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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린 노동당 대표가 보는 '4.7 보궐선거' 이후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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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본주의 위기의 과정이자 결과'
'노동의 가치와 사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곧 체제에 대한 사유이다.'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위기,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게 하는 계기

[평범한미디어 천양원 기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 좌파 정당 노동당은 지금의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4.7 보궐선거 이후의 정국, 끝나지 않는 코로나, 노동당의 전략 등 궁금한 것들이 많다. 이에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17일 오후 현린 노동당 대표와 약 30분간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동당은 자본주의가 그 자체로 사회적 약자들을 착취하는 체제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대재난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성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현 대표는 "코로나 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코로나 사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재난이고 또 기후위기의 결과"라며 "코로나 위기를 정말 몸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노동자 민중들이다. 불안정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등 그런 부분에서 노동당은 코로나 위기를 그저 바이러스 위기로 치부해서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고 이것은 자본주의 위기의 과정이자 결과"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노동의 단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 대표는 이를 "그림자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최소한 그림자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모두가 체감하게 됐다. 현 대표는 이게 코로나의 긍정적인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현 대표는 "이 과정 즉 자본주의적 사회의 위기에서 터져 나온 여러 문제들 예컨대 필수 노동 문제들이 부각됐었고, 또 돌봄 문제, 여성문제, 플랫폼 문제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림자 노동들이 부각됐는데 이는 사람들이 이러한 노동들의 가치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역설했다.

 

즉 모든 주체들이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 보는 게 현 대표의 진단이다.

  

현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기후위기가 이만큼 심각하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위기를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 게 공통적으로 인식된 것"이라며 "극우정당들까지도 이름은 물론 다르지만 기본소득에 관해 얘기하는 단계가 됐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체제가 변화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강령

 

 

노동당은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외에도 여러 지방 정치인을 뽑는 보궐선거들이 치러졌지만 노동당의 후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 대표는 "아쉽게도 당 입장에서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지역 시도당의 사정에 맞게 자체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줬지만) 결국 상황이 여의치 않아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각 지역에서 타 정당 후보에 대해 지지를 한 지역도 있고 안 한 지역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Q: 현 대표께서는 체제 봉합이 아니라 체제 전환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체적인 인식은 정권심판론에 따른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과연 국민의 인식이 체제 전환 쪽으로 제고됐다고 봐도 될까? 현 대표의 주장에 의문이 들었다.

A: 맞다. 전 사회적으로 인식이 확산됐다는 정도는 아니다. 이를테면 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각자도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할 몫이 있다는 것에 관해 사람들이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또 그런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국가에 재난지원금을 내라는 얘기도 할 수 없었고 비슷한 얘기인데 사람들의 안전과 관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경우에도 국민들 중 70% 정도가 그 법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기업과 자본이 반대해서 누더기가 됐지만.

 

Q: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작용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보궐선거 관련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사람들은 이번 보궐선거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는데 선거를 해석할 때 유권자들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좀 더 상세히 봐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가 나온 지역이 20곳이 넘는데 그 중에서 전라도 쪽 말고는 국민의힘이 싹쓸이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에 정권심판의 성격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연령별로 성별로 후보 지지도가 달랐다. 예컨대 20대 청년들이 보수화됐다고 하는데 20대 남성과 여성의 투표 결과가 달랐고 또 페미니즘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선거였음에도 그것이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는 점. 또 하나는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데 선거에서 늘 그래왔다고 하지만 소수정당들 특히 원외정당들의 득표율이 형편없이 낮았다는 점을 잘 해석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정권을 심판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논리적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현 대표는 이 대목에서 노동당을 포함 다른 진보좌파 정당들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으로 수렴되는 관점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속 편하게 20대가 보수화됐다거나 민주당의 대안으로 국민의힘이 지지를 받게 됐다는 단순 도식으로 손쉽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대표는 "왜 제3의 선택지가 없었느냐 하는 점을 생각해야 되고 그런 부분에서 노동당을 포함해서 우리가 아직까지 시민들 국민들께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게 우리의 과제"라며 "앞으로는 노동당이 대안이라는 것을 더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 대표는 선거 직전 뜨겁게 불거진 LH 사태에 대해서도 기성 정당들과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현 대표는 "선거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LH 사건 이후로 이해충돌방지법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LH 사건이라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쟁점은 국가의 주거 정책 자체가 국민들에게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방향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전 노동당 상임집행위원회(46차 4월13일) 모두발언에서도 한 말인데 집이라는 것을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투기의 공간으로 보아왔고 지금은 또 빚까지 끌어서 주식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투자나 투기에 합류하지 않고 거기에서 이윤을 얻지 못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낙오되고 응당 받아야 할 몫을 챙기지 못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파했다.

 

아울러 "국가가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렇게 이윤만 추구하면서 각자도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만큼 노동당의 과제는 더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은 작년 4.15 총선에서 15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중 △국가공공무상주택 1000만호 공급 △지분으로 매년 2%씩 납부하는 토지보유세 신설 등이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당은 결국 근본적인 불평등이 토지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전체 대한민국 사유지 7만5000㎢(국토 총 면적 10만363㎢) 규모를 점차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되 개인들의 토지 점유권만 인정해주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그런 방식으로 매년 소유권 지분 2%씩 차츰 차츰 토지보유세 형태로 거둬들인다는 모델이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A: 지난 상임집행위원회(46차)에서 했던 모두발언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지난 7년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를 돌아보면 세월호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원과 승객들의 안전, 목숨,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선장이라는 사람들 즉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는 자기 혼자 살길 찾아서 탈출해버렸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그동안 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된 인사 실패를 보면 이른바 민주나 진보를 외치던 한때 운동권이었다는 사람들까지도 그들의 일상이나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국민이 납득하지 못 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선장이나 선원을 교체한다고 해서, 공직자 윤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정권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Q: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A: 체제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켜 나가지 않으면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계속 확산되는 불안정 비정규직 문제도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 말씀드렸던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발견한 긍정적인 부분을 발전시켜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경쟁해서 해결하게 할 것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결국 함께 해결하게 하는 역할을 해나갈 때이고 그 길에서 노동당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부분은 백신이 확산되고 재난지원금을 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정말 경제적으로 큰 위기 상태이며 체제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체제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노동당을 포함한 여러 좌파단위들이 더 큰 대오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연대하고 투쟁하겠다는 일련의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노동당도 그 힘으로 올해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체제 전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국민들께 드러내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국민께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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