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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선전작품에 세금 수천만원이 지원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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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세연 기자] 최근 조선일보는 “북한 체제 선전용 그림 홍보에 나랏돈 수천만원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제목 자체가 ‘미사일’이다. 미사일을 배경으로 화염과 연기가 너울거린다. 북 미사일이 불바다를 만들 곳이 어디겠나. ‘서울 불바다’를 입에 달고 사는 세력이다. 이런 미사일과 김씨 왕조 그림 홍보에 우리 국민 돈을 쓴다는 것이다.” (4월3일 조선일보 사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남북한 관련 작품 전시(Border Crossings-North and South Korean Art from the Sigg Collection)에 전시 홍보와 도록 제작, 작품 운송료 등 명목으로 7만7000달러(약 87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을 두고 이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러한 기사만 읽으면 마치 한국 정부가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나랏돈을 쓴 것처럼 이해하기 쉽다.

 

물론 ‘미사일’이라는 작품이 ‘체제 선전용’ 그림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해당 그림을 그린 박영철은 북한에서 예술가 최고 칭호인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화가로, 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이란 공산권에서 그들의 사상과 이념을 긍정적으로 그려내거나 홍보하는 미술을 뜻하므로, 논란이 된 작품 역시 북한 체제 선전을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KF가 지원한 전시가 북한 체제 선전을 위한 전시인지는 다른 문제다.

 

전시를 기획한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의 목적이 분단선을 사이에 둔 채 한쪽은 프로파간다에 치중하고, 한쪽은 현대미술로 발전한,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남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보이는 75점의 작품은 한국 현대추상미술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박서보의 단색화와 백남준 이후 최초로 뉴욕현대미술관이 작품을 구매한 정연두의 작품, 설치미술가 김인배 등, 대부분 한국의 현대미술로 이루어졌다. 논란이 된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은 단 7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는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작품들도 포함됐다.

 

펑멍보(Feng Mengbo)는 북한 언론에서 보도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수채화로 바꾸어 보여줌으로써 독재자의 일상을 보여준다. 허샹위(He Xiangyu)의 ‘The Swim’은 탈북자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때의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얼어붙은 압록강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씨 父子·미사일’ 그림 걸린 전시회에 나랏돈 8700만원···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The Missiles)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4월2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정부는 북한 체제를 선전함과 동시에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데에 나랏돈을 쓰고 있던 셈이다.

 

문제는 예술을 진영논리의 도구로 사용하는 언론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정상혁 기자는 3년 전 박영철의 북한 체제선전용 그림이 전시된 '세계한민족 미술대축제'를 홍보하는 기사를 썼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정부가 박영철의 북한 체제선전용 그림을 홍보한다”고 비판한다. 정상혁 기자는 지난 2월 작성한 칼럼에서 한 사진기자의 말을 인용했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디테일들은 (…) 보는 사람의 배경지식과 관점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의도적인 왜곡의 개입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조선일보의 행태와도 맥락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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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

평범한미디어 박세연 기자입니다.
제때 제대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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