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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창호법 이렇게 바뀐다 “술에 취하면 무조건 적용” 빈틈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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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동안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죽게 만들거나 다치게 해도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5조의11 1항 위험운전 치사상)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꽤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법이 보완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0월29일 오후 국회 인근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윤창호법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곧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윤창호법에는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었는데 이제는 음주운전만 규정하는 1항을 별도로 신설해서 마약으로 인한 운전 등(2항)과 분리하기로 했다. 즉 신설된 1항에는 “도로교통법 44조 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됐다. 다시 말해 도로교통법에서 정해놓은 혈중알콜농도 0.03% 이상(면허정지)만 넘으면 무조건 윤창호법으로 의율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음주운전 범죄자가 사망 또는 상해 피해를 야기하더라도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부분에 해당되지 않으면 처벌 수위가 약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치사상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했다.

 

①윤창호법 위험운전치상은 징역 1~15년이고, 치사는 징역 3년~무기징역

②교특법상 음주운전치상과 치사는 일괄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무엇보다 객관적인 음주 수치 기준과는 무관하게 현장에 출동한 경찰 수사관이 최초 목격한 가해자의 음주 상태로 법 적용이 천차만별로 이뤄졌다. 이를테면 사망 사고를 낸 음주운전 범죄자의 알콜농도가 0.08%를 넘어도 얼굴이 안 빨갛고, 혀가 안 꼬였고, 비틀대지 않고, 횡설수설하지 않는 것 같으면 윤창호법이 아닌 교특법이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벌받는 것이다. 반대로 수치는 0.06%라도 뭔가 많이 취해보여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인 것으로 판정되면 윤창호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2019년 3월 대구 달성군의 모 도로에서 술에 취한채 볼보 대형 트럭을 몰다가 앞서 가는 포터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박아 1명을 사망케 하고 2명을 다치게 만들었던 피고인 A씨는, 알콜농도 0.068%에 불과했지만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그러나 작년 11월 경기도 용인에서 오토바이 음주운전을 자행해서 40대 여성 안선희씨에게 치명적인 장애를 입힌 20대 남성 손모씨는 0.083%였음에도 윤창호법을 피해갔다. 왜? 경찰이 봤을 때 손씨는 비교적 멀쩡하게 진술서를 작성하는 등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희씨의 여동생 안승희씨는 평범한미디어에 이러한 윤창호법의 취약점을 호소했고 법원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평범한미디어는 2018년 당시 윤창호법을 대표발의하고 통과시킨 하태경 의원실에 이러한 문제점을 전달했다. 의원실은 법제처와 국회 입법조사처 및 소관 상임위 전문위원들에게 문의하고, 헌법재판소 판결과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서 보완 법안을 완성했는데 당초에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08%가 넘었을 경우에 한해 윤창호법이 자동 적용되는 쪽으로 기울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 사례 등 가해자의 알콜농도가 0.08%에 미치지 못 하였지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윤창호법으로 다스리지 못 하게 된다. 평범한미디어는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그에 준하는 경우에도”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고 이를 의원실에 전달했다. 허나 의원실은 특정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법률의 특성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전문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면서 0.08% 보다 낮은 알콜농도까지 포함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원실은 10월말에 이르러 음주와 마약을 나눠 별도로 적용하는 전향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고, 정 변호사는 이러한 방향에 대해 “획기적인 발상”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제 음주운전 범죄자들이 로펌을 통해 교특법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행태가 원천 차단될 수 있다.

 

물론 음주측정을 거부한 장용준씨(래퍼 노엘) 사례처럼 음주 수치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윤창호법에 도로교통법 148조의2 2항(음주측정 거부죄)을 위반한 사람도 포함될 수 있도록 추가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음주측정을 거부할 경우에 0.2%의 알콜농도로 간주하는 소위 ‘노엘 방지법’을 최근 발의했다.

 

현재까지 의원실은 이 대목에 대해 상임위 논의 과정을 통해 좀 더 심도있게 검토해볼 부분이 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평범한미디어는 윤창호법 보완 입법과 관련하여 故 윤창호씨 친구들, 쩡씨 친구들, 햄버거집 사건 부모 등 주요 음주운전 사건 피해자들의 의견을 구했고 관련 법 개정에 함께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오는 15일 14시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실과 음주운전 피해자들이 합동으로 윤창호법 보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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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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