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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초면인 당신과 친구인가요? '장애우(友)' 아니라 '장애인(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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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라는 표현은 건방지고 폭력적인 단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장애인복지법 2조 1항에 따르면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인"이란 표현이 공식 용어로 정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을 지칭할 때는 공식적으로 "장애우"라고 하면 안 된다. 장애인이라고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공공연하게 장애우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때 장애인에 대해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때가 있다.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마치 "너는 장애를 가졌고 불쌍하니까 우리가 친구가 되어줄게"라는 동점심의 내포와 함께 "너와 나는 동등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들린다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친구와 지인을 가려 사귈 권리가 있다. 비장애인들은 초면에 만남을 가질 때, "우리는 친구"라는 표현이나 말, 분위기를 내지 않는다. 사람이 친구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대화도 많이 하고, 같이 여가를 보내는 등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사자는 생각도 하지 않고 친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인간관계의 주도권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배려없고 무책임한 표현이다.

 

 

사실 굉장히 건방진 표현이다. 과장 좀 보태서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인 너와 친구가 되어 줄게" 이런 뜻이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장애인 입장에서는 불쾌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장애인인권법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는 지난 2019년 12월25일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서 "장애우"란 호칭이 무엇이 문제인지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내가 왜 당신의 친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이런 호칭이 관계를 강제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볼 지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구청에서 행사를 하는데 30대 젊은 사회자가 무대에서 80세가 넘은 고령의 장애인 할아버지에게 "장애우. 올라오십니다"라는 무례한 언사를 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불쾌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사례를 제시하며 "나는 따뜻한 의도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수용할 수 없다면 그 단어나 말은 쓰면 안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호칭보다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더 좋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상무점에서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표기를 "장애우"로 해놓아 광주 지역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롯데마트 상무점은 부랴부랴 시정 조치를 취했다.

 

본지 기자가 21일 오후 해당 롯데마트 상무점에 방문해서 직접 확인했는데 급하게 "장애우"란 표기를 교체한 티가 역력했다.

 

 

최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도 "퍼피워커"(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돌봐주면서 일정 기간 훈련시키는 자원봉사자)의 예비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여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트, 공공장소, 식당 등에서 일반 반려견의 출입은 재량에 따라 제재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안내견의 입장은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현행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정당한 사유"없이 출입을 막을 경우 명백한 불법이다. 경우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롯데마트측은 장애인 인권 감수성의 관점에서 매장 경영 방침을 꼼꼼하게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아직 공공 장소 곳곳에서는 "장애우"라고 표기된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장애우란 표현을 보면 적극적으로 제보에 나서서 장애인들의 기분이 얹짢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장애우와 같은 유사 사례들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장애인들을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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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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