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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서 도망가다 칼 휘두른 '차량털이범’ 어떤 법으로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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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박효영 기자] 안전 사고에서 범죄 사건으로 취재 분야를 넓히고 있는 평범한미디어의 레이더에 자동차 금품 절도범의 ‘준특수강도(특수강도의 준강도)’ 사건이 들어왔다. 말이 좀 복잡한데 차량 안에 있는 금품을 훔치려다 발각된 범죄자가 흉기를 휘둘러서 목격자를 위협한 뒤 도주한 사건이다.

 

44세 남성 A씨는 지난 1월13일 새벽 3시10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세단이나 SUV 차량 안에 있는 금품을 훔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야심한 새벽 시간대였지만 마침 베란다에 나와 있던 55세 남성 B씨는, 아무래도 A씨가 여러 차량들을 오가며 서성이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신고 접수를 완료한 뒤 범행 현장으로 직접 갔는데, 아마도 의협심이 생겨 현행범을 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내 B씨와 맞닥뜨린 A씨는 흠칫 놀라며 도망갔고 쫓아오는 B씨를 위협하기 위해 갖고 있던 캠핑용 칼과 우산을 휘둘렀다. A씨는 도주에 성공하긴 했다. 그러나 뛰어봤자 벼룩이었다. A씨는 범행 현장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근처 상가에서 경찰(광주서부경찰서)에 붙잡혔다.

 

 

그런데 A씨는 이미 절도 전과가 있었다. 유사한 차량털이 범행을 반복하다 징역 3년8개월 실형에 처해졌고 작년 8월 출소했다. 5개월만에 또 차량털이를 시도하다 검거된 것인데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차량을 털려고 했다”면서 생계형 범죄임을 어필했다.

 

긴급체포를 당한 A씨는 유치장에 갇히게 됐다. 경찰은 다음날(14일) 오전 바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A씨는 같은 날 18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고 이내 정식으로 구속됐다.

 

전과자의 사회 적응 문제는 정말 중요한 사안이며 부적응에 따른 생활고로 인해 또 다시 범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벽이 심한 절도범의 상습 범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무엇보다 A씨의 주장을 다 믿을 수도 없다.

 

일단 절도는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즉 금품을 훔치려고 시도하다가 들켰기 때문에 A씨는 미수범이긴 한데, 준강도 혐의를 적용 받을 것이기 때문에 기수와 미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복잡해서 머리가 아파지는데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보면 이런 거다. ‘강도’는 절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서 절도를 하는 것이 강도다. ‘특수강도’는 일반 강도와 달리 좀 더 무겁게 처벌되는데 형법 334조에 따르면 △야간 시간대에 하거나 △흉기를 사용하거나 △2인 이상이 범행을 하게 되면 특수강도죄로 의율된다. 특수강도죄는 징역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최상위급 중범죄다. 

 

 

그렇다면 준특수강도 개념은 뭘까? ‘준특수강도’는 법률 이론상의 개념으로 형법 335조에 규정된 준강도죄로 이해하면 된다. 이를테면 강도가 처음엔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절도에 성공했는데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도중 또 다른 타인(재물 소유권자/경찰/행인)에게 발각되어 뒤늦게 흉기를 사용해서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면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 준특수강도다. 그래서 준강도는 범행 양태에 따라 ‘일반 강도’ 또는 ‘특수강도’로 의율될 수 있다.

 

예컨대 강도가 주택에 침입해서 돈과 담배 160갑을 훔쳐서 나오는 도중 경비원에게 들켜 둔기를 휘둘렀는데 만약 경비원을 따돌리고 그대로 도주에 성공하면 준특수강도의 기수범, 실패하면 미수범이 된다. A씨는 금품을 훔치지 못 하고 흉기를 써서 도주만 성공했기 때문에 준특수강도의 미수범이 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법원은 준강도 혐의를 적용함에 있어서 이미 절도에 착수한 이상 미수와 기수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4도2521).

 

준강도는 말 그대로 ‘강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결코 강도죄보다 가벼운 것이 아니다. A씨는 그냥 도망가지 않고 괜히 흉기를 휘둘러서 스스로 처벌 수위를 가중시켰다. 준특수강도는 특수강도에 준해서 처벌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징역 5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A씨는 상습범이기 때문에 유리한 양형요소가 없다. 미니멈 징역 5년 이상이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차량털이’ 범죄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1월 부산 사상구에서 마찬가지로 40대 남성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문이 열리는 차량만 골라 금품을 훔쳐간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CCTV에 덜미가 잡혀 바로 검거될 수 있었는데 범인은 A씨와 마찬가지로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했다. 2019년 5월에도 전국을 돌며 상습적으로 차량털이 범죄를 저지른 고등학교 행정직 출신 절도범이 있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중독되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량털이범이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차량털이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안 상황이 비교적 좋지 않은 서방 국가들에서는 처음부터 주차된 자동차에 금품을 놔두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대놓고 차 유리를 깨고 금품을 가져가는 일이 꽤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장 좋은 1차적 예방 방법은 그냥 차량 안에 귀중품, 현금, 값비싼 전자기기 등을 놔두지 않는 것이다. 영화처럼 특수장비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차량털이범들의 수법은 통상 주차장으로 가서 차량들의 문을 일일이 열어보며 방심한 차주가 열어놓은 차량을 노리는 것이다. 소위 ‘하나만 걸려라’ 방식이다. 그래서 주차 후 문을 반드시 잠그고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문 단속은 집이든 자동차든 필수다.

 

특히 경찰은 사이드미러를 접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해서 말하고 있다.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요즘 출시된 차량들은 대부분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히긴 하지만 구식 차량들은 사이드미러 접힘 버튼을 눌러야만 접힌다. 그래서 잠시 정차를 하더라도 시동 끄기와 함께 사이드미러를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끝으로 사정이 있어서 주차장에 장기 주차를 할 경우 CCTV 사각지대에는 주차를 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다른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이 증거가 될 수 있겠지만 확보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웬만하면 CCTV가 비추는 곳에 주차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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