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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나? "나쁜놈은 그냥 잡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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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1년 넘게 기다렸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를 정말 재밌게 봤고 속편 제작 소식이 알려진 뒤로 코로나 시국을 거쳐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 지난 5월 중순 <범죄도시2>가 드디어 개봉했다. 5일 기준 이미 관객수 800만을 넘어 팬데믹 이후 최초로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나와 박효영 기자는 개봉일 5월18일에 바로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갔다. 특히 박 기자는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뛰어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나 역시 보고 싶었다. 예고편에서 장첸(윤계상 배우)에 이은 새로운 메인 빌런 강해상(손석구 배우)의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본 감상은? 역시 최고였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말 잘 만든 코믹범죄 오락 영화로서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였다.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묵직한 타격감으로 유발하는 카타르시스’다. 흉악한 범죄자들을 묵직한 주먹으로 박살을 내버리는 마석도 형사(마동석 배우)는 인기 만화 <원펀맨>을 연상시킨다. 만화의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빌런들이나 괴수들을 펀치 한 방에 물리친다.

 

마 형사는 절대적으로 강하다. 마 형사가 범죄자들을 주먹으로 내려칠 때마다 특유의 묵직한 타격음이 상영관 전체를 울렸다. 호쾌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상용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이 특별히 타격감에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권선징악 응징 액션이 핵심인 만큼 1편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연출력을 발휘한 티가 났다.

 

전문 영화 리뷰 작가 킴지는 브런치를 통해 <범죄도시2>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1편 <범죄도시>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그 특징을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였다. 마석도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지만 그 아래에는 어떻게든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강직함이 잠자고 있는 인물이다. 극악무도한 악인들과의 대치는 대단한 테크닉 따위 필요없이 그저 마동석표 주먹 한 방으로 대체되고, 그 통쾌함은 영화와 시리즈의 주 동력으로 기능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평론가들의 선동으로 인해 선악구도와 인과관계가 명백한 컨텐츠를 클리셰로 취급해왔는데 사실 재밌게 잘 만들면 장땡이다. 꼭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등 명감독의 깊이 있는 메시지나 단순하지 않은 내러티브가 전제된 영화만이 좋은 영화는 아니다. 재밌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여기서 잠깐 영화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서울 금천경찰서의 마 형사와 전일만 반장(최귀하 배우)은 범죄자 인계 업무차 베트남에 방문한다. 그러나 그 사건의 배후에 최악의 범죄자 강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 형사는 그를 추격한다. 강해상은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해서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면서도 끝내 모두 살해해버리는 최악의 빌런이다. 강해상과 마 형사의 대결이 영화의 큰 줄기다. 마 형사는 이유가 없다. 그냥 "나쁜 놈은 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움직일 뿐이다.

 

강해상은 장첸과 마찬가지로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예고편에서 그려진 잔혹성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장첸, 박문수(공공의적 1-1), 이민석(강릉) 등 진짜 무서운 놈은 앞뒤를 재지 않고 바로 상대를 칼로 찌르는 놈이다. 드라마 <야인시대>처럼 한 대도 맞지 않고 화려한 무술을 자랑하는 싸움꾼들은 현실성도 없고 악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강해상은 먼저 찌르고 보는 인물이다. 한 대도 안 맞는 싸움꾼은 아니지만 살벌한 눈빛과 기세로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싸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사람을 죽이고 린치하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강해상과 장첸을 비교하며 영화를 보는 것이 꿀잼 포인트다.

 

다만 장첸 보다는 좀 더 독고다이적이다. 강해상과 공조 작전을 펼치는 스몰 빌런이 영화 전후반부에 각각 두 명씩 나오지만 장첸의 부하 위성락(진선규 배우)과 양태(김성규 배우)가 일정한 조직을 꾸린 것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인질값을 받기 위해 강해상이 부른 장기철(음문석 배우)과 장순철(김찬형 배우) 형제는 강해상과 협력 관계이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범죄도시2>에서는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바로 장이수(박지환 배우)다. 다들 "1편에서 장첸한테 칼 맞고 죽은 거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칼을 맞아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나서 손을 씻은 인물로 설정됐다. 장이수의 롤은 뭘까. 그렇다. 장이수는 코믹 요소를 강화해줄 장치다.

