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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송채원씨 “우영우 속 장애인의 사랑 보고 너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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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후천적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송채원 연구원(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회에서 묘사된 ‘장애인의 사랑’을 보고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성인 지적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지나치게 보호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부모와 법원의 판단이 “이해가 되면서도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 연구원은 11일 20시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 9층 다목적강당에서 개최된 <마음으로 봅니다> 특강의 연사로 무대에 섰다.

 

송 연구원은 “요즘 우영우가 굉장히 핫한 드라마라고 하더라. 원래는 장애인을 그린 작품이나 미디어를 보지 않는데 시혜적인 시선이나 차별적 발언들이 없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다”며 “보면 볼수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생각해볼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우영우와 이준호의 러브라인이 잡힐 때 쯤에 지적장애인 여성과 비장애인의 사건이 나온다. 지적장애인 딸을 둔 부모는 비장애인 남성이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성은 자신과 여성 장애인의 관계를 찐사랑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너무 답답했다. 장애인의 현실이라는 게....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극도로 연애를 반대한다. 물론 그럴만하다. 내 새끼가 다치고 상처가 될까봐. 과잉보호를 하려고 하고 본인들의 책임과 의무로 생각하기도 한다.

 

특히 송 연구원은 본인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연애를 많이 못 해봤다. 사랑이라는 관계를 이해하지 못 해서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남자친구가 헤어질 때 이렇게 얘기하더라. 너 왜 (후천적 시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말 안 했어? 거짓말 한 거야? 헤어지자. 완전 나쁜놈 아닌가. 그게 무슨 헤어짐의 이유가 되겠는가. 핑계를 댄 건데 그 당시 나는 엄청 충격 받았다. 내가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서 차인 건가? 엄청 상처를 받았다. 그 이후에 잠시 동안 친구를 사귈 때마다 내가 장애가 있음에도 괜찮겠니? 이런 걸 물었다. 물론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사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랑과 성관계를 선택할 자기결정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성범죄 여부는 단순히 강요와 협박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동인지 청소년인지’,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술에 취한 상황은 아니었는지’, ‘위계서열에 따른 압박이 있지는 않았는지’ 등등 구체적인 맥락이 중요하다.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공동대표는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10회 에피소드는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사랑이냐 폭력이냐라는 이분법적 구도에만 가둬둔채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 하는 한국사회의 인식 수준이 투영된 것으로 보였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어떤 관계든 사랑만 있거나 폭력만 있는 그런 관계는 현실에 드물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계가 그렇듯 신혜영과 양정일의 관계에도 사랑과 폭력이 공존했다고 봤다. 신혜영이 경찰 진술에서 성행위가 시작되자 기분이 나빠졌다고 말하는 걸 보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 즉 성폭력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양정일과 나눈 둘만의 친밀한 대화에서 느낀 즐거움 같은 것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드라마가 보여줬듯이 법정에서는 신혜영이 겪었을 복잡한 심경과 맥락, 신혜영 입장의 서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문제는 평범한 상황에서 장애인의 사랑이 담론의 주제로 오르지 못 하고, 오직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 이슈에서만 장애인의 사랑이 이야기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비장애인 시민 다수가 이러한 형사사건을 통해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이슈를 접하게 된다”며 “우영우의 연애가 보여주듯 장애여성들은 법정 바깥에서 일상 곳곳에서 여러 맥락으로 섹슈얼리티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여성이 범죄에 해당하는 폭력의 피해자가 됐을 때 혹은 폭력인지 아닌지를 증명해야 할 때야 공론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환기했다.

 

장애여성의 다양한 섹슈얼리티 실천, 사랑과 폭력 사이의 스펙트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송 연구원은 일종의 연민 서사나 편견의 시선을 거둬들이고 장애인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내 조카가 다섯 살인데 볼에 뽀뽀를 해서 좋았어. 싫었어. 그렇게 표현하고 말한다. 지적장애인이라고 사랑을 모르는 게 아니다. 비장애인 남성이 나쁜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장애인 여성의 감정은....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뭘까? 그걸 한 번 생각해보시라.

 

특히 송 연구원은 “우리 사회는 사랑에 대한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완전하고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책임 능력이 없더라도 그 감정까지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드라마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우리는 장애인이 아닌 개개인 그 자체로 바라봐줄 때 조금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장애인도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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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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