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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쿠데타에 맞선 그들이야말로 ‘진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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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12.12군사반란을 기억해야 하는가?

[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 지난 8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12.12 군사반란에 맞서다 희생된 故 김오랑 중령故 정선엽 병장을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했다. 육군 특전사령부 대위로 복무한 바 있는 김준철씨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알게 됐는데 사실 목숨 걸고 반란군에 맞선 의로운 군인을 추모하는 것은 독립운동가나 호국 영웅을 추모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 그들의 행동을 의미없는 죽음으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1979년 12월12일, 소위 하나회 반란군들을 진압할 수 있었다면 5.18 광주 학살과 서울의 봄 이후의 7년간의 군사 독재를 또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김 중령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는데 정 사령관을 지키려다 총격에 맞아 전사했다. 그는 투항하거나 정 사령관을 밀고했다면 오히려 전두환 정권에서 영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의 결단은 단순히 상관 보호를 넘어 대한민국 헌법체제를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용감한 행동이었다.

 

김 중령 못지 않은 말단 병사의 용맹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국방부 벙커를 지키고 있던 정 병장은 반란에 가담한 1공수여단의 위법한 무장 해제에 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 전역을 3개월 앞둔 시점(1979년 12월13일 새벽 2시 즈음)이었는데, 초병 근무를 서고 있던 정 병장은 국방부 청사를 점령하기 위해 다가오는 공수부대원들로부터 M-16 소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항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김 중령과 정 병장은 군인사법 54조2 1항 1호에 따른 '전사자'다.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적의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과 무장 폭동, 반란 또는 그밖의 치안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내부 군벌 세력이 국헌을 파괴하는 걸 저지하고자 한 그들의 행위는 전사자로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고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애쓴 사람들 중 한 명이 준철씨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들의 사연을 전해 듣고 존경심을 갖게 되어 추모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준철씨 본인부터가 맹호부대와 특전사 장교 출신이었던 만큼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 정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반란군에 대항했던 그들의 죽음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다. 준철씨는 '김오랑 평전'을 출간하고 무공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을 국회에 요청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3년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김 중령에 대한 훈장을 추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6.25 전쟁 전후 국군의 학살, 5.16 쿠데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 등 대한민국 군대의 과오는 너무나 무겁다. 군인과 군대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던 오욕의 시간이 있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란군과 군사 독재에 대한 미화가 이루어져선 안 되고, 반란군에 맞선 의로운 군인들에 대한 마땅한 추모와 대우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준철씨의 활동은 경의롭지 않을 수 없다.

 

준철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김오랑이 없었다면 우리 군의 역사, 현대사는 비겁하고 참담한 역사가 되었을 것"이라며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육군사관학교와 육군특수전사령부에 김오랑 중령의 추모비를 세우고 국방부 벙커에 정선엽 병장의 추모비를 세워 대한민국 군인의 귀감이 되게 하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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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입니다.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늦깎이 문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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