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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본소득당 오준호 "위성정당 문제 책임감 느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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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박효영 기자] 2020년 총선 이후 기본소득당은 진보진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발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그 무엇보다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을 강화해주는 행위였음에도 기본소득당은 정의당을 비롯 모든 정치세력에게 '기득권 논리'로 공세를 취해서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용혜인 의원은 지난 1월28일 페이스북에 을 올리고 아래와 같이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를 비판했다.

 

(법정 '4자 토론' 이전에 양강 후보가 1대 1 토론을 강행하려 하자 정의당이 발끈했는데) 정의당은 내로남불의 정치를 끝내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TV 토론을 고민해야 한다. 기득권 정당 옆에서 콩고물 떨어질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소수정당과 배제되는 목소리 곁에 서야 한다. 묻고 싶다. 심상정 후보는 정의의 편에 서겠는가? 기득권의 편에 서겠는가?

 

 

2월4일에는 용 의원이 초선의원 4인방(민병덕·유정주·이탄희·조정훈 의원)과 함께 위성정당 방지법을 비롯 정치개혁 방안 3가지(위성정당 방지법/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중대선거구제 도입/대선 결선투표제)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본인이 위성정당 출신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사과나 의원직 사퇴 정도는 해야 진정성이 있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4일 17시반 즈음 광주광역시에 방문한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오 후보는 광주 동구 아시아문화의전당 광장에서 평범한미디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유세 일정을 소화했는데 비판적인 질문들을 접하고 "(박효영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당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많이 했고 이번 인터뷰도 그런 연장선상인 것 같은데)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비판들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언제든지 날카로운 충고를 해주면 "우리가 새겨 듣겠다"고도 했다.

 

시대전환 당대표를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 역시 기본소득당과 비슷한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그나마 과거 정의당 여영국 대표의 예방을 받았을 때 "떳떳하게 국회로 들어온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솔직하지 못 한 것 같다. 즉 "기본소득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전략적으로 위성정당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용으로 던진 '정치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 이상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로서 위성정당 사태에 대해서 정식으로 유감 표명이나 사과할 마음은 혹시 있는지 물어봤다. 오 후보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사과를 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어떤 행간이 있는 걸까.

 

당시 위성정당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한 사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와 비판을 한 바 있고 여기에 참여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소수정당으로는 매우 힘든 딜레마에 놓여 있었다. 바깥에서 비판만 할 것인가? 아니면 좁은 틈이라도 들어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의회 활동을 할 것인가? 그런 고민 끝에 결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비판과 우려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미 이제 한 일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말하는 것은 나로서는 그렇게 적절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 기본소득당이 던지는 여러 메시지와 의제가 진보진영 전체에서 계속 겉돌고 있는 이유는 '위성정당 문제에 대한 태도' 때문인데 어찌됐든 오 후보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 후보는 그 당시 기본소득당 창당발기인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당 주요 인사로 활동하던 때는 아니었고 위성정당 문제로 기본소득당이 연일 비판에 직면하자 직접 용 의원(당시 초대 상임대표직을 내려놓고 탈당해서 더불어시민당으로 합류)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의 의견 합치를 이루지 않고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홀로 사과를 할 수 없는 입장인 것 같다.

 

오 후보는 "오히려 의회에서 기본소득 의제를 민주당과도 차별화하면서 열심히 실현하고 또 정치개혁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후로는 이런 사태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을 제시하고 논쟁해 나가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것들부터 다 털고 가야 한다.

 

위성정당 문제 다음으로는 '정의당 네거티브' 전략이다. 기본소득당은 오 후보가 작년 11월 대선 출사표를 낸 이후로 정의당과 심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그 빈도 역시 매우 잦다. 크게 보면 △심 후보의 선별주의적 공약(최저소득 100만원 보장 등) 및 일자리 갯수 공약 △TV 토론 문제 △정당 국고보조금 등이 비판 소재가 됐다. 

 

 

이를테면 용 의원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캠프 미디어홍보본부장)이 양당에 비해 재정이 빠듯하다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하며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진보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노동중심성이 사라져서'도 아니고 '페미니즘'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진보정치가 오로지 '우리만'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을 개혁이라고 불러왔기에 진보정치 역시 기성정치와 다르지 않다는 국민들의 실망을 불러온 것 아니겠는가.

