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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③] 푸틴과 '독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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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벌써 석 달째다. 사실상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평범한미디어가 러시아 전문가 박상남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와 인터뷰를 한지도 한 달 넘게 지났다. 너무나도 바쁜 일정 속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기획 기사를 빨리 퇴고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내심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전에 "전쟁이 끝나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양국은 지속적으로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평범한미디어는 하루 빨리 러시아의 침공 행위가 중단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전쟁의 종지부를 간절히 기원하며 마지막 기사를 풀어내보고자 한다. 

 

인터뷰는 지난 3월23일 14시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캠퍼스 내 박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역설적으로 보면 소련 해체 이후 CIS 지역에 대한 패권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구소련이던 시절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의 국가들이 러시아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박 교수에게 질문했다. 

 

방금 말한 것과 연결되는 것이다. 벨라루스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정권 안보를 중요시 하는 국가다. 벨라루스 시민들이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를 했을 때 러시아에서 군대를 파견해 구해주었다. 즉 벨라루스 같은 나라들의 정권 안보를 푸틴이 보장해준다. 그리고 이 독재자들은 푸틴에 충성한다. 카자흐스탄도 마찬가지다. 거기도 독재자가 거의 30년 집권했다. 그런데 푸틴이 군대를 파견해 독재 정권을 지켜줬다.

 

 

러시아 군사력에 의존해서 '정권 안보'를 유지한 행태가 기가 찰 뿐이다. 문득 조선의 고종과 명성황후가 떠올랐다. 그들도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하자 청나라와 일본에게 군대 파견을 요청했었다. 그때는 구한말 왕조 체제였다. 그러나 언급된 국가들은 표면적으로는 현대 공화제 국가가 아닌가?

 

그런데 독재자들만 그럴 뿐 그 나라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은 러시아에 대해 반감이 크다. 특히 이번 전쟁은 그 반감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래서 더 EU에 가입하려는 열망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푸틴이 꿈꾸는 구소련권의 영향력 확장, 강대국으로의 재부상은 오히려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 나라의 독재자들마저 (이번 전쟁을 목도하며) 겉으로는 충성하는 것 같지만 예전 동유럽처럼 러시아가 조금이라도 약해진다면 한순간에 등 돌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푸틴의 보호를 받는 일부 CIS 독재자들의 시민들은 당연히 러시아를 좋지 않게 볼 것이다. 그래서 독재자들조차도 러시아의 위세가 약해진다면 언제든지 태세 전환할 틈을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서 푸틴이 무너지고 러시아에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우르르 나토 가입을 하려 할 것이다. 오히려 구소련권 국가들의 반러 감정과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을 더 증가시켰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가 구소련권에서 강화하고자 하는 패권을 더 약화시켰다. 당장은 겁먹고 협조하는 것 같지만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르다. 침묵한다고 해서 푸틴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CIS 일부 독재자들을 후견인으로 뒀을 뿐이다. 그 나라 독재자 개인의 마음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 여론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중국도 홍콩에 친중 세력을 옹립해놨을지 모르지만 홍콩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완전히 찍어누르지는 못 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잠시 조용하지만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정서적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 러시아가 동유럽 정도의 민주화만 달성되었어도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스타일이 싫은 것이다. 러시아 스스로가 매력적인 국가가 된다면 구태여 우크라이나가 거리를 두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이런 CIS 국가들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가까운 것처럼 보여진다. 그래서 박 교수에게 중러의 이해관계가 구체적으로 일치하는 부분과 불일치하는 부분을 명료하게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중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미국 일국 체제일 때, 중러가 힘을 합쳐서 미국에 대항하는 것에 있다. 즉 일국 체제에 대항하는 것은 군사적, 안보적, 외교적으로 중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그걸 통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것. 그 다음에 지금과 같이 미국이나 서방의 경제 재제와 달러 패권에 공동으로 대응해서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거나 서구 중심의 경제권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중러 정도의 규모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한다면 웬만한 규모의 독자적인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서로가 되게 중요하다. 그리고 중국은 에너지나 자원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그걸 팔 시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매우 일치하다.

 

 

여기까지는 중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지만 이제부터는 불일치하는 지점이다. 대표적으로 1969년에 벌어진 중소 분쟁이다.

 

국경 분쟁도 있었고 중국은 블라디보스톡이나 기타 문화 같은 것을 러시아에게 뺐겼다고 생각한다. 세계 지도를 잠깐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두 나라는 안보적으로 제일 넓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러는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협력관계지만 달리 보면 최대 라이벌이다. 만약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졌을 경우 두 나라는 오히려 경쟁관계로 변모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러시아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제일 경계한다. 자신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마치 나토를 경계하듯이 중국을 경계한다. 결국 지정학적 패권 문제, 국경 문제, 대외 영향력 등에 있어서 두 나라는 경쟁한다.

 

 

박 교수는 두 국가의 미묘한 자존심 싸움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러시아는 중국의 하위 국가가 절대 될 생각이 없다.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예전에는 러시아를 나름 형님 격으로 모셨지만 국력이 신장한 만큼 형님 대접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두 나라의 자존심 문제도 있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왕따다. EU와 미국은 연일 대러 경제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미국은 핵을 보유한 러시아에 대항해서 직접적인 군대 파견을 할 수 없으니, 온갖 경제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후방 지원(무기+자금)을 해주고 있다. 아무리 러시아라고 해도 무역의 여지가 점점 막혀버리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박 교수에게 물었는데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자급자족 경제에 익숙한 나라다. 전세계에서 모든 걸 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자원과 식량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방의 제재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자급자족 경제에 익숙하다. 그리고 북한처럼 작은 나라도 아니라 모든 게 다 생산된다. 미국과 서유럽이 봉쇄조치를 내린다 해도 러시아는 자급자족 체제로 갈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는 의외로 오래 버틸 수 있다.

 

 

문제는 러시아라는 나라가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생활이다. 완전 파탄날 것이다. 서구의 좋은 전자제품은 이제 사용할 수 없다. 북한식으로 버티기를 하면 북한 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다. 일단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금융이라든지 산업 구조가 서방과 많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상당히 충격이 클 것이다. 결국 금융적으로는 아주 어려울 것이고 국제 교역은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앞선 기사에서 언급한 '부유층 자산 동결'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 부유층의 자산이 동결된다. 이런 것 역시 러시아에 큰 데미지를 입힐 것이다. 생필품도 많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러나 자원이 있기 때문에 부족한 생필품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자급자족할 것이다. 기술과 자원이 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타격은 역시 부유층 자산 동결이다.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기득권들이 이걸 얼마까지 감내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푸틴과 일부 러시아 고위직 인사들의 '정권 안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핍박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러시아 국민들과 전세계 시민들이 걱정스럽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마치며 박 교수와 이런 저런 사후 대화를 나눴는데 푸틴의 만행이 하루 빨리 멈춰지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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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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