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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윤의 확신 “사회주의는 비민주적 독재 사회로 나아갈 우려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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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사회주의를 내걸고 국가체제를 정립한 곳들을 떠올리면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 등만 생각난다. 그래서 아 사회주의를 하면 독재로 가는구나? 그런 자연스러운 선입견을 갖게 된다.

 

통합 노동당 소속 이백윤 대통령 후보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진보정당 대선후보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서 “사회주의는 비민주적 독재 사회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21세기 사회주의는 20세기 초에 저발전 국가에서 나타났던 동원식 체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직접 민주주의의 취지를 거론하며 독재로 흐르는 사회주의와는 다른 길로 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후보는 “독재형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노동자, 여성, 민중이 사회 생산부터 정치까지 실질적인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사회”라며 “노동자와 민중에게 실질적인 권력이 주어질 때 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사회주의는 그걸 도와주고 보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일하는 노동자가 대다수인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면 정치적 의사결정의 주체들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대표로 내세워서 권력을 위임하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결정을 해야 한다.

 

이 후보는 “(노동자가 제대로 된 권력을 확보하는 걸) 실행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스스로 주목한 외국의 분위기를 거론하며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정당화했는데 “자본주의가 오래 발전한 유럽과 미국에서도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에서 30대 이하 세대에서 자본주의 말고 사회주의를 하자는 이런 지지가 10여년째 이어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MZ세대의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는 이미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며 “최근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한 칠레의 청년들과 민중들은 제헌의회 설립을 하자는 운동을 벌이다가 급기야 좌파 정부 친사회주의 정부의 등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탈당파가 만든 진보신당을 전신으로 하고 있는 ‘노동당’은 2008년부터 여러 부침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 정체성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당 강령으로 삼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식 정당들 중에서는 유일하다. 비등록 정당 표방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인 조직인데 2016년 생겨난 이래 노동당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가 2019년부터 두 당의 결합을 위해 나서게 된 결과 통합 노동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당명 개정의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주요 선거가 임박한 현 시점에서는 기존 노동당으로 가고 있다.

 

결국 명분 싸움이다. 케인즈식 수정자본주의 체제가 그랬듯이 자본주의는 소위 ‘큰정부론’으로 시장에 관여하는 비중을 늘려가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런 방식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연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 후보는 “청년 빈곤, 여성 빈곤, 노인 빈곤, 소득 격차, 임금 불평등, 자산 불평등 이 모든 불평등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며 “자본주의 경제위기 때마다 가끔씩 등장하는 독점 규제, 복지 강화 그리고 확장정책, 임시 일자리 제공 등 이런 정책들은 50보냐 51보냐 이런 차이만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으로는 경제위기 극복 못 하고 불평등의 해소에 사실상 크게 기여하지 못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제도권 진보정당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암이 퍼져서 죽기 직전인데 빨간약 바르는 수준으로 머물러있다”며 “불평등은 자본주의 자체가 원인인데 기본소득처럼 국가가 직접 소득을 조금 보조해주거나 지원해주는 정도의 정책만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수 재벌과 불로소득자를 위한 경제를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경제로 바꾸지 않는 한 불평등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계가 분명한 악독한 자본주의 체제를 전환시켜야 한다는 명분. 그 대의명분은 자칫 다른 가치들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회주의가 인류 역사에서 실현됐던 몇몇 사례들이 대부분 비극으로 점철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신념 윤리’의 위험성을 경계한 바 있다. 그 신념이 너무 옳은 것이기 때문에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기득권 세력의 폭압에 맞서기 위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절대선으로 상정하다 보니 그들의 행동은 언제나 견제없이 정당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이 권력을 잡더라도 그 안에서 또 기득권과 비기득권 즉 지배와 피지배는 다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고소득 임금 노동자’부터 ‘자영업자’라고 하는 복잡다단한 주체들로 세분화되어 있어서 부르주아에게 유리한 자본주의 체제가 전환될리도 만무하지만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획득하는 시대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프롤레타리아 지배자’와 ‘프롤레타리아 피지배자’로 또 다시 이원화될 수도 있다.

