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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이야기②] 녹색당의 ‘공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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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17명(지역구 9명+비례 8명)의 후보를 냈다. 서울 은평·용산·마포, 경북 안동, 전북 진안, 대구 동구, 광주 남구, 경남(경남도의원), 제주(제주도지사). 비례로 보면 충남(충남도의원), 대전(대전시의원) 등등 전국적으로 골고루 후보들이 출마를 했다. 지역별로 기후 이슈들이 다를텐데 각각 어떤 정책 의제를 밀고 있고 중앙당은 어떻게 조율했는지 궁금했다.

 

김찬휘 공동대표는 “예를 들어 기후정의조례제정 운동을 우리(중앙당 지도부)가 할 거니까 지역당이 받아라? 우리는 하향식이 아니”라며 “각 지역당의 조직력으로 그걸 할 수 없거나 그 지역의 운동 정세가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걸 위에서 하라고 할 수가 없어서 지금 서울, 대전, 경기만 기후정의조례제정운동을 비례 후보의 공약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일요일 오전 광주송정역 인근 모카페에서 녹색당의 두 공동대표를 만났다.

 

기본적으로 지역 조직이 지역에 맞는 공약을 만든다. 중앙당 정책위원회가 정책 리스트를 제시하긴 하지만 지역당은 참고만 할 뿐이다.

 

김찬휘 대표는 “저희는 각 지역 조직이 공약들을 결정한다. 물론 저희가 전국당에서 정책위와 정책국이 준비를 해서 쫙 스팩트럼을 제시한다. 이중에서 각 지역에 맞는 것이 있으면 참고를 하라고 제시하는데 절대 중앙에서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예원 공동대표도 “후보들이 자기 의제를 갖고 지역에서 활동을 해왔을텐데 박고형준 후보는 청소년 교육 운동을 해왔고, 안동(허승규 후보)에서는 교통 운동을 해왔고, 마포에서는 반려동물들에게 필수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을 지원한다든지, 용산에서는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같은 걸 제안했다”고 보충했다.

 

본인이 잘 아는 의제에 맞게 정책을 냈고 지역의 상황에 맞게 다듬었다.

 

윤동욱 기자: 중앙당은 최대한 지역 후보들의 자체 공약을 존중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김찬휘 대표: 그렇다. 근데 정책국에서는 선거 정책을 다 짜서 내려보내긴 했다. 그게 (지역에서) 괜찮으면 채택을 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두 공동대표는 은하철도 컨셉으로 ‘기후철도’ 전국 투어를 다녀왔다. 4월18일부터 5월2일까지 15일간 총 10곳을 방문했는데 지역별 기후 의제를 수렴하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 같아 물어봤다.

 

김예원 대표는 “기후철도는 지역 순회를 하며 어떤 기획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기후 문제와 철도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서 기획으로 만들어봤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지부에 자문도 구했는데 컨셉은 사라져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간다는 것이었다. KTX도 타고 다 타긴 했지만 실제로 무궁화호가 많이 없어졌다. 은하철도 999가 생각났고 그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 다들 호응해줬다. 당근마켓에서 가발이나 옷들을 구입해서 해봤다.

 

구체적인 성과를 말하기 위해 김찬휘 대표는 “전북은 새만금공항이 있는데 얘기도 맣이 듣고 책도 많이 봤는데 가보긴 처음이었다. 가보니까 거기는 절대 국제공항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며 “100% 군사공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협약을 맺은 것도 작년에 폭로됐다. 군산공항을 미군사령부의 제2공항으로 부를 정도다. 그 갯벌을 다 파헤치고 그럴 수가 없다”고 전제했다.

 

(군산공항 등 여러 기후 의제들에 대해) 그 지역에서 몇 십년 해왔던 분들과 함께 싸웠다. 가장 큰 성과는 실제로 그 의제를 중심으로 싸워왔던 분들과의 연대였다. 지역당이 앞으로도 연대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전국당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공항 얘기가 나와서 물어봤는데 유럽에서는 탄소 배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비행기를 타는 걸 부끄럽게 여긴다고 한다. 일종의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외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우선 김예원 대표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사실 개인의 실천 보다는 정책이나 국가 차원의 접근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당을 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든 것들의 기반은 녹색당이 탈성장을 얘기한다는 데에 있다. 개인들에게 그런 걸 묻는다면 욕구 보다는 필요에 의한 걸 우선시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다 가치관이 다르니까 쉽지 않겠지만 저희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유의미하다고 본다. 물론 개인 차원의 실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게 항상 고민”이라는 김예원 대표의 맺음말을 듣고 김찬휘 대표는 “욕망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논점을 확장했다.