 

오 후보도 이런 맥락에서 심 후보에 대해 "고인물"이라거나 "진보 기득권"이라고 맹공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이 그런 방향으로 비판을 하게 되면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정의당에 대한 동정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한 마디 사과없이 피해자의 '기득권성'을 몰아붙이면 반감만 불러오기 마련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4일 페이스북에서 정의당의 홍보 전략을 지적하면서도 기본소득당에 대해 "오준호 후보가 이죽거리는 것, 용혜인 의원이 정의당 비판하는 것. 마찬가지로 정치 언어로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심상정 후보가 한국 진보정치의 대모이자 산증인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심 후보가 기존의 진보를 넘어 새로운 진보의 패러다임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기대들이 있다. 그러나 이전에 주장했던 선별 복지의 확대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 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위기가 너무나 다양하다. 그래서 노동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나눈 다음 없는 사람만 좀 더 도와주자고 하는 방식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다. 기본소득과 같은 방식으로 분배와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되는데 여전히 선별 복지의 강화와 노동 중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 후보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도로 심 후보의 주장은 넘어서야 할 패러다임이다. 그것을 넘어야만 진보의 새로운 상상력이 열린다고 본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점이 있다. 어찌됐든 오 후보는 정의당에 대한 공세를 취하면서도 연대를 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에 대한 비판도 전략이라면 나름의 전략이다. 우리 정책과 분명히 차별점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연대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분배와 복지 방향에 대해서는 계속 치열한 논쟁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오 후보는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4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현장에서 체감한 반응은 어땠을까?

 

본선 전에는 큰 호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인지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선에 들어가니 반응이 달라진 것을 여실히 느꼈다. 공보물이 배포되고 나서는 사람들이 인터넷상에 많은 반응을 올렸다. 그리고 내가 군소 후보 TV 토론회에 나온 이후에 유세를 돌면 날 알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겼다. 이외에도 지나가다가 보시고 경청해 주시거나 사진 찍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이전에 준비했던 것들이 본선 이후에 반응을 받아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비초청 후보 TV 토론회에서 오 후보의 메시지는 간명했고 귀에 쏙 들어왔다. 현재 '기대캠프'(오 후보의 캠프 타이틀)는 △용오상박 △브이로그 △메타버스 '기본소득 게더타운' △개비스콘동물권 퍼포먼스 △가상 5자 TV 토론 △자체 이벤트 △기본소득 일타강사 등 유튜브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선거운동을 선보이고 있다. 

 

오 후보는 명실상부 기본소득 전문가다. 기본소득 관련 만 여러 권 냈을 정도로 기본소득 전파의 첨병에 있었다. 사실 코로나가 막 시작된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기본소득 담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됐지만 그 이전에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이 가정되며 기본소득이 그 대안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기본소득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디까지 왔다고 볼 수 있을까? 기본소득 전문가 오 후보의 평가가 궁금했다.

 

예전에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왜 그런 걸 하지? 이런 정도의 관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본소득을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거냐? 그런 문제로 넘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이 활발하다. 어떻게 보면 더 어려운 시기다. 왜냐하면 기대치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실망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었다. 요즘도 일부 사람들은 기본소득에 대해 생소해한다. 잘못 알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하지 않았는데 소득을 안겨준다는 노동 강박, 부자에게도 똑같은 액수를 쥐어준다는 선별 강박 등의 주장이다. 그래서 조건없이 모두에게 같은 액수의 소득을 준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오 후보는 지금이 어떤 기본소득인지에 대해 토론을 하는 국면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모델과 자신의 모델을 넌지시 비교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기본소득을 놓고 논쟁을 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기본소득 운동의 한 국면을 보여준다. 나는 실현 가능하고 충분한 기본소득(월 65만원)을 논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증세없는 기본소득(연 100만원)을 말했다. 실현 방법론과 기본소득이 세상을 어떻게 나아지게 만들지에 대한 논의는 대선 이후에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 같다.

