는 있는데 그럼에도 나를 관습에 맞추는 것이 강제적이거나 자발적인 부분이 없으면 문제가 될텐데 본인이 그걸 원하고 몸매와 외모를 드러내고 싶다면 그것에 대해 틀렸다고 규정하면 안 될 것 같다. 차라리 A씨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서 논의를 확장해본다면 아예 뚱뚱하거나 평범한 몸매를 가진 사람도 또는 그렇게 예쁘지 않은 사람도 다만 춤은 잘 출 수 있다. 슈퍼주니어 ‘신동’처럼 뚱뚱해도 누구보다 춤을 잘 추고 끼가 많은 사람이 있다. 몸매가 뚱뚱해도 춤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춰서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몸매가 안 좋고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더라도 치어리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여성 야구팬들이 많은데 남성 응원단장 말고 남성 치어리더는 왜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볼 수도 있다. (by 박효영 기자)
걸그룹 못지 않게 보이그룹도 많고 야구장에 방문하는 여성팬들도 많은데 남성 1인 응원단장과 여성 다수 치어리더 구도가 천편일률적으로 고정될 필요는 없다. A씨가 그런 방향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은데,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치어리더 직업군을 두고 왜 트레이닝복과 편한 옷차림을 안 입느냐고 뭐라고 하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윤 기자는 “치어리더가 한 여름에 주로 활동하고 계속 춤을 추고 체력 소모가 되게 큰 직업이기 때문에 시원하게 입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보여지는 사람들이니까. 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춰서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부분이 결정적인 것이 핵심이다. 어쨌든 야구장에 오는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옷차림 선택에 대해서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대한민국 헌법에 치어리더는 여성만 해야 된다는 것도 없는데 전부 여성 치어리더만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구단이 큰맘 먹고 남자 치어리더를 뽑을 수 있다. 매 경기마다 2명 정도 뽑아가지고 세워놓으면 다채롭고 재밌을 것 같고 주목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치어리더 댄스와 군무도 남녀 치어리더가 함께 춰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냥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을 해보는 거다. (by 박효영 기자)
페미적 논리 전개는 이런 거다. 이를테면 여성이 남성의 눈요깃감으로 전락하고 그렇게 전형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상황에서 치어리더조차 항상 뭔가 예쁘고 날씬한 여성들만 발탁되고, 그 치어리더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사실상 반강요를 받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의 차원에서 남녀 불문 남성이 춤추고 매력을 어필하는 연예인 컨텐츠를 좋아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왜 여성 치어리더만 있는지라고 질문을 한다면 페미적 잣대와 무관하게 좋은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뭐 치어리더가 무조건 노출 있는 옷만 입어야 된다고 당위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시 말해서 자기가 원해서 몸매를 드러내서 입고 싶고 또 춤을 잘 추니까 몸매가 더 좋아지고 그래서 치어리더로 지원을 했는데. 그런 치어리더들에게 꼭 노출 있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고 문제제기를 할 정당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꼭 얘기하고 싶다. 내가 노출을 하고 싶어서 노출을 하는데 야! 그건 여성 성상품화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뭐라고 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은 정말 꼴보수적인 꼰대나 다름 없다. 내가 짧은 옷 입고 싶어서 입는 건데 그거 갖고 이제 그렇게 눈치를 주고 제한을 하는 사회라면 그것이야말로 불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탈코르셋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칫 그걸 강요하고 압박하게 되면 오히려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다면서 제약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by 윤동욱 기자)
물론 페미니스트들은 주체적으로 섹시한 옷을 입는 여성들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허수아비를 때리면 안 되는 것이 페미니스트들은 성상풍화를 부추기는 사회 풍조, 남성 커뮤니티, 기업이나 정부, 이벤트 주최측 등을 주로 타겟팅해서 비판한다. 일반적인 20~30대 여성들한테 꼰대처럼 탈코르셋을 압박하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젠더 담론의 링에 올라온 인터넷 유저들은 서로 허수아비를 상정하고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윤 기자는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의 성상품화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는 것 같다”고 환기했다.
오히려 남성의 성상품화에 대해서 페미니스트들이 공평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주면 더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남성들도 몸매, 복근, 키, 외모 등등으로 너무나 쉽게 성상품화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남녀 가리지 말고 성상품화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어렵더라도 때와 장소가 있고 상황이 있으니 되게 정교하게 해야 되고 좀 자제하고 절제해야 된다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이제 여성만 강제적으로 성상품화의 굴레로 반강제 진입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을 할 것이다. (by 윤동욱 기자)
물론 페미니스트들의 그런 주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간단하게 유튜브에 올라오는 가수, 치어리더, 연예인 등이 대상이 되는 몸매 부각 직캠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압도적으로 여성 인물이 많다. 여성이 남성 유저들의 눈요깃거리 컨텐츠화로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볼 수 없고 페미니스트도 아니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이지 않고 토론할 것들도 많다. 다만 모든 사안과 이슈를 페미니즘적 잣대로 바라보고 논평할 필요는 없다. (by 박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