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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침대 옆에 ‘석유난로’ 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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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가족 3명 목숨 앗아간 화재 참사
금고 3년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겨울철 아무리 추워도 난로 등 난방시설을 켜놓고 잘 때는 안전조치를 철저히 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과실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지난 1월31일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의 모 주택재개발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그 결과 필리핀 일가족 3명(70대 여성/9살 여아/7살 남아)이 목숨을 잃고 1명(30대 여성 B씨)이 화상을 입었다. 주택 20여채가 촘촘하게 들어선 구역이었는데 소방차가 진입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만큼 허름한 달동네였다.

 

불을 낸 과실범은 일용직 노동자 60대 남성 A씨였다. A씨는 그날 새벽 3시 즈음 석유난로를 켜놓고 잠들었는데 △침대에서 불과 30cm 떨어진 방바닥에 난로를 놔둔 점 △뒤척여서 난로를 건드린 점 △그 난로불이 솜이불에 닿게 만든 점 등 중대한 과실범죄를 저질렀다. A씨는 기초연금 수급자로 10여년 전부터 친척 명의의 빈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못 한 국가 공동체의 문제도 상당하겠지만 A씨의 법적 책임 역시 무겁다. 법원은 A씨를 감옥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24일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이지수 판사는 중실화 및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가정 형편과 경제적 사정 등 개인사를 살펴보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웃들은 주택 전소 또는 일부 소훼 피해를 보았고 무엇보다 일가족 3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B씨는 눈앞에서 자녀 2명과 어머니를 잃게 돼 남은 평생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이 과실범이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처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감옥에 가두는 형벌이란 점에서는 같다. 다만 금고형은 수감 이후 강제로 노역을 부과하지 않는다. 금고형은 파렴치범으로 분류되지 않는 정치범, 사상범, 과실범 등에게 주로 선고되는 형벌이다. 물론 교도소에서의 노역이 나중에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훈련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고를 받은 죄수도 자기 의사에 따라 노역을 할 수 있다.

 

금고형은 A씨에게 줄 수 있는 적합한 처벌이었던 것이다.

 

 

10년 전 한국인 남편 C씨를 따라 국내로 들어온 B씨는, 5년 전쯤 원주에 정착했다. 작년 B씨는 고국에 있는 어머니를 데리고 왔지만 다니고 있던 플라스틱 공장에서 코로나발 해고를 당했다. C씨는 코로나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용접 일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고 오랫동안 집을 비운 상태였다.

 

A씨는 감옥에 갔고, B씨는 어머니와 어린 아들딸을 한 순간에 잃었다. 한국 사회는 이들의 비극을 그저 뒷짐지고 방치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24일 출고된 민중의소리 칼럼(원문 읽기)을 통해 “개발로 인한 강제 퇴거를 계속 승인하는 사회. 집 답지 않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 이게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며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끝내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다. 반복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빈곤과 불평등한 사회, 실패한 사회정책에 의해 압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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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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