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정미 “돌봄 노동이야말로 공동체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노동”

배너
배너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 광주에서 돌봄 노동자들과 간담회 가져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돌봄 노동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와 노인을 제대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돌봄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가족 내에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고 국가적으로 돌봄 시스템을 세우고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살펴야 한다.

 

그래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중요한 것이다. 

 

얼마전 대선 출마를 결심한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는 지난 6일 광주교육청(광주광역시)을 찾아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돌봄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심상정 전 대표와 함께 정의당 대권 주자 '빅2'로 불린다.

 

 

돌봄 노동자들은 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에게 "비정규직의 설움"을 하소연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동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던 이 전 대표는 귀기울여 듣고 깊이 공감했다.

 

교육청 앞에서 시위하던 돌봄 노동자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 전 대표를 환하게 맞이했다.

 

절박한 요구사항이 오갔지만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불평등이 있다. 그런데 사실 자본주의 사회는 불평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불평등으로 패인 공간 일부를 메꿔주는 것이 복지국가 시스템이었다”면서 “그저 돈 조금 쥐어주고, 현물 지급해주고, 시설 지어주고 이런 식으로 아주 일부의 사람들이 그냥 사회에서 완전히 방치되지 않을 수준만 유지하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 복지 국가 시스템이 운영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 전 대표는 “그런 복지국가 시스템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날아오르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중앙 국가 권력이 노인에게 얼마 주고, 남성에게 얼마 주고, 여성에게 얼마 이런 식으로 예산을 쪼개고 그 쪼갠 예산안에서도 또 쪼개고, 그 사이에서 공백이 벌어지는 이런 관료적인 시스템을 가지고는 힘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역설했다.

 

 

코로나 방역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코로나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코로나 방역에 예산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립된 생을 살다가 더 이상 삶의 희망을 보지 못 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피는 데에도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곳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전 대표는 “전체적인 사회 시스템을 다 바꿀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앙에서 관료적으로 통제하는 복지 시스템을 읍면동 단위까지 확대, 마을과 동네에서 제대로 사람이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자연을 돌보는 이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돌봄 혁명”이라고 했다.

 

돌봄 혁명은 “돌봄 부정의”를 없애는 것부터 선결돼야 가능하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돌봄 부정의는 △가사 노동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급 문제  △시장 영역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돌봄 노동의 문제를 말한다.

 

 

이 전 대표는 “돌봄 노동의 가치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며 “돌봄 노동 특성상 경력이 단절된 중년 여성들이 많이 종사한다. 그러나 처우가 최저임금 밖에 받지 못 하고 지속적인 일자리가 아닌 단기 일자리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는 돌봄 노동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노동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이 전 대표는 “예전에는 몸을 쓰는 육체 노동 이렇게 힘을 쓰는 노동이 굉장히 중요한 영역을 차지했다”며 “물론 육체 노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사람을 대하는 돌봄 노동이야말로 이 사회를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노동 중 하나”라고 피력했다.

 

이어 “돌봄이라는 것은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맺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상당한 숙련이 필요한 일“이라며 “그 사람의 어떤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그것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토익 몇 점 이런 스펙보다는 차원이 다른 고차원적 노동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계속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돌봄 노동을 이 사회가 취급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 대표는 “돌봄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 평가를 다시 해야 할 시점이다. 돌봄 부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대통령에 출마한 많은 후보들이 돌봄 정책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들여다보면 수요자 중심의 정책 강화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돌봄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 존엄하게 생각하는 선상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라고 밝히며 그런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교육 공무직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농성도 하고 민주당을 초청해 논의도 했지만 교육공무직들이 만족하지 못 할 만큼 깔끔하게 해결하지는 못 해 여러분들에게 투쟁 조끼를 입게 하여 너무 죄송하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의당은 두 거대 정당보다는 그 세가 작지만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굳은 어조로 다시 한번 절치부심하는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돌봄 노동자는 이 전 대표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지표상 선진국인데 왜 자살률이 높은가?

 

이에 이 전 대표는 “우리는 절대 빈곤을 벗어났지만 아직 상대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 했다”며 “아무래도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보니까 상대적인 요소 때문에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계속해서 욕심을 낸다. 이로 인해 각 개인들이 불행에 빠지는 악순환이 있다. 이제 물질적인 교육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할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물질만능주의란 말 자체가 먼가 촌스럽다. 그러나 돈을 벌어야 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서 어떤 가치를 세워야할지 그런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돈이 없어도 도와줄 사람이 있고 믿을 사람이 있으면 살아날 수 있지만 현재는 관계의 단절도 심각하다. 성장만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지만 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제 성장 이야기만 하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그런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돌봄 노동자들은 “공무직은 아시다시피 이제 시청이나 이런 데 속하신 분들이고 교육 공무직은 교육체 아래에 속하신 분들인데 임금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환기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90% 이상인데 아직까지 여성 노동의 가치가 굉장히 저평가되어 있어서 주변에서 흔히 하는 말로 그냥 애들 학원비 벌로 나오고 그냥 잠깐 용돈 벌러 나온 정도라고 깎아내린다. 하지만 돌봄 노동자들은 본인의 임금 자체가 가정 경제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들이 일을 관두면 가정 경제가 휘청거린다. 그래서 저임금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돌봄 노동자들은 위탁이었다가 끈질긴 투쟁으로 겨우 직접 고용이 되었으나 그마저도 60%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겨우 5시간제로 국한돼 있다. 교육청에서 시험을 치르고 정당하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안정성이나 임금에서 정규직들과 격차가 나고 있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깊은 공감을 표하며 “임금 차이는 계급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헌법에 못박아야 된다고 역설했다.

 

또한 “돌봄 노동자들의 경우 방학 때 임금이 안 나오는데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방학 동안 임금을 주는 걸 아까워 하면 안 된다. 자기 계발 등 재생산의 기회로 삼아 더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범람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달리 사회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도 급변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조정될 때 극심한 갈등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정치권이 그걸 조정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사회 시스템이 전환될 때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합의가 매우 중요하며 그것를 수용할 수 없으면 결국 싸움 밖에 남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를 운영할 때 대화나 논의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히 토론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돌봄 노동자들은 돌봄 노동을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문제에 관해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학교가 애들을 돌보기에 제일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지자체로 이관될 경우 돌봄 전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그런 고용 불안정의 우려가 크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차라리 이관할거면 로드맵을 만들어 강력하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도 바쁜데 행정 업무까지 맡는다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5시간 안에 어떻게 아이도 돌보고 행정 업무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전 대표는 “노동자들의 고민을 다시 한 번 잘 살펴보면서 개선 방안을 알아보고 정책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하며 앞으로도 돌봄 노동자들의 고충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사진
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관련기사

2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