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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원 정치史④] 기본소득과 공공주택? “공산주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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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조대원 센터장(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과의 대화는 항상 깊이가 있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대화는 의례 정치적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와 같은 주제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조 센터장은 요즘 들어 부쩍 ‘정책 의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조 센터장은 평범한미디어 기자들과 만나기 하루 전 페이스북에서 흑인을 대놓고 차별했던 미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거대 양당이 서로 파멸시키려고 하지 않고 공통과제를 정해서 상호 협력해보자”고 제안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흑인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미국 사회에서 지금은 인종차별주의를 배격하는 흐름이 주류가 됐듯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일들이 편견과 기득권에 의해 가로막혀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다.

 

 

조 센터장은 그 3대 공통과제로 기본소득, 공공주택, 남북 교류 등을 제시했다. 적어도 이 3가지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상호 협력해서 건설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보자고 설파했다.

 

사실상 한국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의제들인데 조 센터장은 “왜냐면 주로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이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도리어 자기가 공천 받는 데도 마이너스로 여겨졌다”면서 “선거운동 하는 데도 마이너스다. 그래서 안 하려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분명히 있다고 보고 우리 당내에서도 수도권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에 계속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처음부터 (3대 공통과제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었고 정치 지형이 그렇다 보니까 그 지형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점점 공부도 하고 대화도 하고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지식을 쌓고 그 다음에 실력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조대원표 기본소득 모델인데 조 센터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론 대해 “기본 용돈”이라고 비판하며 “처음에는 기본소득 얘기할 때 미친 거 아니냐. 저거 공산주의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쭉 하고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까 그게 아니고 대안으로 고민해볼 정도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기본소득은 어떻게 생각하냐면 전국민한테 1인당 인구수대로 100만원씩 나눠주는 거야. 우리 부모님도 각종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는데 그게 안 되는 노인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통장을 다 만들어서 태어날 때부터 100만원씩 꽂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면 자녀 1명 있는 부부가 합계 소득 연 6000만원이었는데 3명분 기본소득으로 매달 300만원씩 받는다면 연 소득이 9600만원이 되는 것이다. 합계 소득이 6000만원일 때는 소득세를 안 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세 기준에 포함돼서 세금을 꽤 내야 될 거다. 또 가구 합계 연봉이 2억 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지금 내는 것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겠지 도리어 기본소득 100만원씩 안 받을 때보다 세금이 더 많이 나올 거야. 나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조 센터장은 ‘선별 복지’에 대해 “(기초수급 받을 취약계층 등을) 어느 기준으로 정하는지 복잡하잖아. 그 대신 기본소득이 제일 간단하지 않나?. 나는 그 생각이 들더라고”라며 “각자 자기 소득에 기본소득을 얹는 거야. 그럼 소득이 지금 하나도 없는 노인들 같은 경우에는 또 노령연금까지 같이 받게 되어서 (어느정도 충분한 소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좋고 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군인 연금으로 중령들은 200만원 후반대, 대령은 300만원 후반대를 받는데 그러면 거기에다가 기본소득을 얹게 되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고 주장했다.

 

소득이 어느정도 되는 중상류층 이상의 시민들에 대해 조 센터장은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라면서도 “대한민국은 직접세 비율이 다른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 그렇게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도리어 간접세 비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 주요 주들의 간접세 비율이 낮고 직접세 비율이 높다는 점을 환기하며 “어쨌든 세제를 좀 손을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센터장은 소위 ‘가난한 집 맏아들’로 비유됐던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거론하며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들은 그만큼 여타 선진국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아왔거든. 그리고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쭉 공부해보면 결국은 삼성이나 현대나 이런 대기업 중심으로 나라 자원들을 집중했고 전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원해주고 키워서 낙수효과로 국민 전체가 혜택을 보는 식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국민 전체가 (재벌 대기업들을) 밀어줬으나 그 낙수효과가 국민들한테 안 돌아갔다. 정치권에 로비하고 부정한 짓하고 자기들끼리 해먹은 거에 비하면 국민들이 혜택본 게 없다. 그 당시에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의 봉급을 받으면서 하루에 15시간, 20시간 혹사당하고 오죽하면 뭐 분신하고 그랬겠는가. 노동 3권과 생존권 이런 거 전혀 보장이 안 됐다. 도리어 공권력으로 때려잡았다. 이제는 전체 국민의 권리를 위해 제대로 보상(비례적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도입)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두 번째 조대원표 공공주택 모델을 살펴보자. 조 센터장은 2021년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선언을 하며 “공공주택 100만호 짓겠다고 하니까 나보고 미친 놈이라고 그랬다”며 운을 뗐다.

 

사실 100만호는 용산공원에만 짓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서초구 같은 데 경찰서, 소방서, 관공서 등등 다 통폐합해서 한 건물로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상복합으로 해본다고 하면 1층부터 10층까지는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들 사무실 같은 오피스로 쓸 수 있도록 높은 세를 받도록 하고. 11층부터 20층까지는 공공기관들 경찰서, 구청, 소방서, 우체국 이런 곳들이 다 들어가고. 그 다음에 21층부터 50층까지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하는 것이다. 월세 30만원 이하로 해서 청년부터 그 자격 조건을 둬서 다자녀 가정, 생애 첫 주택 등등 이런 사람들이 들어와서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싱가폴 모델처럼 해보는 것이다. 싱가폴은 50년, 100년 임대권을 주지 않는가. 완전 적은 임대료로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싱가폴은 모든 주택의 80%가 공공주택이고 적어도 50년 이상 자기 세대에서는 집 걱정을 안 하고 임대권을 갖고 있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막노동 청년이라고 하더라도) 애인과 함께 30만원 내고 월세로 (공공주택에) 입주하면 결혼을 굳이 안 해도 동거도 하고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애도 낳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조 센터장은 고질적인 저출생 문제 역시 주택 정책이 제대로 서야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한 번 조 센터장은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모든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주택 정책이 첫 번째”라고 못박았다. 조 센터장은 북유럽 복지국가에선 적어도 한국처럼 부동산 투자에 목을 메는 현상이 없다는 점을 대비시키며 “의료보험, 학비, 병원비 등 이런 목돈 들어갈 게 없고 결혼도 각자 알아서 하지 자식한테 집을 해줄 필요도 없다”고 풀어냈다.