 

물론 이 후보도 그러한 지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는 현대자동차 본사와의 투쟁 경험 및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삶을 풀어냈다.

 

이 후보는 자신을 “2등 인생”이나 다름없었다고 묘사했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들지만 기아자동차 정규직이 아니고 동이오토 위탁 생산업체에 다니지만 동이오토 직원도 아닌 2차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왔다.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3배 많은 일을 했고 3분의 1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살았다. 일이 힘들어서 파스를 몸에 달고 살았고 내 몸에 나는 파스 냄새 때문에 버스를 타면 주변 시선을 신경써야 했다. 회사에서는 너 따위는 언제든 관둬도 상관없다는 취급을 했고 나는 2등 시민으로 살아야했다. 집에서는 귀한 자식이었지만 사회에서는 언제나 2등 인생 취급을 받는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나와 내 동료들은 그 모멸감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모멸감이 내재화된 약자들도 또 다른 약자를 만나면 갑질을 하는 현상이 있을 것이다. 이 후보는 그러한 현상 자체가 자본주의적 시스템에서 파생됐다고 봤다.

 

늘 차별받고 천대받던 내 동료들이 식당에 가면 정규직 관리자가 했던 똑같은 말투와 행동으로 식당 아주머니들을 하대했고 희롱까지 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차별적 구조가 차별적 의식을 낳고 그리고 차별과 경쟁으로 점철된 이 사회에서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이 후보는 “사회주의는 시장경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주장들에 대해 사회주의의 계획경제적 본질이 대기업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환기하며 반론했다.

 

사회주의의 핵심은 계획경제인데 그게 비현실적이다. 시장경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마존과 쿠팡 이런 데는 미리 소비를 예측하고 지역 물류센터의 상품을 가져다주는 예측 배송을 하고 있는 시대다. 자본은, 자기 이윤을 위해서라도 이미 계획경제로 상당 부분 선회하고 있고 이윤이 아닌 사회적 필요와 수요에 따른 민주적 공공경제는 이제 손에 잡힐 만큼 우리의 눈 앞에 와 있다.

 

사실 계획경제 보다도 대다수 국민들이 '주요 생산수단을 사회화'하는 것에 동의를 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봤을 때 과연 사회주의로의 전환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후보의 공약은 전부 개헌 사항이다. 개헌이 전제된 것이다. 재벌 대기업을 국유화하기 위한 하위 법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를 헌법에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로 완성되는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체 유권자(약 4400만명)의 과반 이상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에 공감해야 한다.

 

이 후보는 “사회주의 1000 비상경제 공약”으로 네이밍했는데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①경제의 절반 이상을 공공경제로 재편(GDP 대비 국가 예산 50%를 달성하기 위해 현 1년치 예산 607조원을 1000조원으로 확대)

②기간산업과 재벌 대기업을 ‘국유화’하고 고용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투자은행’ 설립

③국유화에 기반해서 국가 책임 일자리 1000만개 조성

④공공주택 1000만호 보급(민간 임대사업 금지)

⑤‘기후정의 1000인 위원회’로 기후정의 실현(노동자와 민중이 실질적인 힘을 모아나가고 기후 총파업으로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의무 강제)

 

 

이날 이 후보는 양자 토론의 파트너인 진보당 김재연 후보와 함께 ‘노조 혐오’ 문제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적어도 나이브한 몽상가이기 보다는 절박한 현실에서 진정성을 갖고 있는 사회주의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청년들을 보면 밤새 편의점에서 최저임금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퇴근해서 민주노총을 욕하는 댓글을 다는 현실이다. 이것을 근본적으로 극복해나가는 방안은 이 삶을 개선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래서 국가책임제 같은 방식을 우리가 제기하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나눈 여러 담론들에 대해 깊이 있게 접해보고 싶다면 전체 영상을 봐도 좋겠지만 민중의소리참세상의 기사를 정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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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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