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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휘 공동대표 인터뷰③] 탈탄소? “결국 일을 과거보다 좀 덜 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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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김찬휘 신임 녹색당 공동대표와의 전화 인터뷰 마지막편은 정책과 비전에 대한 것들이다. 정책과 비전은 현실가능성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원외정당 녹색당 입장에서 필히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내년 큰 선거가 2개나 있기 때문에 선거판에서 기후위기 담론을 최대한 확장시켜야 한다. 

 

 

김 대표는 5일 오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미래당 만날 때 굉장히 좋았다. 오래 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1시간 동안 쉴새없이 대화를 나눴다. 다른 정당들 만날 때도 다들 특색이 있었다”고 후기를 들려줬다.

 

김 대표와 김예원 공동대표는 지난 7월13일 당선이 확정됐고 곧바로 정의당을 예방했다.

 

김 대표는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과 3석 정당(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을 제외하고 △정의당 7월16일 △기본소득당 7월19일 △진보당 7월20일 △노동당 7월20일 △미래당 7월20일 △사회변혁노동자당 7월27일 △뉴웨이즈 7월29일(젊치인 발굴 및 육성) △여성의당 7월30일 △정의당 대선준비단 연속세미나 8월12일 △시대전환 8월13일 등 원내외 진보정당들과 관련 단체를 틈틈이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민주노총(7월23일)과 전국금속노동조합(8월11일) 등 노동계와도 소통했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노동자의 문제와 기후 문제가 연결되는 지점이 넓어졌다”며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중산층적 의제가 아니냐며 관리를 덜 했는데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석탄 발전을 중단해야 하고 2050년 탄소제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대량 해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위사업장 문제로만 해고 문제를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김 대표가 설파하는 정책과 비전이 펼쳐진다. 노동시간 단축, 기본소득, 기후위기가 “정의로운 전환” 아래 하나로 수렴된다.

 

김 대표는 “정의로운 전환이 이번에 추미애 후보(8월4일 에코정치 공약 발표)가 했듯이 일자리 교육시키고 하는 식으로는 갑자기 생활수단을 잃어버릴 노동자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아주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어떤 업계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에 하던 일을 다른 곳에서 똑같이 하던 것이 전환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탈탄소라는 것은 결국 일을 과거보다 좀 덜 하자. 성장만능주의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출장 등 이동이 잦아지고 비행기와 자동차를 더 많이 타게 된다.

 

김 대표는 “성장을 계속하려면 더 많은 전기를 써야 하고 산업체에 지금처럼 싸게 공급해야 하고 더 많이 쓰라고 부추기게 되고. 이런 걸 줄이지 않으면 석탄이나 LNG 발전으로부터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효율이 아직은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값이 올라가게 되고 올려야 되는 것이고 그래서 노동시간의 단축이 정의로운 전환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도 22일 출고된 한겨레 기고문에서 “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가. 긴 노동시간이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인간은 쉬지 않고 오래 일할수록 아프고, 다치고, 금방 죽는다. 이미 수많은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며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체감하는 진실이다. 19세기 산업사회의 노동시간은 연 3000시간이 넘었으나 오늘날 독일, 프랑스의 경우 절반인 1500시간 이하로 줄었다”고 환기했다.

 

 

일을 안 하면? 임금 노동이 줄어든다. 기본소득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 대표는 “기본소득 문제와 당연히 연결될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유럽에서 처음 생태주의자 앙드레고르가 처음 이야기를 했다”며 “앙드레고르가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고 그걸 기초로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니 예컨대 80만원 준다면 80만원 정도의 일을 덜하게 되는 전사회적인 여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간 줄이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고 GDP 만능주의와 성장주의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만나기 어려운 탈성장, 기본소득, 기후위기, 일자리 문제 등이 만나게 되는 지점이 형성되고 있다. 기본소득론자가 일자리 문제를 경시하거나, 노동계가 기본소득을 경시하는 등 이런 태도를 버리고 이런 걸 다같이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이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실제 그 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

 

현재 진보진영 전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에 반기를 드는 흐름과 맞물려 반기본소득 세력이 커져가고 있는데 녹색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요즘 김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따릉이를 타고 있는 모습을 자주 업로드하고 있다.