 

욕망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항상 개인의 욕망이라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해외여행 같은 경우 저가항공이 나오지 않았다면 갈 수가 없었다. 산업 전반적으로 해외여행의 욕망을 만들어냈던 것도 있다. 그렇다고 그걸 죄악시하자는 것은 아니고 적절하게 규제되는 욕망이 필요하다. 정치와 체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련해서 녹색당 부순정 제주도지사 후보는 이번에 공약으로 △입도객 수를 조절하기 위한 제주공항 항공운항편수 조정 △도민좌석할당제 도입 △대규모 관광시설에 탄소패널티 부과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플라이트 셰임 문제를 부 후보의 공약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차원에서 김찬휘 대표는 “다들 제주도에 가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제주도에 2공항을 짓고 더 많은 여행객들이 오도록 하면 제주도는 가라앉는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해수면도 높아지고 있고 지금 하수처리 시설이 용량을 벗어나서 똥이 바다로 분출되고 있다. 그래서 규제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제2공항을 짓지 말고 비행기 편수를 조절하고 그러면 돌아가서 여행을 가야 한다. 제주도민에게는 좌석을 할당해야 한다. 외부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약속해서 줄여나가는 계획을 정치가 해야 한다.

 

김찬휘 대표는 김예원 대표의 메시지에 동조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해외여행을 자제하자고 하고, 비행기를 덜 타자고 하면 될지 모르겠지만 정당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은 아직까지는 탈성장 담론에 호응하는 정치세력 보다는 다른 방식의 경제성장을 내세우는 정당에게 표를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개인과 구조의 양자택일 차원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는 기후위기 구호가 있어야 한다.

 

탈성장이 덜 얘기됐던 2017년만 해도 대통령 후보들이 탈핵을 이야기했다. 근데 오히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그것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좀 더 높아진 2022년 대선에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핵발전을 이야기한다. 핵발전으로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성장하자는 성장주의의 활로가 커지고 있다.

 

윤동욱 기자: 원전에 대한 신화가 있는 것 같다.

 

김찬휘 대표: 그러니까 말이다.

 

박효영 기자: 오히려 원자력이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보수 정치인들도 많다.

 

김찬휘 대표: 미친 거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껴안고 자라고 해봐라. 핵 폐기물 처리장은 무조건 여의도에 박아야 한다. 그렇게 친환경이면 왜 저기 경상도에 떠넘기는가?

 

박효영 기자: 체르노빌, 후쿠시마, 쓰리마일의 방사능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두 공동대표가 직접 출마하는 카드도 고려됐을텐데 뒤에서 백업만 하기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김예원 대표는 작년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결심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먼저 김찬휘 대표는 “(서울에서 출마해달라는 요청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공중전 할 때가 아니라고 봤다. 내가 얼마나 지역에서 풀뿌리 활동을 진정성있게 해왔는가? 아직 모자라다고 봤다”며 “출마를 하는 것이 과거의 잘못된 편향이 아닐까 싶었다. 좀 더 당대표로서 녹색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예원 대표는 “(원래 출마 계획이 없었지만 작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나가보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진짜 녹색당이 그렇게 가야만 한다면 나도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면서도 “선거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저희가 조직이 탄탄하지 않고 복원 중에 있었고 내가 나서는 게 지금 당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봤다. 결국 내가 안 나가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풀어냈다.

 

그렇게 한 번 (내가 종로 보궐선거에) 나가기에는 저희 당에서 자원을 끌어와야 하고 한정된 자원 속에서 그만큼 다른 분들이 못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니까 결론적으로는 안 나간 게 잘 한 것 같다. 나도 선거 지원에 집중할 수 있었다.

 

 

6기 지도부를 맡게 된 두 공동대표는 “당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당원들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관심이 가장 크다”고 했다. 올해는 녹색당 창당 10주년인데 두 공동대표가 당원들에게 약속한 3가지가 있다.