 

장이수가 등장할 때마다 상영관 안에는 여기저기서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그야말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요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지환 배우가 장이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슬쩍 스포를 하자면 장이수는 대박의 꿈을 잠시 갖게 됐다가 물거품이 된다. 여튼 장이수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문득 <엑시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정말 재미나게 본 영화였는데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정말 잘 만든 ‘깔끔한’ 영화라는 것이다. <엑시트>는 재난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탈출을 그린 영화다. 정말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면 딱 '탈출' 그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최대한 집중하고 연출했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신파, 가족간의 정, 멜로라인 형성 등 이런 것들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물론 가족들이 주인공 이용남(조정석 배우)을 걱정하는 장면도 나오고, 영화 초반에 이용남이 또 다른 주인공 정의주(임윤아 배우)에게 고백을 하지만 사실상 거절당하는 스토리도 나온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아주 짧고 굵게 끝나고 영화의 비중은 90% 이상이 탈출 과정에 맞춰져 있다.

 

<범죄도시2>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것들은 다 없앴다. 킴지는 이렇게 표현했다.

 

다들 목말라했던 정통 오락 영화다. 쓸데없는 교훈에 쓸데없는 땀을 빼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무슨 '신파 혐오론자'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신파를 혐오하지 않는다. 잘 만든 신파는 분명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억지 울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동과 슬픔으로 관객들을 울린다면 이 또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딱 그런 영화다. 사회적 메시지를 잘 담아낸 영화도 좋은 영화다. 다만 메시지에 집착하거나, 신파에만 올인하려다가 개연성과 재미를 다 무시하고 오로지 '최루성'만 가득한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어떤 영화는 러닝타임 10분 동안 영화의 출연자들이 울기만 한다. OTT였다면 정말 스킵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아진다.

 

 

어떤 영화감독은 "신파 한 스푼, 액션 한 스푼, 코믹한 부분도 좀 넣어주고 좀 심심하니까 사회 비판도 좀 해주자"라는 식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 토끼는 한 마리만 잡자. 두 마리 다 잡으려다가 두 마리 다 놓치는 것이다. '종합선물세트'를 선물하려다 '잡탕'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2>는 관객들의 니즈를 확실히 충족한 멋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범죄도시2>의 결론은 권선징악이다. 어떻게 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지점인데 그래서 더 좋았다. 악인에게 패배하는 정의? 그런 이상한 구도가 더 이상하다. 반전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더 구태의연 할 수 있다. 뭐 이런 건데 "현실은 냉정하고 원래 그래요"라는 메시지를 굳이 피력하기 위해 어이없는 결말로 마무리된 작품들이 종종 있다. 일종의 개똥 철학이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당한 결말이 떠오른다. 

 

어처구니없게도 힘들게 식모로 살아온 세경(신세경 배우)과 이지훈(최다니엘 배우)이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한다는 식으로 끝났는데 이와 같은 결말에 많은 사람들이 항의하니 연출을 맡은 김병욱 피디는 "현실은 원래 시트콤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어느정도 수긍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현실과 시트콤 따위는 구분할 줄 안다. 가르치려 드는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현실은 냉정하고 때론 거지 같다. 그게 현실이다. 이런 명제는 모든 시청자와 관객들이 잘 알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관객이지만 극장 밖으로 나가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다. 김병욱 피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좀 더 나가서 심하게 말해보자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들이 선민 의식을 갖고 가르치려드는 태도는 굉장히 건방지고 끔찍한 태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라도 판타지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어쨌든 영화는 재밌었다. 혼자 봐도 좋고 함께 봐도 좋다. 부담없이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끝으로 마동석 배우가 <범죄도시2>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한 메시지를 인용하고자 한다.

 

범죄도시의 기본 베이스가 리얼리티이기 실제 일어난 여러 사건을 같이 조사했다. 범죄자들이 꼭 정의의 심판을 받는다라는 소재로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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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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