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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우 대표 “강정이나 밀양이 기념비적 장소라면 내겐 그게 가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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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손상우 미래당 부산시당 대표는 느닷없이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하여 반대 의사를 밝히기 위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결과는 0.51%(7933표)로 6명 중 5위였다. 하지만 그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손 대표는 26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많은 활동가들이 뭔가 환경 운동을 할 때 본인에게 기념비적인 장소가 있다. 강정이 될 수도 있고 밀양이 될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가덕도였다”며 “(출마를 통해) 중요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관성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담론이 흘러가고 이걸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감정을 조장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나 생태적 관점에서 막아낼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작년 말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띄웠다. 이는 누가 봐도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작년 11월17일 김해 신공항 확장론을 백지화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은 2월25일 가덕도에 방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월26일 가덕도 특별법(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전타당성 조사 간소화)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손 대표는 작년 9월부터 부산 지역에서 4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 기후위기 대응 연대체가 출범했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뿐만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안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해공항 수요가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기존의 숫자로만 보는 것이고 현재 상황은 국제선을 만들어놓았는데 출범 기자회견을 할 때만 봐도 텅텅 비어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공항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 안 맞는 이야기였다. 문 대통령도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그 이후 첫 선거인 보궐선거에서 한일 해저터널까지 나오는 등 난개발 경쟁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연대체 내에서 가덕도 신공항 반대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무공천을 결정했기 때문에 손 대표가 출마를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손 대표는 “주변 시민사회에서 (출마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들이 있었다”면서 “사실 대승적인 관점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흘러가면 부산이 정말 부끄러워진다고 생각했다. 십자가를 진다는 표현은 좀 이상할 것 같고 나는 자기 만족이었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내가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다.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340만 부산시민의 염원이라고 하던데 분명 반대하는 시민들이 존재하는데 그걸 무시하는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은 공항이 생기면 삶의 터전과 역사를 다 내놔야 하는데 그런 발언을 민주 국가에서 도저히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선거 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부산시민의 70% 정도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직접 선거 운동을 해보니 “반대 구호에 동의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오늘도 (부산시청 앞에서 체르노빌 35주기 관련 기자회견을 했는데) 부산 강서구 대저 주민 한 분께서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토마토를 주셨다”며 “나의 출마가 영향이 컸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큰 바람이나 이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선거 벽보 자체를 부산일보에서 다뤄주기도 했고 부산에도 분명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여론을 (내가 대신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손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부산 남구의원, 2020년 총선 비례대표에 이어 이번까지 세 번째 도전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는데 그때도 기후위기 문제 등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전에 지방선거 나갔을 때는 우리 동네를 청년들이 바꿔보자는 조금 다른 메시지였다”며 “기후위기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우리 세대가 더 많이 관심갖는 것이라서 미래당이 반드시 다뤄야 했다. 그게 부산시장 선거를 뛰면서 좀 더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 대표는 선거 운동을 통해 신공항 찬성 여론을 접해보니 결국 “녹색 경제와 돌봄 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손 대표는 “찬성 여론을 보면 (신공항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낮지 않겠냐. 부산 경제가 살기 위해 공항도 들어오고 월드 엑스포도 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그 정도의 찬성 근거라면 나는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녹색 경제와 돌봄 경제 등으로 부산을 선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파했다.

 

이어 “공항만이 살 길이라는 강력한 여론을 현장에서 느꼈다면 나도 움츠러들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며 “내가 선거 기간 동안 신공항 말고 00도시 이런 식으로 정책을 발표했었다. 마지막에 신공항 말고 보행 도시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부산에 필요한 건 비행이 아니라 보행”이라고 역설했다.

 

즉 손 대표는 “내가 또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다니면서 일상의 작은 턱 하나 넘고 계단 오르는 것 등 그런 걸 등한시하면서 전세계 국경을 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안 맞는 이야기인가”라며 “공항을 지어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은 일본에서 썼던 방식이고 그걸 답습하는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신공항이 얘기되던데 제대로 균형을 맞추려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맞춰야지 뭘 하나 더만드는 방식으로 할 게 아니”라고 정리했다.

