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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토크] “혼자 있으면 안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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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 밥을 먹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밥을 먹어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구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에 대해 들어보면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 수 있다. 그런 취지에서 평범한미디어는 음식 대담을 기획했다.

 

지난 10일 저녁 광주시 동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30대 남녀 3명이 모여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대담을 마치고 소감을 밝힌 김지민씨(가명)는 “오늘 좀 슬펐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를 위해서 맛있는 걸 먹는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 누군가와 함께를 항상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먹고 준비하고 난 나를 좀 챙기지 못 했네? 약간 이런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데 지금 돌아보면 이게 나구나.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그 사람들과 맞춰서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걸 오늘 이야기하면서 알아가지고 되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지민씨의 식습관은 인간관계에 맞춰져 있다.

 

지민씨는 “집에 혼자 있으니까 안 먹게 된다. (2년 전 어학 연수 갔을 때) 친구들과 같이 살았는데 그때는 애들이랑 아침마다 꼭 시리얼에 냉동 과일을 넣어 먹었다”며 “(귀국해서) 혼자 살게 된 뒤로는 안 먹게 되더라. 막 일어나서 입맛이 딱히 없기도 하다. 회사에서 11시반 즈음 점심을 일찍 먹어서 괜찮다. 회사에서 간식도 먹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을 안 만나면 잘 안 먹게 되는 건가?) 맞다. 내가 남자친구가 없었을 때 실제 안 먹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으니) 다시 쪘다”고 덧붙였다.

 

 

문희현씨는 식탐이 좀 있다.

 

희현씨는 “오늘 아침을 안 먹었는데 원래 건강을 이유로 좀 거를려고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해서 공복시간을 16시간 이상 유지하는 게 있다”며 “오전이나 점심까지 힘쓰는 일이 있는 게 아니면 가급적 안 먹으려고 한다. 식욕이 상당한 편이라 원래 일주일의 절반 정도는 (아침을) 먹는다. 그러나 안 먹는 것이 목표다. 너무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급적 아침과 저녁 둘 중 하나는 건너뛰려고 하는데 잘 되지는 않는다. 세끼를 다 먹는 게 일주일에 5일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탐이 강해서 의도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희현씨에게도 사연이 있다.

 

희현씨는 “어렸을 때 적자생존 환경 속에서 살다보니 그런 것 같다. 1살 위 형과 4살 아래 여동생이 있는데 부유하지 않아서 항상 어렸을 때 밥 먹을 때마다 특별히 맛있는 것들이 적다 보니 약간 쟁탈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빨리 먹고 많이 먹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풀어냈다.

 

 

Q: 점심 식사로 뭘 먹었고 누구와 어디서 먹었는지?

지민씨: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회사 인근) 군청에서 급식을 먹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식비도 절감할 겸 집에서 먹는다. 너무 편하고 살짝 일탈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요새는 집에서 먹는다. (직접 장을 보는가?) 주말에 남친과 같이 장을 보긴 하고 평소에는 그걸로 먹는데 주로 엄마가 갖다주는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점심 메뉴는?) 주로 밥과 국이 있는 한식을 먹는다. 그게 제일 먹었을 때 편하다고 할까. 먹었을 때 부담이 없다.

 

희현씨: 점심은 주로 회사 사람들과 주변 식당에서 먹는다. 식당 7~8군데를 돌아가면서. 거의 시켜먹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혼자 현장 업무를 나가곤 하는데 그럴 때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김밥이나 도시락을 사먹는다. 나도 점심 때 주로 먹는 메뉴는 한식이다. 한식이 가장 맞다. 한식을 먹어야 많이 먹을 수 있다. 양식이나 중식 같은 경우 기름기가 많아서 많이 못 먹는다.

 

이날 만남은 저녁 식사 타이밍을 넘긴 19시반에 이뤄졌다.

 

지민씨는 “요새 다이어트 한다고 평일에는 저녁을 거의 안 먹는다. 주말에 (식욕이) 폭발한다. 못 참을 때는 집에 있는 간편식을 먹는다. 오트밀, 아몬드 브리즈, 두유, 과일, 샐러드 그런 걸 먹는다”고 운을 뗐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민씨는 “사실 별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는데 딱히 (곧 예정돼 있는) 결혼도 있고 살을 빼야 한다는 건 없는데 스스로 남자친구에게 날씬하고 예쁜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약속을 잡을 때 점심인지 저녁인지 사람마다 다를텐데 희현씨는 “평일과 주말의 차이가 있다. 평일은 99% 저녁이고 주말에는 점심이 70% 정도 된다”고 말했고 지민씨는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무조건 저녁이었다. 잘 놀아야 하니까. 지금은 점심 때 만나서 저녁에는 쉬어야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민씨는 “옛날과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되고 싶고 정착하고 싶고 이런 생각과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 어렸을 때는 많이 놀았다”면서 “(약속을 잡을 때 흔히 선택하는 메뉴에 대해) 동성 친구를 만날 때는 파스타나 양식을 먹는다. 집에서 만나거나 하면 배달로 떡볶이를 먹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담 중간에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도 참석했다.

