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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어 터미널 일대 살리기 위해 "우리는 침수돼도 상관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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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정수현 기자] 상습 침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화정동 서석고등학교 인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20년 이상 침수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 지역은 지대가 낮아 오수와 폐수가 흘러넘치는 등 온갖 침수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작년 여름 다섯 차례에 걸쳐 침수가 발생함에 따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주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힘을 모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광주시와 서구가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 등 피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긴 했지만 의견 대립과 입장 번복 등 지지부진한 과정이 계속됐다. 관련 공사가 확정되기도 했지만 막상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매주 집중행동을 통해 시와 구의 즉각적인 침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서석고 인근 침수 예방을 위해 총 10억원을 투입해서 '수플라워'에서 '정권율 외과'까지 230미터 구간을 손볼 예정이었다. 주민대책위(농성동‧화정동 침수피해 주민대책위원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상무대로를 횡단하여 군분2로 D1800mm 관로와 연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상무대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군분천 교량구간 교각을 처리하지 않아 매해 10톤 이상의 쓰레기가 적체되고, 군분천 3열 하수박스가 강문외과 앞에서 기형적으로 매설되어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시의 계획처럼 구‧군분교 날개벽에 최종 하수배출구를 설치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역류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상무대로 횡단 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구는 주민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여 현장 점검까지 진행했지만 아직 그 어떤 공사도 착공되지 않고 있다. 하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상무대로 횡단 우회관로 공사를 해야 하지만 언제 시작될지 기약이 없다.

 

보다 못 한 주민대책위는 지난 9월 마을에서 서구청까지 1.7km ‘오체투지’ 항의 행진을 벌였다. 서구는 그제서야 '곧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제시하며 봉합에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 광주시의 어이없는 내부 판단이 공개돼 파장이 커졌다. 주민대책위의 요구에 따라 상무대로 횡단 공사를 하게 될 경우, 군분2로 하류 쪽이 침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금호그룹 광주종합터미널(유스퀘어) 일대에 침수가 일어날 수도 있어서 공사를 못 해주겠으니 '너네가 계속 침수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서석고 인근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광주시는 지난 10월8일 민관회의에서, 통수효용성과 지하철 구간의 구조 검토(구조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하는 데만 예산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박형민 주민대책위원장은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농성동과 화정동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4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광주시는 서구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예산을 지원하겠다 했지만 정작 결과가 나오자 입장을 바꿨다”며 “얼마 전에 광주시가 서구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하류 침수 문제가 없으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공문의 기본 방침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시는 여전히) 하류 침수 문제가 없다는 용역 결과와 지하철역 쪽을 지나가는데 지하철에 문제가 없다는 구조검토서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환기했다.

 

사실 서석고 인근과 터미널 일대 둘 중 한 곳이 무조건 침수 피해를 당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해결책이 없지 않다.

 

박 위원장은 "하류 침수를 우려해 상류를 침수시키는 이러한 침수관리 방식은 유사 이래 없었다. 저희는 일단 물을 흘려 보내고 하류 쪽에서 새로운 관로를 신설하든지 침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시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저희들 주장이 틀렸다면 틀렸다고 맞았다면 맞았다고 반응을 해야 하는데 반응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저희는 저희 주장에 문제가 있으면 형사고발을 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그저 오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에 "의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다. 저희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서석고 일대는 다른 곳보다 지대가 낮아 논란이 일기 전부터 여러 번 대책을 위한 자문회의를 해왔다. 저희가 다른 이유로 공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추가적으로 침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 뿐"이라며 "지하철 안전성 검사 등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내년 중으로 사업 신청을 하고 진행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충분히 재고 재느라 서석고 일대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당해야만 했던 세월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런 만큼 주민대책위 입장에서 이런 광주시의 태도는 무책임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한편, 주민대책위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1인 시위와 집중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11월 중에 시청 앞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될 때까지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인데 "마을에서 시청까지 오체투지를 또 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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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여전히 '좋은 저널리즘'이라는 이상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정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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