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누리 교수의 한국사회 직격 "코로나 옐로우" 개념 설파

배너
배너

3가지의 코로나 옐로우
사회적 가치를 결여한 사회(Society without the Social)
공적 가치가 부재한 나라(Republic without the Public)
생태적 감수성과 생산력이 없는 경제체제(Economy without Ecology)

[평범한미디어 천양원 기자] 코로나 시국 1년 5개월째.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김누리 교수(중앙대 독어독문학과)는 "코로나 옐로우"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행간이 있는 걸까.

 

지난 4월27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동당 중앙당사에서 개최된 김 교수의 강연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정리해봤다.

 

 

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사회적 경고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크게 3가지의 코로나 옐로우를 제시했다. 그것은 사회적 가치를 결여한 사회(Society without the Social), 공적 가치가 부재한 나라(Republic without the Public), 생태적 감수성과 생산력이 없는 경제체제(Economy without Ecology) 등이다.

 

우선 김 교수는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안전해야 된다는 것이 전제"라며 그것이 코로나 사태가 말하는 궁극적인 경고라고 설파했다. 반대로 보면 그동안 한국 사회는 그런 공동체적 인식이 점점 희박한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공동체적 정신이나 사회적 가치가 한국 사회처럼 결여된 곳이 없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지표의 거의 대부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사회관계지수'라는 통합 지표 중 하나인 '타인에 대한 신뢰도' 부문에서 한국은 압도적으로 최하위 수준에 있다. 김 교수는 "소셜이라는 말이 불온시 된 사회"라고 묘사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저서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에 대해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가 심각한 공동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베라르디의 진단을 언급하며 독일어로 asozial(아조찌알) 즉 반사회적인 사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 교육, 코로나 재정 투입 등 여러 사례를 거론했다.

 

코로나 초창기 대구의 위기를 복기해보자. 그 당시 코로나에 취약한 시민들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던 이유는 '의료의 공공성'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의 공공 병상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의료보험 후진국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조차 공공병상 비율이 20% 정도다. 

 

교육 부문에서는 사립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의 사립대 비율은 85%다. 반대로 독일은 국공립대 비율이 95%로 우리와 정반대다.

 

 

코로나는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를 헐겁게 만들었다. 국가는 이들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와 독일 정부의 선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GDP 대비 3분의 1에 달하는 1350조원을 긴급대응예산으로 편성했다. 재원 마련의 20%는 국가 부채다. 메르켈 총리는 그렇게 마련한 재원의 90%를 임대료와 인건비 지원에 투입되도록 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발 재난으로 인한 독일 국민의 피해는 철저히 국가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들의 관행을 답습하며 소극적인 지원으로 일관했다. 여전히 이웃돕기 성금 등 신파 전략이 동원됐고 착한 임대인 운동이 부각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가 부채비율 40%대를 고집할 때 시민들은 은행빚을 얻는 등 각자도생으로 내몰렸다.

 

4.7 보궐선거의 결과를 목도하며 김 교수는 매우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구호를 외쳤다. 김 교수가 보기에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그 구호가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거대 양당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위기로 전국민의 3분의 1이 생존 위협에 내몰리고 그야말로 절벽에 있는데 거대 기성 정당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나도원 노동당 부대표는 3월30일 개최된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지금 진행 중인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시장배 뒤로 달리기 대회를 보는 듯 하다. 누가 더 퇴행적인지 열렬히 경쟁하고 있다"며 "각자 뒤로 자빠지는 거야 자유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생겼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방안들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후보는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로 되돌아가 민간 중심 즉 토건 자본 중심으로 도시를 헤집어놓겠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박영선 후보도 공공에서 민간, 자본 중심 개발로 옮겨 타려 한다"며 "뉴타운이다 뭐다 하는 재건축 재개발 때문에 동네는 사라지고, 원주민과 세입자는 쫓겨나고, 소중한 분들이 망루에서 죽어간 참극도 다 그런 식의 도시개발 때문이었다"고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한국 경제체제의 야만성과 생태 위기를 환기했다.

 

즉 한국 경제는 "생태적 안정과, 풍요로움을 위한 상상력과, 그런 생산력과 감수성을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획일화를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단 하나의 관념과 논리로만 세상과의 관계맺기 방식을 재단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유럽에서 불고 있는 '플라이트 쉐임 운동(Flight Shame)'을 거론했다. 플라이트 쉐임 운동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탄소 배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비행기를 타는 것에 부끄러움을 갖자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유럽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기후위기에 민감하고 그런 인식이 상식이 됐다. 독일인의 약 80%는 플라이트 쉐임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행기는 오직 항공 산업의 호황과 불황 등 오직 경제적 관점에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교수는 한 마디로 한국을 "기후 깡패"로 묘사하며 "국제 무대에서 탄소 배출량을 합의해놓고 OECD 국가들이 감축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배출량을 25%나 늘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UN에 탄소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기후위기 문제에서 가장 무책임한 국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에서는 기후위기를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는 녹색당의 당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다가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 주도로 연립 정부(사회민주당과 좌파당)가 구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코로나로 인해 기후위기 담론이 더욱 확장되긴 했지만 그전부터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연일 성장세였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계열 정당들은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작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도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국 녹색당은 작년 총선에서 0.21%(5만8948표)에 그쳤다. 

 

그래서 김 교수는 오는 9월 "문명사적 전환의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며 생태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