 

기본소득당에게 이 후보의 존재는 남다르다. 현재 오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모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상 메인스트림에서 이 후보가 여전히 기본소득론을 밀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당에게도 적지 않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질문은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하고 '소수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기본소득당은 작년 상반기부터 이번 대선의 대응 기조를 정하기 위해 고심했다. 사실 대선 후보를 낼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부터 상당히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용 의원과 신지혜 상임대표는 만 40세 이상 연령 제한에 걸린다. 그러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자체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고 오 후보를 단독 후보로 승인했다. 오 후보는 대선 주자가 있기 때문에 "전국에 공보물을 돌릴 수 있고 벽보를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편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한민국 복지체계는 매우 선별적이다. 개인이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몹시 불쌍하고 노동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돼야 국가의 지원을 찔끔 받을 수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2020년 6월23일 출고된 <오마이뉴스> 칼럼을 통해서 한국의 복지정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지금 복지제도의 핵심적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말도 안 되는 지원금을 받고 가난하게 계속 살든가, 지원금을 포기하고 일을 하라는 선택지만 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진행하는 취업교육이라는 것은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들이다. 아프면 쉬라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물류센터로 콜센터로 출근하고, 하루에 6명씩 일하다 죽는 산업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임금 일자리나 위험한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는 '불쌍한 사람들'에겐 없을 뿐만 아니라 배부른 소리로 취급받기 쉽다.

 

 

'기생수'라는 말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이다. 철없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쓰이고 있는 줄임말이자 멸칭이다. 그 자체로 상당히 비하적이다. '기생한다'는 중의적 표현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나연이(이유미 배우)는 같은 반 친구 경수(함성민 배우)에게 "재수없어. 기생수 새끼"라고 모욕했다. 기생수 주제에 왜 찌그러져 있지 않고 "나대냐"라는 적립된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대사다. 기생수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기생수다워야 하는데 왜 그 계급체계를 혼란스럽게 해서 나의 위치를 위협하느냐는 악의적인 마음, 그 악의는 경수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집요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자립의 의지를 갖기도 어렵다. 수급비를 받으면서 잠시라도 일하거나 장사를 해서 소득이 조금이라도 잡히면 그 즉시 수급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취업을 해도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은 걸린다. 그동안 그냥 손가락 빨고 살라는 소리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목돈을 모으려고 저축을 하다가 5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월 6.26%를 곱해서 월 소득으로 환산해 버린다. 장사라도 하려고 차라도 사면 보험금의 100%를 곱해서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집이 있다면 더 복잡해진다. 집가격 1억 2천만 원 이하(대도시 기준)까지는 6900만원을 뺀 다음 1.04를 곱해서 월소득으로 환산하고, 1억2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4.17%를 곱해 월 소득으로 환산한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산을 모으면, 지원금을 줄이거나, 기초생활수급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단순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에게도 쥐어줘야 하는 것이냐라는 단순 논법이 아니라 노동능력이나 가난 여부와는 무관하게 주권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헌법적 기본권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주권자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만 도와주자는 주장의 문제다. 사회의 짐이라는 부채의식, 나도 모르는 사이 부정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신청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인간의 영혼을 갉아 먹는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감정과 존엄을 계산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기껏해야 도와줘야 할 시혜적 존재로 분류할 뿐이다.

 

 

그러나 현재 기본소득이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보편적이라서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진보진영과 노동계의 힐난에 갇혀 있는 것 같다. 2010년대 초반 무상급식 논란 당시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다. 초등학생만 가난과 낙인으로 상처를 받는 게 아니고 성인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좀 길어졌는데 오 후보의 진단이 궁금했다. 선별 시스템에 들기 위해 계속 가난을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어필되지 못 하고 있는데 오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 후보는 지금과 같은 노동과 복지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 차원에서 해석했다.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느냐 이 문제를 넘어서 현재의 사회 시스템, 노동 시스템을 계속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성장에 한계가 오고 기후위기가 오는 시대에 일을 줄이고 내 삶의 어떤 가치를 위해서 기본소득을 실현하고 부를 나누는 사회를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에 대한 상상과 정의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설득을 앞으로 더 많이 해야 한다.

 

사실 전국민이 월 65만원으로 같은 액수를 지급받지만 그에 따른 조세체계(기본소득 목적세로 '시민세·탄소세·토지세' 도입/소득세제의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축소 및 폐지)는 매우 선별적이다.

