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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 뺑소니 치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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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할머니가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으로 건너가더라도 차량이 전방 주시를 확실히 했더라면 급정거를 하든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 음주운전이었기 때문이다.

 

 

40대 남성 이모씨는 7일 자정 즈음 술에 취한 채로 차량을 몰다 89세 할머니를 들이받았다. 사고 지점은 서울 강남구 청담역 인근의 한 도로인데 이씨는 횡단보도 빨간불 신호를 인지하지 못 하고 그냥 지나가던 할머니를 발견하고 멈춰서야 했지만 그러지 못 했다. 이씨는 사고를 목격하고 모여든 사람들과 여러 차량들을 지켜봤음에도 음주 사고가 들통날까봐 그대로 달아났다.

 

할머니는 인근에 살고 있었는데 밤 산책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흔번째 생일(8일)을 앞두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시내버스 기사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급히 출동한 구조대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할머니를 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살려내지는 못 했다.

 

이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음주 뺑소니 치사범’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씨는 범죄 현장에서 150미터 가량 벗어난 뒤 잠깐 멈췄다가 이내 다시 도주를 이어갔다. 청담역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자택까지 약 20km 이상 음주 상태로 주행했다. 강남경찰서 수사관들은 CCTV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이씨를 추적했고 새벽 4시 즈음 자택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이씨를 붙잡았다. 일단 긴급 체포를 집행했는데 8일 내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음주운전 범죄자들은 통상 1차 사고를 내고 발각 이후의 상황이 두려워 급하게 도주하다가 대형 2차 사고(음주운전 범죄자에 동생 잃은 언니 “엄벌로 위로해달라”)를 내곤 한다. 하마터면 이씨는 또 다른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 20km의 살인 운전이 벌어졌음에도 2차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66%였는데 사고 시점에서 9시간이 지난 뒤였다. 체포 직후 바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서로 이송된 뒤에 기본 조사를 받고나서야 이뤄졌음에도 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으로 취해있던 것이다. 경찰은 법적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위드마크 공식으로 이씨의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역추산할 방침이지만 사실상 이씨는 최소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들은 통상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만 나와도 “만취상태”라고 보도한다. 0.1%는 대략 소주 1병~2병을 마시고 1시간 정도 지난 후의 상태다.

 

이씨는 역시 음주운전 상습범이었다. 아직 정확하게 몇 차례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씨는 최소 세 번 이상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씨는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를 저질렀다.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특가법상 도주치사도 적용되고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둘 다 적용될 수 있다. 실체적 경합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며 “윤창호법이 3년 이상의 징역이고, 도주치사가 5년 이상의 징역인데 그러면 후자로 되는 것이고 보통 5년 이상이라는 말은 5년에서 30년 이하라는 걸 뜻한다. 결국 가장 중한 형의 2분의 1을 가중하니까 30년의 2분의 1을 더해 (5년 이상) 45년 이하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법정형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법에 나와 있는 양형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선고 형량은 이보다 턱없이 낮다. 판사들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에 발목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위 권고사항으로) 윤창호법 위험운전치사가 4년~8년이고 도주치사도 4년~8년이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서 불리한 요소가 2개 이상이면 가중해서 12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실제 그렇게 선고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교통사고 판례 데이터를 갖고 있는 정 변호사는 윤창호법 체제(2019년) 이전만 하더라도 음주 뺑소니범에 대해 “8년도 없었다. 8년이 나와도 이례적일 정도”라고 말했다.

 

양형위의 권고는 권고에 불과하다. 판사는 양형위의 권고 범위를 넘어서 얼마든지 선고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판결한 이유를 판결문에 적시해야 한다. 음주운전 상습, 치사, 뺑소니까지. 이씨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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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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