 

궁극적으로 한국에서는 “연금을 그렇게 많이 넣고 목돈을 그렇게 준비해야 되고 집을 통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무한경쟁사회에서 대다수 국민이 불안하기 때문에 기본소득과 공공주택을 제공해서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입시위주교육을 바꿔서 교육개혁을 하려고 해도 성적 높게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가려는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가 있고, 부동산 개혁을 하려고 해도 부동산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려는 일반 시민들이 있을텐데) 보수 정치권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인간은 더 좋은 데서 살고 싶고 더 많은 걸 갖고 싶고 소형차를 가지면 중형차를 갖고 싶고 이런 욕심이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막는가? 이러는데 그게 자본주의의 원리라고 하더라. 꼭 그렇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과한 욕심이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큰 것은 이런 점이다. 국민들이 왜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하고, 아파트에 줄 서가지고 눈을 번쩍이며 재테크를 하냐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 애가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내가 사는 삶보다 더 못한 삶을 살지 않을까. 사회에서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세컨 챈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조 센터장은 “한국에선 나이 들어서 몸이 아프거나 실직을 했을 때 보장 제도가 없는 거다. 북유럽과 서유럽 선진국처럼 실직을 해도 2년 이상 실업수당이 나오고, 주택 정책이 실질적이고, 의료보험 제도가 잘 돼 있어서 목돈이 들지 않는다”며 “이런 게 잘 돼 있으면 굳이 재산을 왜 모아야 되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특히 조 센터장은 본인이 젋었던 시절만 하더라도 공무원이 별로 인기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지나치게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시대가 된 것도 “청년들이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이젠 기본소득과 공공주택으로 그런 지점을 메워줘야 한다고 결론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 문제인데 조 센터장은 “북한이 우리 처갓집 강아지 같다”며 “아주 약아빠진 강아지다. 화나면 똥을 싸는데 바깥에다 싸면 주인한테 혼나니까 배변 패드 제일 끝에다가 싼다”고 비유했다. 조 센터장은 북한 문제에선 소위 유승민계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다며 “유승민은 경제는 좌파인데 안보는 극우”라고 지적했다.

 

보수우파 진영과 국민의힘에서 매번 나오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 즉 ‘핵 공유론’에 대해 조 센터장은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①우리가 원한다고 미국 핵을 맘대로 갖다놓을 수 없음

②갖고 오더라도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제공해야 함

③꼭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 않아도 ICBM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괌에서 북한 타겟팅 가능

 

무엇보다 조 센터장은 “선빵이 중요하고 보복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북한은 한미 국방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취약하다. 비교 불가인데다 남북한 체제 경쟁에서 게임이 끝난지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무섭고 두렵기 때문에” 핵을 필두로 끊임없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조 센터장의 관점이다.

 

근데 북한은 한국에게 미사일이든 핵이든 선빵을 날려봤자 한미가 MD 체제가 돼 있기도 하고 강력한 응징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두려운 거고 북한은 MD도 없다. 잘 생각해 보면 북한이 저렇게 험한 말을 할 때는 첫 번째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오고 전략 폭격기가 들어오고 한국 공군 전투기가 수십 대 뜨면 북한도 없는 돈에 공군 전투기 몇 대라도 띄워야 된다.

 

 

흔히 보수우파 진영에서 대북 기조를 ‘대칭적 상호주의’로 천명하며 북한에 맞대응하는 자존심을 내세우곤 한다. 그러나 조 센터장은 절대 북한이 먼저 핵 기술을 해체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유튜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놓으니까 댓글로 북한이 먼저 핵만 없애면 된다고 그러던데. 똑같은 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군 철수하고 영원히 미국이 자기 체제를 안 건드리겠다고 평화협정만 맺어주면 북한은 해결되는 것이다. 그 현실을 알아야 된다. 우리도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 있듯이 걔네들도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조 센터장은 “어차피 북한과 한국은 체제 경쟁, 안보 경쟁이 끝났고 핵이 있든 없든 북한은 죽었다 깨어나도 남한을 못 이긴다. 그 핵 하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핵도 이미 따져보면 우리한테나 먹히지 그 협박이 (탐지 및 방어체제가 첨단화돼있는) 미국한테 안 먹힌다”면서 통크게 교류의 문을 터줘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지금 굶어 죽을 판이거든. 북한이 군사력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고 결국은 돈 때문에 망할 거라고 본다. 어느 체제든 다 그렇지만 북한을 망하게 만들려면 우리도 남한에다가 핵을 갖다 놓는 게 아니고 북한에다가 돈이 더 들어가도록 풀어줘야 한다.

 

조 센터장은 페이스북에서 좀 더 선명하게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생존을 보장하며 통행과 교류의 확대를 통해 50년 이후의 평화 통일을 위한 토대를 지금부터 놓는 건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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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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