 

선별 복지가 더 낫다는 입장에 반론하는 핵심으로 보편 복지와 기본소득이 제시될 때, 우리 사회의 증세를 유도해서 복지 수준을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우리가 좀 더 세금을 내더라도 기본소득으로 돌려받으면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복지 선진국에 다다르려면 복지 관련 지출을 1년에 한 300조 더 늘려야 한다. 기본소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다같이 혜택을 보는 기본소득 방식보다 더 나은 것이 있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은 방식은 기본소득이 꼭 필요한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된다고 본다. 아직 그 부분이 좀 부족하다.

 

 

오 후보는 2020년 7월 용혜인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게 된 이후 1년 넘게 국회 시스템을 직접 겪으면서 국가 정책과 입법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성과는 무엇이고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었다.

 

오 후보는 "큰 성과는 기본소득과 관련된 법안들을 우리가 설계하고 발의에 성공한 것"이라며 "20대 국회 최초로 이제 탄소세 법안을 발의했고 또 토지보유세 법안도 우리가 발의했다. 기본소득 공론화 법안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소수 정당 입장에서는 발의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게 국회에서 일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거대 정당들은 어떻게든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발의를 좀 쉽게 하는데 우리는 당마다 다 설득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법안들이나 시스템을 우리가 일단 제출을 해놓았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때, 활용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들을 준비한 셈이 되었다. 이 점이 정말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오 후보는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오준호가 3등해서 정치혁명을 이뤄야 한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대선 이후의 행보가 궁금했다. 다시 의원실로 돌아가게 될까? 

 

그런 고민을 원래 했었는데 지금 사실 결정한 바가 아직은 없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 기본소득당은 이번 대선 이후에 지방선거 준비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이곳 광주에서도 단체장을 비롯한 기본소득당 후보들이 출마할 것이다. 이제 대선 후보로서 당의 지방선거를 지원하는 역할들을 또 하게 될 것 같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한 바는 없지만 기본소득 운동과 기본소득 정치를 위해서 내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작가라는 나름의 소명감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대안들을 글로 쓰기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다시 '이재명의 기본소득론'으로 돌아가보자. 누가 봐도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많이 후퇴했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당도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거의 절반이다. 그래서 만약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다면 보편적 기본소득의 스타트를 제대로 끊을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현재 이재명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고 가정해도 기본소득이 바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기본소득당의 역할이 더 있을 거라고 본다. 이재명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부족한 것은 더 치열하게 비판해서 기본소득이 한 걸음 전진하도록 하겠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기본소득 공론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기본소득 공론화 법안도 이미 제출한 이상 꼭 통과시켜서 아래로부터의 공론화를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공교롭게도 오 후보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곳곳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발 재난지원금으로 일시금 1억원 지급, 18세 이상 성인에게 월 150만원 지급 등 허 후보의 공약은 그 자체로 보면 오 후보의 기본소득 모델 보다 훨씬 충분성이 강하다. 사실 기본소득 담론이 한국에 정착되기 이전부터 허 후보는 ‘결혼하면 몇 억씩 준다’는 구호로 각종 현금성 지원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 공약들이 허무맹랑한 것이지만 허 후보의 위세와 지지율은 정의당을 위협할 정도다.

 

허경영 후보는 공중부양을 하실려고 하는 분이고 나는 땅 위에다 집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허 후보의 현실성 없는 공약이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없애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증세를 하려고 하는 것이고 허 후보는 현재 있는 국가 재정을 다 털어넣어서 돈을 나눠주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큰 문제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허 후보는 양적완화를 수 천조로 한다고 언급했는데 그 역시 실현 가능하지 않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감당 안 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밖에 없어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약간 웃자고 던진 농담에 너무 진지하게 논평을 해준 것 같지만 허 후보의 허황된 공약이 왜 허황됐는지 팩트로 반박한 느낌이다. 허 후보도 당선 가능성을 떠나 공수표를 남발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의 해악에 대해서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하늘궁과 청와대, 허경영은 무엇을 꿈꾸나' 편을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이고 어떤 전략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며칠 전 안철수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나서 다음 날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를 대면서 단일화를 해버렸다. 이 사태는 정말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진 대안 야당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후보는 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거대 양당에 투항했다. 이번 선거 솔직히 내가 당선이 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거대 양당 그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대안을 가지고 거대 양당과 싸울 그러한 후보 그러한 대안 야당을 키워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런 후보에게 투표해달라는 심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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