 

 

무엇보다 가덕도 신공항 사례가 전국의 난개발 현황에서 나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손 대표는 “단지 부산만이 아니라 다 맞물려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만들어지면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도 특별법 만들어달라고 하지 새만금 공항 얘기 나오고 제주 2공항도 분명 반대가 많은데 밀어붙이려고 한다. 전국 14개 공항이 거론되고 있다”며 “가덕도를 밀어붙이면 다른 곳에도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자 결국 탄소중립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부산시장 선거도 서울시장 선거처럼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정서가 핵심이었다.

 

손 대표는 “처음부터 어려운 판이었다. 내가 봤을 때는 김영춘 후보도 어렵다는 걸 알고 나왔다. 그래서 더 많은 무리수를 뒀던 거고 그럴수록 더 표가 떨어졌다”며 “신공항 갖고 표 받겠다는 단순 논리를 유권자들은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 자기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맨 마지막에 재난지원금 10만원 공약이 나왔는데 엄청난 비난 여론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처음부터 무리한 선거에 끼어들고 한 수 한 수가 무리한 수를 두다보니 오히려 더 큰 패배를 자초했다”고 결론냈다.

 

이번 보궐 선거 직전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반기득권 정치동맹’(정의당·기본소득당·녹색당·진보당·미래당)을 결성한 바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무소속 신지예 후보(팀서울)는 들어오지 않았다.

 

손 대표는 “사실 출마할 때부터 (4당 연대체에서) 각자 후보를 내서 경선과 단일화 과정을 거치자고 했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다면 그 과정에서 큰 당들이 못 하는 정책과 가치 중심으로 간다면 새로운 블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어필될 수 있었는데 이번에 그러지 못 했다”며 “선거는 결국 구도인데 구도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구도는 후보가 만드는 게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같은 인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새로운 블록이 나와야 한다”고 환기했다.

 

아울러 “(진보적 소수정당들의 연대 블록은) 각 당 지도부만 하자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합해놔도 합해지기 전보다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무리하게 하면 안 된다. 과정이 중요하다. 각 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선거 임박해서 급하게 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과정부터 대안적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반적으로 기후위기 담론에는 ‘구조 분석’과 ‘실천’ 두 가지의 양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배우 박진희씨는 전형적인 후자인데 손 대표는 두 가지를 균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진짜 생태적으로 사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환경 운동 원로분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런 분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대성공이었다”며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미래당은 4월22일 ‘지구의날’을 맞아 기후행동 실천 주간을 설정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1일차 영상 시청+기후행동 실천 약속+소등행사 참여 △2일차 걷기+자전거+대중교통+엘레베이터 대신 계단 △3일차 에코아이템 사용(텀블러·손수건·장바구니) △4일차 랜선 줍깅(분리수거) △5일차 빈그릇 실천+고기없는 월요일 △6일차 슬로우 패션(오래된 옷 자랑하기)과 나눔 실천 △7일차 기후행동 실천 랜선 체크아웃 등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손 대표는 “그런 실천들 2일차에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 계단 등 이런 것들을 정말 많은 분들이 실천하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맘먹은 분들이 생긴다면 그게 편리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중교통이 편리해져야 하고, 계단도 안전해야 하고, 걷기 좋은 거리가 돼야 하고 이것들이 결국 정책이 되고 대한민국 전체가 바뀌게 된다. 보행 친화 도시를 말하지만 개인들이 그걸 원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정책으로서의 매력이 없다. 그게 같이 가는 거다”고 풀어냈다.

 

이어 “그런 영향이라는 게 누가 갑자기 기후위기 차원에서 자동차를 이용하기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말만 하고 그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외제차를 탔다면 그것에 대해 실망을 한다”며 “그런 것도 나쁜 영향이라고 본다.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손 대표는 “다른 큰 정당 후보들은 억대의 비용이 드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없었지만 딱 기탁금 5000만원만 모금하려고 했다. 그것보다 좀 더 들어왔지만 목표를 그렇게만 잡았고 아주 미니멀한 선거 운동을 하려는 철학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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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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