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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진입하는 ‘311번 버스’ 누구도 안전벨트 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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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승객 여러분 다음은 고속도로 구간이므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전남 담양군으로 향하는 311번(또는 311-1~4번) 버스 안이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지만 그 누구도 따르지 않았다. 광주에서 담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안 매는 것이 당연하다. 고작 15분 정도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극히 낮다. 하지만 사고라는 게 1만번 무사했다가 1만1번째에 발생할 수 있다. 그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으면 다행이지만 중대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사고는 한순간이다. 매일 타는 311번 버스라고 하더라도 그날따라 무리하게 끼어드는 승용차의 영향으로 차가 옆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KBS <재난탈출 생존왕>에서는 버스 사고가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훨씬 더 치명적인 이유를 보여줬다. 버스는 일반 차량에 비해 차체가 훨씬 높기 때문에 중심을 잃으면 작은 충격에도 전도될 수 있고 그야말로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90도로 넘어졌을 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안전하게 매달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몸이 튕겨나가면서 온갖 곳에 충격을 받아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내버스에서는 안전벨트를 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안전벨트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시내버스는 1km 범위에서 계속 정류장에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고 사고가 나더라도 큰 부상을 야기하지 않는다. 허나 도시의 경계를 넘어가는 ‘광역버스’, ‘간선버스’, ‘지선버스’ 등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 버스는 고속도로나 국도를 통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달린다. 그러나 광역버스에만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고 간선과 지선에는 미설치돼 있다.

 

 

광역버스는 티켓을 끊고 타는 고속버스와 내부 형태나 모습이 여러모로 유사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기 쉬운 시스템으로 설계돼 있다. 보통 수도권 광역버스는 서울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대거 태운 뒤 안내 방송으로 안전벨트 착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전부 그렇지는 않다. 실질적으로 광역버스 이용객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간선버스와 지선버스인데 수도권 기준으로 각각 파란 버스와 초록 버스다. 간선과 지선은 서울의 경계를 넘어 인근 경기도 지역으로 가기 위해 고속 주행을 하는 일이 많다.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서울과 붙어 있는 지역에 금방 도착하더라도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벨트가 세팅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간선과 지선에도 안전벨트를 설치해놓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다시 돌아와서 311번 버스를 살펴보면 상황이 간단치 않다. 1991년에 창립된 ‘동광담양고속’이 311번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동광담양고속은 열아홉대의 311번 버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하루에 최소 열여섯대 가량을 운행하고 있다. 311번 버스는 “농어촌버스”로 분류되어 있는데 나무위키에 검색해보면 “농어촌버스답지 않게 고속도로를 경유하기 때문에 광주로 가려는 수요를 쓸어 담고 있어서 사실상의 직행좌석버스 역할을 하고 있다. 수요가 많으니 배차 간격도 시내버스급인 10~20분으로 짧은 편”이라고 묘사돼 있다.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아주 많이 담양과 광주를 오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는 현실이 방치되고 있다. 311번 버스에는 모든 좌석에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만 이용률이 현저히 낮다.

 

담양군청 담당자는 22일 오전 평범한 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안내나 계도를 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 같고 동광고속 측에 공문을 보내보겠다”며 “사고가 나면 안전벨트 착용 여부가 생사를 가를 만큼 중대한 문제다. 물론 최대한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유도하겠지만 이용객들이 결국 따라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교통안전문화 캠페인을 하긴 하는데 앞으로 담양터미널이나 광천터미널에서 더 크게 기획을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2018년 9월 이후 도로교통법이 개정됐고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차량에 타는 모든 사람은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매야 한다. 전좌석 안전벨트 의무화는 법률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중대한 사각지대가 있는데 “처음부터 안전띠가 설치된 차량”에만 의무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법 위반시 차량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되는데 동승자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라면 6만원이 부과된다. 다만 이마저도 “착용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매지 않은 경우”에는 운전기사가 단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안내 멘트만 형식적으로 방송한 뒤 실제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든 안 매든 관심을 두지 않아도 그 어떤 법적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수시로 승객이 타고 내리는 시내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들은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나아가 2012년 11월 개정된 동법은 “광역버스와 시외버스 등 특수여객 자동차에 탑승한 승객은 모든 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설치만 돼 있고 실질적으로 사용되도록 유도하지는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도 법이지만 문화와 관습으로도 체감되지 않고 있다. 경험칙상 일반 승용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고속버스 좌석들에서는 안전벨트 착용이 문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아직까지 낯설고 귀찮은 일로 여겨진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 9시 즈음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의 한 도로에서 광역버스와 25톤 덤프트럭이 그대로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트럭이 좌회전을 하다 버스전용차로에서 직진 중이었던 버스의 옆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버스에는 승객 40여명이 타고 있었다. 이중 8명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상을 입었다. 8명 중 1명(초등학생 A군)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의식을 잃는 등 중상을 입었다. A군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들도 차지 않는데 초등학생이 굳이 안전벨트를 가슴팍에 매고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A군의 사례 외에도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안타깝게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사고들은 꽤 많다.

 


2016년 11월6일 대전 대덕구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에서 45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달리던 관광버스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대둔산으로 단풍 구경을 가던 관광버스가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완전히 뒤집어졌는데 옆차로에 있던 승용차가 급 끼어들기를 했던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사고 당시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버스 밖으로 튕겨져나갔는데 주로 우측 창가쪽에 앉아 있으면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 방송된 SBS <8시 뉴스> 인터뷰에 응한 한 남성은 “창가에 있는 사람만 거의 다쳤고 복도에 있는 사람은 의자가 부서지고 튕겨서 나온 사람도 있었다. 안전벨트 맨 사람은 매달려 있다가 나중에 풀고 나오고 그랬죠”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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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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