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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인생⑧] 매일 인터뷰 하는 이영광 기자 "기자 생활 본연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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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이번에는 전라북도 전주로 갔다. 바로 인터뷰 전문 이영광 기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기자는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인이다. 구태의연한 극복 서사를 동원하고 싶진 않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처럼 전국을 다니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 유명인이 아니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지난 3월27일 17시반 즈음 전주의 한 카페에서 이 기자를 만났다.

 

 

당연히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일은 언론 업무일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물어봤다. 이 기자는 역시나 "나는 기자일을 하고 있다. 주로 인터뷰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기자로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꼭 장애인이 기자로 활동하며 겪는 어려움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 기자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모든 기자의 숙명 같다"고 강조했다.

 

평범한미디어도 아이템 선정 문제로 항상 고심한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무엇을 다룰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취재 약속을 잡고, 녹음하고, 녹취를 풀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비장애인 기자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어느정도 사전 공부를 하고 갔는데 이 기자는 "10분 녹취한 내용을 글로 푸는데 거의 1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자는 "클로바노트(말을 글로 변환해주는 앱) 등 관련 앱의 발달로 수고로움을 어느정도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요즘 클로바노트라는 앱을 알게 되어 예전보다는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거의 80% 정도는 글로 전환되는 게 정확한 거 같다. 구글에도 비슷한 어플이 있지만 오타율이 높아서 거의 쓰지 않는다.

 

 

'클로바노트'는 요즘 기자들이 애용하는 앱이다. 다만 만능은 아니다. 녹음이 잘 되지 않거나 화자의 발음에 문제가 있을 경우 오타율이 높아진다. 참고 보조용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앱을 굳이 쓰지 않고 직접 녹취를 듣고 일일이 받아적는 기자들도 많다.

 

이 기자는 "기자 생활 본연의 재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을 묻는 단골 질문을 던졌는데 언론업을 그 자체로 즐기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기자 생활 본연의 재미가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고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이런 것들이 재미가 없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기자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쯤에서 이 기자의 어린시절이 궁금했다. 역시 이 기자는 어렸을 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는 활달한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공부를 잘 하지 못 했다. 집에서 놀았다. 공부는 못 했는데 문제아는 아니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공부 안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했다.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안 좋아했다. 그래서 속된 말로 친구들이랑 가끔씩 야자를 쨌다. 야자가 끝나고 친구들과 노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시험 기간에는 거의 새벽까지 남아서 공부를 할 때가 있었는데 힘들어도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니 정말 즐거웠다. 늦은 밤까지 학교에 있으면 왠지 야영하는 기분이었다.

 

 

한국 남성에게 '고등학교'와 '군대'는 애증이다. 뭔가 강압적인 환경이었음에도 함께 이겨냈던 전우들과의 추억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이 기자가 언론계로 오게 된 계기를 물어볼 때다. 특별한 동기나 의도?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사회 문제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다.

 

생각보다 정말 우연히 하게 되었다. 변상욱 대기자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올렸다. 거의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변 기자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그렇게 첫 인터뷰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지금까지 기자 일을 하게 되었다.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이 기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언론의 저질스러운 행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이 기자는 언론인들을 인터뷰하는 언론인이 됐다. 실제로 이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면 기자, 작가, PD 등등 굵직한 보도를 내놓은 언론인들을 다룬 것들이 많다.

 

무지무지하게 많은 인터뷰 기사들이 쌓여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 대상이 궁금했다. 이 기자는 최초 인터뷰를 해준 변상욱 대기자를 꼽았다.

 

사실 거의 다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굳이 한 사람을 뽑자면 역시 맨 처음에 인터뷰를 한 변상욱 대기자다. 이후로도 기자를 하며 변 기자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

 

누구나 마수걸이의 기억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이 기자가 첫 인터뷰 대상으로 변 기자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인터뷰 대상은 어떻게 선정하는 걸까? 결국 아이템 문제이긴 한데 선정 기준이나 원칙이 있을 것 같다.

 

사회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을 주로 인터뷰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내 기사를 많이 봐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기왕 힘들게 기사 쓰는 거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중요한 말이다.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간다는 것. 언론인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평범한미디어와는 조금 가치관이 달랐다. 평범한미디어는 오히려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을 굳이 인터뷰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아예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이슈의 중심에 서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독고다이 기획 인터뷰도 비슷한 취지가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포커스의 차이가 있다. 

 

 

사실 이 기자의 인터뷰 기사들을 번개처럼 속독했다.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서두에만 살짝 이 기자의 메시지(해당 인물을 인터뷰 하게 된 이유 또는 배경)가 있고 후술할 인터뷰 내용은 90% 이상이 인터뷰 대상의 워딩이 그대로 직접 인용돼 있다. 즉 "다음은 000과 나눈 일문일답이다"라는 멘트가 나온 뒤에 Q&A로 전개돼 있다. 직접 해석하고 분석의 내용을 덧붙이는 간접 인용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 기자는 분명 페이스북에서 사안에 대한 관점과 의견을 담은 글을 자주 작성해서 올리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을 인터뷰 기사에 녹여낼 생각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자제하려 한다. 내가 마음대로 편집하다 보면 앞뒤 맥락을 잘라먹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는 최대한 사실 그대로 기사를 쓰고 싶다. 그래서 최대한 워딩을 들은 그대로 입력하려 한다.

 

이 기자 나름의 원칙인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기자는 어떤 언론인이고 싶을까? 훗날 어떤 기자로 기억되고 싶을까? 이 질문은 지금까지 이어왔던 이 기자의 언론 활동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리해보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물어봐주는 기자가 되고 싶고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 한 마디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싶다. 그리고 내 기사가 사람들에게 쉽게 잘 읽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이영광 기자의 기사를 보면 사건에 대해 정말 잘 이해된다는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독고다이 인터뷰의 고정 질문 "내 인생의 전성기"가 있었는지 물어봤다. 이 기자는 "전성기가 없었다"고 바로 답했다. 그러면서 전성기에 대한 이 기자의 생각을 풀어냈다.

 

아직 내 전성기는 안 온 것 같다. 사실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좋은 것 같다. 정상에 올라갔다는 것은 다시 내려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전성기가 아주 늦게 왔으면 좋겠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이런 감정을 이따금씩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기자에게도 이러한 감정들을 얼마나 느끼는지 느낀다면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내는지 물었다.

 

한 번씩 느끼기는 한다. 그런데 이겨내는 것은 없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면 그 감정을 잊는 것 같다. 그리고 일을 바쁘게 하다 보면 그런 감정을 잊기도 한다. 다만 이겨낼 수 있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이겨낼 수는 없고 그냥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정말 중요한 지점이다. 인간은 평생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 같다. 너무 큰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궁금했다. 이 기자의 취미활동은 무엇이고 즐겨 보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기자는 "취미는 딱히 없지만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있다"고 말했다.

 

취미는 딱히 없다. 거의 밥만 먹고 인터뷰만 한다. 프로그램은 <놀면 뭐하니?>를 즐겨 본다. 김태호 PD가 나가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무한도전>도 정말 좋아했다. 2018년에 종영해서 너무 아쉬웠다.

 

끝으로 최종적인 꿈과 목표를 물어봐야 한다. 이 기자는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거의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이긴 한데 책을 출판하고 싶다. 거의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기사를 계속 꾸준히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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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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