 

기후위기 이론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한데 배우 박진희씨와 같은 행보가 의미있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개인적 실천의 문제로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걸 통해서 공감대를 넓히고 공론장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걸 통해서 사회 구조를 다시 바꿔볼 수 있는 놀이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건 문제도 그렇게 봐야 한다. 비건을 하는 사람이 늘게 되면 그런 걸 통해 육식의 문제,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무조건 싸게 공급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돌아와서 어찌됐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다른 정당들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텐데 대원칙 같은 것이 있을까.

 

김 대표는 “선거 조직을 만들고 당내 토론을 해봐야겠지만 조심스럽게 개인 의견을 말해보고자 한다”면서 “환경부장관을 녹색당에게 준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이게 단순히 환경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 프레임을 바꾸고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처럼 연립정부 할 때 이 장관 저 장관 달라는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라며 “제1의 슬로건 기후위기 대응이 제일 중요하고 그게 아니면 선거 연대가 어렵다. 그것의 세부 내용에 있어서 어느정도까지 양보하고 중간 지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내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고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대를 하려면 독자행동도 가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 프라이데이스 포 퓨처 3F라고 하는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정기 집회가 매주 열리고 있다.

 

김 대표는 “매주 금요일마다 기후 관련 집회를 한다. 우리도 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전에는 정의기역연대의 여러 행동들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정의연이 수요집회를 수십년간 한 것은 조직적 행동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그런 수요집회처럼 우리도 기후위기 관련 금요집회를 매주 하면 어떨까. 우리가 총대를 매고 시작해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다양한 관련 단체들과 연대의 폭을 강화하고 이번주에 우리가 했다면 다음주에 그쪽이 맡아달라. 이렇게 주관단체도 변경해가면서”라고 풀어냈다.

 

“그렇게 2~3명에서 10만명으로 가고 100만명으로 가면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코로나라 당분간 어렵겠지만.”

 

 

결국 탈원전과 탈탄소는커녕 여전히 성장주의에 빠져 있는 민주당을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김 대표는 송영길 대표가 되려 “전기 사용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점을 환기하며 과거 유럽 배낭여행 당시 기화열로 온도를 떨어트리는 대신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독일역 사례를 거론했다.

 

김 대표는 “독일 평균 기온이 좀 낮긴 하지만 어떻게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며 “성장주의적 담론에 빠져 있는 사고방식”에 주목했다.

 

적어도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표현 자체를 탈성장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기존의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이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민주당을 설득해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이 틀렸다. 성장은 GDP 성장인데 가사 노동과 행복의 증가 등과 같은 것과는 무관하다. GDP는 그것과 반대다. 차라리 (질적 성장과 같은) 대안적 GDP를 내세웠어야 했다”며 “많은 국민들이 성장이란 말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뭔가 성장을 반대하면 갑자기 나라가 죽어가는 것 같고 도탄에 빠지고 빈곤국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기본소득만 갖고 GDP 안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가 2년째 최저임금 올렸다가 성장이 안 일어나게 되면서 3년차에 봉착했던 잘못된 것들을 또 되풀이하게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재벌들 만나고 이재용 부회장을 열 번 넘게 만나지 않았는가. 삼성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갈 주축이라고 생각하면서. 왜냐면 소득주도성장이란 슬로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결국 성장을 해야 해서 자승자박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탈성장을 선명하게 내세우진 못 하더라도 기존의 성장주의가 갖는 문제점을 같이 강조해본다면 기본소득이 맹목적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은 원체 기본소득 담론은 성장과 연결돼 있고 기후위기는 탄소세랑만 연결돼 있다. 이게 좀 아쉽다.”

 

김 대표의 정책 비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매거진닷킴과의 인터뷰([피플닷킴] 김찬휘 녹색당 대표 “기후위기 극복 위해 연대 앞장”)를 참고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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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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