 

Q: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

지민씨: 엄마가 해준 돌솥비빔밥과 된장찌개가 그렇게 맛있다. 환장하고 먹는다. 하이라이트는 돌솥비빔밥과 계란 후라이다. 된장찌개에 들어 있는 두부가 그렇게 맛있다.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난다. 사실 우리 엄마는 세상 간편하게 대충 만드는데 난 그게 그렇게 맛있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 하는데 (내게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엄마 버프인 것 같다. 작년 2월말 귀국하고 너무 먹고 싶어서 엄마한테 바로 해주라고 했다.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인가?) 맞다. 사실 나는 귀국한 뒤 맨날 국밥만 먹었다. 국밥이 너무 맛있다.

 

희현씨: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다. 지져서 먹는 고기가 상당히 맛있다. 친구나 회사 사람들과 같이 먹는다. 삼겹살 외에는 참치찌개를 그나마 무난하게 잘 먹는다.

 

윤 기자: 육류를 다 좋아한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다 좋다. 그중에서는 일단 한국인에게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소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꽃등심?) 그렇다. 할 수 있으면 (삼시세끼 전부) 고기를 포함시키려고 한다. 남자들은 의례 성장기 때 뒤돌아서면 배고파질 그런 나이이지 않은가. 돌도 씹어먹을 나이인데 그때 고기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포만감도 있지만 특유의 고소함이나 씹는 식감이 좋다. 김치와 같이 먹어도 맛있고. 나는 개인적으로 홍어도 좋아한다. 홍어에다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 이렇게 삼합하면 정말 좋다.

 

중요한 미팅이나 공을 들여야 하는 식사 자리가 생겼을 때 직접 예약을 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는데 셋 다 “무난한 한정식집”으로 일치했다.

 

윤 기자는 “중요한 거래처나 이런 곳이라면 제일 무난한 곳은 한정식집이고 고급 횟집도 괜찮을 것 같다. 누구를 모실 때라면 호불호 갈리는 것은 못 할 것 같다. (혹시 좋아하는 여자와 첫 데이트를 한다면?) 무난하게 파스타집을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간식거리에 대한 취향은 제각각이었다. 지민씨는 20대에 “밥먹고 나면 항상 과일빙수를 먹었다”고 했고 희현씨는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과자 한 두봉지 사서 먹고 집에서 맥주를 먹을 때 곁들여 먹는다”고 했고 윤 기자는 “감자칩이나 프링글스처럼 짭짤한 걸 좋아하고 한 번씩 단 게 땡기면 초코과자나 와플을 한 번씩 먹는다”고 했다. 다들 빵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야식과 라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지민씨는 “20대 때는 야식을 즐겼으나 30대 때는 안 먹는다. 건강에 해롭다. 사실 지금 (라면이) 땡긴다. 한 번씩 라면이 확 땡길 때가 있다. 나는 너구리를 좋아한다. 컵라면은 육개장이 좋다”고 말했다.

 

희현씨는 “야식을 즐기진 않지만 자기 전에 맥주 한 캔과 과자 몇 조각 정도는 먹는 것 같다. 살짝 알딸딸한 취한 느낌이 좋다”며 “라면은 간간이 먹는다. 주말에 밥 하기 귀찮을 때 라면으로 대신한다. 평일에 과자를 사러 가기 귀찮을 때는 생라면을 깨 먹는다. 라면 3~4개 정도는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기자는 라면 매니아다.

 

윤 기자는 “잠을 늦게 잔다. 솔직히 배고파서 야식을 자주 먹는데 라면을 많이 먹고 치킨이나 피자도 자주 시켜 먹는다. 큰맘 먹고 족발이나 보쌈을 시킬 때도 있다. 한 번씩 밤 늦게까지 기사를 쓰다가 고단하면 마트에서 막걸리를 사와서 한통씩 마시면 참 좋다”며 “나는 (라면 종류) 로테이션을 돌린다. 한 종류만 먹으면 질리니까. 삼양라면이나 안성탕면을 좋아하지만 얼큰할 걸 먹고 싶으면 신라면 먹고 하얀 국물이 먹고 싶으면 나가사키를 먹는다”고 말했다.

 

Q: 가장 싫어하는 음식과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

지민씨: 뻔데기를 안 먹는다. 모양 때문이다. 맛도 없는 것 같다.

 

희현씨: 역한 냄새나는 것들이 싫은데 대표적으로 홍어다. 홍어는 한점 정도 먹을 수는 있는데 아직까진 싫어한다. 암모니아쪽은 어렵다.

 

윤 기자: 굴을 싫어한다. 어렸을 때 먹었는데 가래씹는 느낌이 들었다. 식감이 비리기도 하고. 웬만하면 다른 건 다 먹지만 굴은 안 된다.

 

 

대담 말미에 음식을 선택할 때 ‘맛’이 중요한지 ‘건강’이 중요한지 물어봤다.

 

윤 기자는 “모 방송에서 그런 걸 본 적 있다. 밀가루와 고기를 끊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만 그걸 끊으면 오래 사는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며 “사실 건강보다 맛쪽인데 최근에는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도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희현씨는 “건강이다. 혼자 먹으면 건강인데 같이 먹으면 맞추다 보니 그냥 시키는대로 먹는다”며 “음식이 약간 딜레마 같다. 이게 우선 건강 위주로 먹으려고 하는데 맛있는 거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게 적다 보니 맛이 땡길 때가 많은데 건강과 맛 사이가 항상 약간 딜레마 그런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민씨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기왕이면 건강에 좋은 걸 먹으려고 하는데 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가 다른 참석자의 답변을 듣고 “맛으로 바꾸겠다. 건강식이 맛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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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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