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울퉁불퉁 장애로드④] 지하철 타야 하는데 '개찰구 10초'는 너무 짧다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전동휠체어 조이스틱은 멈췄다 다시 조작하려면 2~3초 걸리는데요. 교통카드 찍고, 정리 후 조이스틱을 움직여 들어가려다 시간이 초과되면 문이 닫힙니다. 문을 열려고 몸은 물론, 조이스틱, 가방 다 부딪힙니다. 조이스틱이 망가진 적도 있어요."

 

카드를 찍고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너무 빨리 닫혀버린다. 개찰구의 개방 시간이 딱 '10초'인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한 걸음 내딛으면 통과하는 비장애인의 경우 10초인지 아닌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하반신 마비로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A씨 입장에서, 10초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지하철은 말 그대로 시민의 발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가장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오늘날까지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각 지역 교통공사들은 교통약자석, 교통약자용 게이트, 승강기 등 여러 노력들을 해왔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평소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개방 시간이 너무 짧아 몸을 부딪히는 등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갈수록 혼자 외출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많아져야 한다. 장애인 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78.6%, 지체장애인의 87.4%가 혼자 외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여전히 불편한 점들이 많아 이용 빈도가 높지 않다. 혼자 밖으로 나가는 전체 장애인은 80%에 육박하는데 이중 7.8%만 지하철을 타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엘레베이터 설치율과 위치, 온갖 문턱 등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열차 출입문의 틈 사이 간격이나 단차가 높아 전동휠체어 바퀴가 끼거나 몸이 튕겨나가는 등 언제나 위험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엘레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은 지하철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지하철을 타려고 엘에베이터까지 찾아나서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입장할 때부터 고난에 시달리는 거다. 

 

다시 개찰구로 돌아와보자. 개찰구는 일반형과 교통약자형(스피드게이트/플랩형) 모두 10초로 통일되어 있다. 

 

휠체어 장애인은 교통카드 태그와 조이스틱 조작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해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개찰구를 통과하는 데 10초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10초만에 개찰구가 닫혀버리면 신체의 일부가 문에 부딪히거나 조이스틱이 망가지는 등 작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다.

 

 

일반 휠체어도 마찬가지다. 곧 여든이 되는 월남전 참전용사 B씨는 전쟁에서 다리 한쪽을 잃은 국가유공자다. 나이가 들면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휠체어 바퀴를 손으로 미는 게 더 힘들다. 

 

B씨는 "지하철은 노인네들한테 무료니까 주로 지하철을 타는데 휠체어가 자꾸 개방구에 걸린다"며 "예전 같으면 빨리 밀고 들어갔을텐데 그게 안 되니까 답답하다. 개찰구에 갇혀서 역무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지하철역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빠르게 통과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더욱 망설여진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그렇듯 장애인용 개찰구를 이용하는 비장애인들도 꽤 많다. 

 

어차피 비장애인은 개찰구를 벗어나면 센서가 인지해서 바로 닫을 수 있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은 장애인용 개찰구가 아니면 플랫폼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데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나 충분한 10초를 설정해놓은 것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한 초입에서부터 막히면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휠체어 장애인이 여유있게 통과할 수 있도록 개찰구 개방 시간부터 늘려야 한다. 

프로필 사진
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