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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디퍼의 감상문④] ‘헤어질 결심’ 직업의식과 로맨스 사이에서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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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평범하지 않은 박찬욱식 수사 로맨스 <헤어질 결심>을 봤다.

 

스마트한 형사의 표본인 해준(박해일 배우)에게 예순살 변사자의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 서래(배우 탕웨이)는 의심스럽고 궁금한 인물이다. 서래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무덤덤하고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지만 요양보호사로서 자신이 돌보고 있는 노인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길고양이에게도 애정을 보이는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다. 처음 해준과의 만남에서 서래는 중국 출신으로 한국말을 잘 못 한다고 말한다.

 

 

서래의 조금 서툰 한국말 표현은 오히려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 미묘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

 

지난 6월29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한 마디로 정말 박찬욱스러웠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식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고 연출 또한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마도 관심, 설렘, 애정의 감정들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하는 방식과  달랐기 때문인 탓이다. 또한 출연한 배우들 모두 대체적으로 캐릭터와 잘 어울렸지만 탕웨이의 감정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탕웨이의 예쁜 얼굴 뿐 아니라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이면에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극중 서래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포털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영화의 기본 설정 이외에는 무엇 하나 줄거리의 작은 단서도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반전과 해석 포인트들이 많고 전부 중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래의 주변 인물이 죽고, 사명감 넘치는 형사 해준이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사실만 거론하고 싶다. 로맨스와 직업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해준의 심리에 집중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이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고 아주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박찬욱 감독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점 잊지 말자.

 

 

물론 영화는 난해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스토리를 놓칠 수 있을 만큼 간단치 않다. 다소 공감하기 힘든 감정선이 군데 군데 있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을만한 영화다. 그 말은 곧 일반 관객들의 시선으로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과 메시지를 읽어내기에는 조금 벅찰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나와 바로 잊혀지지 않고 음미할 수 있는 엔딩이 인상적이었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으니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복수 시리즈를 감상했을 때보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극장에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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