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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값 상승에 갈 곳 잃은 '일용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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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2주간 작업을 못 하니까 그저께부터 나오지 말라고 합니다. 자재가 부족하다는데 다른 곳도 다들 그래서 생업이 끊긴 상황입니다."

 

지난 1일 새벽 5시 대전 중구 소재 인력시장에서 만난 A씨의 이야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진짜 원자재값이 여기서 더 오르면 공사 현장이 올스톱 될 수도 있습니다.

 

 

A씨를 비롯한 여러 일용직 노동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인력시장 관계자 B씨에 따르면 1군이나 2군급 대형 공사 현장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중소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비 인상분만큼의 인건비를 깎아 메우려고 하는 중이란다.

 

올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최근 일어난 공사장 산업재해 사망 사례 등으로 인해 일거리가 많이 줄었고 사람을 구할 때도 훨씬 더 엄격히 보게 됐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구인이 다 끝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계속 시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혹시나 현장 일감이 있을 수 있다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7시쯤엔 다들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철근 한 차가 들어와도 사나흘쯤 일하면 자재가 떨어져 작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인력 공급은 많은데 그에 맞는 수요가 못 따라와주고 있다. 반대로 원자재 수요는 넘쳐나는데 그에 맞는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올해 1분기 수요 전망치만 1000만톤이 넘었는데 생산량은 990만톤에 그쳤다"며 "지금 재고량은 한 70만톤 정도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는 하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따라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말로 원자재 값 상승세가 무섭도록 가파르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각 공종별 주요 자재 값은 최근 1년새 153.1% 급등했다

 

 

건축자재 이형철근(HD13)의 경우 67만원에서 116만원으로 173% 폭등했고, 기계 설비인 백파이프(100A)는 1만5467원에서 2만1487원으로 138% 올랐다. 630원에 거래됐던 전기 자재 난연케이블(1C-6㎟)의 거래가는 1262원으로 200.3%까지 치솟았다. 강제전선관(HDG 28C)은 1만1290원에서 1만6704원으로 148%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주원료인 유연탄 값이 급등하면서 25%나 올랐다. 
 

여기에 더해 기계 자동화 등 산업계의 변화도 함께 가속화되고 있어서 일용직 고용량 자체가 줄고 있으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에게는 버티는 것 자체가 고역일 수밖에 없다.  

 

A씨는 "정부가 자재쪽 기업들과 이야기를 해서 일자리 보장을 해주거나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서 나처럼 일용직 근로자 같은 고용 취약계층 지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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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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