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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중독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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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도 많은데 다섯 번이나 한 것은 누가 봐도 악질 상습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아찔한 음주운전으로 다섯 차례나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또 다시 음주운전을 한 30대 A씨가 결국 감옥으로 갔다. 지난번에 실형을 살았음에도 출소 후에 또 저지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포함하여 적발된 것만 다섯 차례지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을 포함하면 수십 차례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한 번 걸리는데 스무번의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A씨는 작년 4월19일 오전 8시30분경 혈중알코올농도 0.093% 면허취소 수준으로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A씨는 완전 인사불성 상태로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면 도로까지 무려 약 20㎞ 구간이나 목숨을 건 질주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운이었다. 워낙 비틀비틀대서 주변 차량이 음주운전 의심 차량으로 신고를 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다섯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처벌받았지만 음주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음주운전 중독자나 다름없다. 사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상습범이라고 할 수 있다. 2회 이상만 해도 상습범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섯 번이나 했다는 것은 상당히 악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항소심 재판부(춘천지방법원 형사1부 김청미 부장판사)에서는 A씨가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진술해도 믿지 못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도 세 번이나 허언을 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 가해자는 무려 여섯 번이다. 재판부에서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1심에서 A씨는 범행에 쓰인 차량을 처분하여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어느정도 정상참작을 받아 벌금형을 선고받았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6년에도 음주운전 범죄로 재판을 받으며 다시는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오로 차량을 매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실형을 받고 복역을 마친 후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차량을 매각해봤자 다시 구입하거나 렌트하면 그만이다.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친구 차를 탈 수도 있고 쏘카로 빌려 탈 수도 있다. 본인 소유의 차량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데 그동안 반복해온 A씨의 패턴을 살펴보면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을 처분했다는 A씨의 어필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김청미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실 음주운전 범죄는 한국 사법부의 관성으로 볼 때,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지 않는 이상 감옥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 중대함이 양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배우 채민서씨도 크고 작은 음주운전을 무려 네 차례나 저질렀지만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채씨는 2019년 3월경 네 번째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채씨는 당시 앞차를 들이받았는데 혈중알코올농도 0.063%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채씨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숙취운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게 통했는지 채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재판부는 상대 운전자의 부상이 경미한 점과 채씨가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이같이 선고했다고 한다. 채씨의 네 번째 음주운전 범죄는 2019년 6월부터 시행된 윤창호법 이전에 일어난 것이라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24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현재 음주 전력이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면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가중 처벌된다"며 "이번 사건처럼 음주운전자들 중에서 차량 매각을 통해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양형을 받으려 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것만으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서 (그러한 퍼포먼스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면서 "그나마 이번 사건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었는데 가해자는 그 전에 실형을 받은 경력이 불리하게 적용되어 당연히 이번 사건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라고 해설했다.

 

2019년 6월부터 시행된 제2의 윤창호법은 상습 음주운전 범행을 막기 위해 기존의 삼진아웃제에서 강화된 이진아웃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진아웃제는 형사상, 행정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형사상 이진아웃제도는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처벌하는 제도다. 그리고 행정상 이진아웃제도는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행정처분(정지 또는 취소)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3%이상)으로 적발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하여 2015년 12월15일 방영된 MBC <PD수첩>에 출연한 허억 교수(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는 "차라리 단속에 걸리면 내가 앞으로 몇 개월간 운전도 못 하고 음주운전하니까 단속에 걸리는구나 생각하는데. 단속에 안 걸리니까 이런 식으로 나는 운이 좋아서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운이 나빠서 안 걸리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계속 안 걸리면 결국 사고날 때까지 한다. 오히려 단속에 걸리는 것이 운이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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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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