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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이재명만 남고 기본소득 사라져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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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7년 초부터 기본소득 관련 저술 및 시민사회 활동에 힘쓰며 한국에 기본소득 이론을 도입하는 데 기여한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가 당 공식 주자로 확정됐다.

 

앞선 11월11일 오 후보는 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이로써 오 후보는 포퓰리즘 및 극우 정당을 제외한 원내외 8개 소수정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노동당/녹색당/미래당/진보당/여성의당/민생당) 중 두 번째로 공식 대선 후보가 됐다. 첫 번째는 지난 8월초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진보당 김재연 후보다.

 

 

오 후보는 4일 15시 서울 중구 유스호스텔에서 개최된 기본소득당 당원 총회 및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서 “이번 대선은 기본소득 대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후보가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가 있다. 질곡 끝에 국민의힘의 선대위 책임자로 합류하게 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이 당 정강정책에 기본소득 개념을 포함시켰던 만큼 기본소득 담론을 띄울 수밖에 없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본소득론을 어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본소득 전문가인 내가 각 정당 후보들에게 대한민국 전환의 구상이 있는지, 기본소득없이 그 전환이 가능한지 따져 묻겠다”며 “정책 경쟁은 회피하고 중도 표 계산에 몰두하는 거대 정당 후보들에게 지옥행을 고지하는 사자처럼 들이밀고 논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윤석열의 짝퉁 기본소득, 이재명의 약한 기본소득, 오준호의 프리미엄 기본소득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선이 기본소득 정책 경쟁이 되면 누가 더 주목을 받겠는가. 프리미엄 기본소득, 충분하고 해방적인 기본소득, 기본소득을 통한 대한민국 전환 방안을 제시하는 나 오준호가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기본소득 관련 저술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고,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기본소득당 창당 멤버이기도 하다.

 

2020년 3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하려 하자 오 후보는 직접 인터뷰어로 나서 “반대와 우려가 왜 나오는지 이해한다”며 “선거연합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민주당과 어떻게 같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는 정당이고 그 과제를 위해서라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만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낸 적도 있다.

 

그 이후 용 의원이 원내로 진출하자 오 후보는 의원실 비서관으로 영입됐다. 사실 오 후보는 기본소득당의 간판 인사인 용 의원과 신지혜 상임대표 등이 모두 만 40세 이상 출마 제한에 걸려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되자 대신 총대를 멘 측면이 있다. 신 대표는 올 상반기 기본소득선거기획단을 꾸렸고 전국 시도당을 돌며 당 차원의 공식 대선 전략을 고민해왔다.

 

이날 오 후보가 직접 낭독한 A4 용지 5페이지 분량의 출마선언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집권여당 대선 주자 이 후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오 후보는 이 후보가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지역화폐와 결합한 청년 기본소득 정책을 선구적으로 실시한 바 있고 지난 7월 전국민 연 100만원, 청년 연 200만원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했다”면서도 “지금 이 후보는 자기를 다 지우기로 작정한 것 같다. 국토보유세도, 기본소득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한다고 한다. 국민이 반대하면 못 한다는 말은 전기가 안 들어오면 불을 못 켠다는 말과 같다. 리더라면 비전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 후보는 지금 빠져나갈 구멍을 파고 있는 건가? 이재명의 대표 정책이던 기본소득은 마술로 사라지게 할 비둘기 같은 거였는가? 그렇게 이재명은 남고 기본소득은 사라져도 되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래서 오 후보는 “기본소득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그 어떤 정당도, 어떤 후보와도 만나겠다”며 “먼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기본소득당은 이 후보와 매우 친밀했다. 이 후보는 행정가로서 범주형 기본소득을 실행해본 경험이 있고,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 모델을 구체화했으며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기본소득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9년 연말 기본소득당이 공식 창당도 되지 않았을 때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와 단독 면담을 하기도 했고, 소위 이재명계로 알려진 유승희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남편 유종성 가천대 교수 모두 기본소득주의자다. 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 유 전 의원은 민주당 내 몇 안 되는 기본소득 의견그룹의 핵심이었다. 이 후보는 작년 연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발의하자 페이스북에서 “거침없는 열정과 소신을 응원한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했다. 올초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후보의 기본소득을 비판했을 때 용 의원이 적극 나서서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7월 이 후보가 공식 출마선언을 했을 때 용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 중 처음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께서 구체적인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면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서 기본소득은 인물론과 진영론에 빠져 있던 이번 대선 레이스에 답답함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사이다 같은 소식일 것”이라고 쌍수들고 환영하는 논평을 낸 적이 있다.

 

이어 “기본소득 동지이기도 하지만 기본소득 실현의 시기와 도입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12월 오 후보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회원의 밤에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공동으로 공로상을 수상한 적이 있고, 2019년 여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발간하는 계간 <기본소득>에서 이 후보를 인터뷰한 적도 있다.