 

①이번 지방선거에 반드시 당선자 내기

②올해 안에 ‘녹색정치학교’라는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는 기관 출범

③2023년에 세계 녹색당 총회가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데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준비

 

저희가 후보 한 번 나가는 것 보다 위 과제들을 하나라도 더 잘 하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걸 위해서 대표들이 어떻게 자원을 배치하고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효영 기자: 임기 중이 아니더라도 임기 마치고 한 번쯤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찬휘 대표: (임기 마친 뒤에) 당원들이 원하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6기 지도부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대선 정국에서 기후대선운동본부를 만드는 등 녹색 이슈를 중심으로 여타 진보정당들 및 녹색단체들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한 바 있다.

 

김찬휘 대표는 “(현실적으로 대선이든 지방선거든 진보정당의 단일화 또는 정치적 연대가 쉽지 않다면서) 진보정당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저희 당 입장에서는 녹색연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녹색시민이자 녹색운동을 지지하지만 녹색당이 포괄하지 못 하고 있는 그런 시민들. 진보연대도 중요하지만 이 녹색연대도 도외시할 수 없다. 나는 이 양날개를 둘 다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균형감있게 해보려고 한다.

 

 

김찬휘 대표는 과거 평범한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대표와 합의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예원 대표에게 실제로 파트너십이 잘 맞는 편이었는지 물었다.

 

김예원 대표는 “좋다. 김찬휘 대표께서는 중년 남성들이 조직에 많다 보니 같이 소통할 일이 많은데 되게 유연한 편이시다”며 “당연한 것 같은데 합의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당연한데 다행히도 우리는 그동안 이견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았다. 계속 당내 의제들을 맞춰갈 때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고 물론 (김찬휘 대표가) 맞춰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찬휘 대표도 “(MBTI상 궁합이 좋다면서) 저희가 굉장히 다른데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지만 비슷한 점들도 많다. 공통점은 저희 둘이 잘 듣는다. 리스닝 타입”이라며 “더 듣고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의 힘을 합칠 수 있는 의견이 뭘까를 고민한다”고 호응했다.

 

옳은 의견이 아니라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을 모을 수 있는 게 옳은 일이 된다. 나 혼자 하면 그게 옳지 않은 일이 되더라.

 

 

끝으로 녹색당이 마주한 정치적 현실에 대해 논했다. 기후위기란 말만 꺼내고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귀결된 문재인 정부의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대놓고 탈원전 폐기를 외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행정부. 녹색당 입장에서 이보다 더 암울할 수 있을까.

 

김찬휘 대표는 우선 윤석열 정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비슷해질지 박근혜 정부와 비슷해질지? 잘 모르겠다. 지금 인선을 보니 모피아들이 정말 많이 들어갔다. 모피아 플러스 검찰권력이라고 하던데 대통령은 어퍼컷 날리는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고 뒤에서는 모피아들이 세상이 변하지 않는 방향으로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갖는 정치로 갈 것 같은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대연합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즉 민주당이 야당일 때 범진보 세력 내에서 더 많은 헤게모니를 쥐게 되는 과거 루트로 가게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정권이 교체되는 걸 더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 야당으로서 선명성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고 소수 진보들을 이끌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그런 식의 시도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식의 이슈들 중에서는 녹색 이슈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민주당이 핵발전소에 싸우는 것처럼 주창할 수도 있다. 그걸 어떻게 잘 견제하면서 녹색연대와 진보연대를 잘 해나가느냐가 녹색당의 가장 어려운 임무가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도 지방선거에서 잘 해야 한다.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계속 나가겠다는 시그널을 시민들에게 줘야 한다.

 

그나마 민주당 내에서 김성환 의원, 양이원영 의원, 이소영 의원 등 녹색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온 개별 정치인들이 있지만 녹색당 입장에서 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정책과 정치의 차이가 있다. 정책은 낼 수 있는데 민주당 정치의 한계 속에 가둬져있다 보니 그걸 넘을 수가 없다. 그니까 김성환 의원이 고준위 핵폐기물 법안을 내는 것이다. 당론을 넘지 못 한다는 것이 정치의 한계이고 우리가 정책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정치의 힘이 강해지고 녹색정치의 힘이 강해지면 알아서 민주당 사람들이 따라오게 돼 있다. 오히려 민주당 사람들이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 녹색당으로 오셔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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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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