 

특히 기본소득당은 이 후보가 유력 대선 주자로 강한 비판들에 직면했을 때도 극도로 비판을 자제했고 대장동 게이트로 논란이 거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최근 들어 오 후보는 기본소득당 당론인 국토보유세를 이 후보가 공약했다가 뒤로 한 발 물러서자 “의지가 없어진 것인가?”라고 비판하는 등 점점 이 후보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좀 벌어지자 기본소득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님, 민주당을 바꾸려면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십시오. 기본소득을 기득권에 집중된 부를 과감히 재분배하여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기획으로 받아들이십시오. 소비 진작을 위해 시민에게 돈 몇 푼 나눠주자는 식으로, 민주당 주류정치에 타협하지 마십시오. 민주당을 바꾸려면, 수도권 자산보유 계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을 움직여 국토보유세 입법에 나서게 하십시오. 산업계의 저항을 이겨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세를 당론으로 만드십시오. '선별해서 두텁게'를 내세우지만 실은 증세도 적극적 재정정책도 싫다 하는 당내 관료주의 정치인들과 싸우십시오.

 

오 후보는 “만약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실현의 의지가 아직 있다면 만나자”면서 “기본소득의 목표, 비전, 경로에 대해 1대 1 토론을 하자. 기본소득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의제를 놓고 논쟁할 것은 논쟁하고 협력할 지점도 찾자. 이재명 후보의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얼마 전 이 후보 캠프의 고문(직속 기본사회위원회)을 맡게 된 한신대 강남훈 교수도 참석해 오 후보를 격려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띄우고 있는 “공정과 상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오 후보는 “누구나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한다. 상식을 지키라고 하고 공정한 규칙을 준수하라고 한다”며 “좁은 문으로 너도 나도 달려들다 서로 짓눌리는 기회의 병목 사회에서 경쟁에 참가할 기회 평등만이 공정인가? 위계서열 사회로 들어가는 병목을 거부하고 병 바깥으로 나갈 기회도 주어져야 하지 않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10%도 안 되는 대기업과 공기업 일자리를 표준으로 놓고 경쟁의 탈락자는 잉여인생 취급하는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인가”라며 “능력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노동시장의 열악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이미 다르지 않은가? 윤석열 후보는 사법고시를 아홉 번이나 칠 수 있도록 부모가 든든하게 뒷바라지했지만 저임금 알바를 하다가 월세 방에서 잠깐 자고 지쳐서 강의들으러 가는 청년에게 과연 기회가 똑같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이렇게 국민 개개인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전국민 기본소득 월 65만원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기본소득당의 당론 월 60만원을 넘어선 액수다. 65만원으로 정한 이유는 2026년 예상 생계급여액을 기준으로 그것보다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차기 정권에서 “기본소득을 제도화하면 2033년에 1인 월 93만원, 곧 1인 가구 중위소득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늘어난다”고 공언했다. 오 후보는 이행 로드맵과 재원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총 390조원이 필요한데 △기본소득 목적세(시민세/탄소세/토지세) 도입 △소득세제의 각종 비과세와 감면제도를 축소 및 폐지 △기존 복지지출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는 “차라리 이러한 공정, 이런 상식, 이런 자긍심에 도전하겠다”며 “위계서열화한 일자리 경쟁에서 벗어날 자유, 어떤 삶을 택하든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권리를 찾자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공유부(인류의 지식/생태환경/토지환경)를 누릴 자격이 있고 공유부를 사유화해서 차지한 수익은 우리에게 되돌아와야 한다”고 설파했다.

 

기본소득당은 우리 모두가 공유부에 대한 배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임금노동 이외에도 이미 부의 생산에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은 공유부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돌봄이나 예술활동과 같은 임금노동이 아닌 다양한 노동이 존재합니다. 임금노동만이 가치 있다고 여겨지고,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면 임금노동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외될 것입니다. 또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이제는 일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하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점점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노동이 대체되는 상황에서 임금노동을 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한편, 이날 오 후보의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신 대표가 선임됐다. 공동선대위원장 겸 대변인직은 용 의원이 맡기로 했다.

 

자문위원으로는 안효상 이사장(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서정희 이사(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류보선 이사(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한인정 대표(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김신언 연구이사(서울지방세무사회), 신형철 교수(조선대 국문과), 오찬호 작가(사회학자이자 오 후보의 친동생), 윤김진서 대표(유니브페미), 신정웅 전 위원장(알바노조) 등이 위촉됐다.

 

특보단은 노동 분야 김철홍 조직국장(공공운수노조광주전남본부), 과학기술 분야 기본소득당 박유호 정책실장, 젠더 분야 노서영 베이직페미 위원장, 기후정의 분야 홍순영 어스링스위원장, 문화예술 분야 기본소득당 문현철 광주시당위원장, 청소년인권 분야 양지혜 위티 전 사무처장, 부동산불평등해소 분야 신원호 대구시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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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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