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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인생⑯] 요리학원 운영하는 현준씨 수강생들에게 ‘인문학 소양’ 가르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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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가치 이야기하는 조현준 씨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은 전형적인 성공한 사업가였다. 멀끔한 수트와 구두, 왁스로 스타일링을 한 것 같은 올백 헤어 등등 위대한 게츠비 컨셉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독고다이 인터뷰 주인공은 대학 동기 내 친구 조현준씨다. 이번에 10년만에 만났는데 현준씨는 학교를 다닐 때도 사업에 도전했었다. 현재는 코리아교육그룹 임원으로 일하고 있고 동시에 코리아요리아트아카데미 안산점 원장을 맡고 있다. 현준씨는 ‘타인 성공시키기’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인터뷰를 할 때 꽤 중요한 키워드였다.

 

작년 12월28일 경기도 안산으로 가서 현준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봤는데 정말 반가웠다.

 

 

대학 시절 꽤 붙임성이 좋은 친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인싸 중에 인싸들만 할 수 있다는 과대표도 맡았던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먼저 근황을 물었다. 현준씨는 “요리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입시, 창업, 취업을 도와주고 있다”며 “원장이다 보니 일단 선생님들을 교육한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은 수강생들에게 제빵, 제과, 바리스타, 요리 기술을 알려주고 취업과 창업 성공까지 도와준다”고 말했다.

 

원장으로서 책임감과 압박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현준씨는 ‘매출 압박’을 꼽았는데 지금은 매출이 잘 나오고 있고 일이 적성에 맞기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매출이 덜 나올 때가 힘들다. 전체적인 사업을 하다 보니까 그렇다. 지금은 그래도 잘 나오는 편이다. 나는 이 일이 잘 맞는 것 같다.

 

지금은 교육 사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과거 현준씨는 공익 사업과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옛날부터 나는 착한 생리대 지원 같은 남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사회적 기업 설립 준비를 했던 것도 그의 일환이었다. 남을 도와주는 좋은 일이었지만 돈을 벌지 못 해서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은 남을 도와주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딱히 어렵다든가 힘들지는 않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이따가 더 풀어보도록 하고 다음 질문을 이어가보면 지금은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분명 힘들었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이겨냈고 극복하기 위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현준씨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삶의 원동력이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나는 내가 흙수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드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많이 벌어야겠다는 절실함이 나의 원동력 중 하나다. 그래서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위인전도 많이 읽었고 정주영 회장 같은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또는 그런 내용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다.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다고 했는데 사실 현준씨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보기 위해 휴일이 되면 무조건 집 밖으로 멀리 나갔다. 조용한 곳에서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일부러 비싼 차(포르쉐)를 산다. 그러면 차가 아까워서라도 멀리 떠나게 된다. 안산 근처에 있는 대부도 같은 곳에 가서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현준씨에게도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시절이 있을까? ‘현재’라고 답한 독고다이 인터뷰이들이 꽤 있었는데 현준씨도 망설임 없이 ‘지금’이라고 전했다.

 

바로 지금이다. 원장이라는 직함도 있고 수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매출도 억대로 나오고 있다. 어떻게든 지금 최대한 돈을 벌고 있다. 지금도 전성기지만 앞으로도 계속 전성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 다음 현준씨에게 고독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지 물어봤는데 무릎을 탁 칠만한 대답을 들었다. 현준씨는 ‘고독함’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었다.

 

나는 그 고독함이야말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혼자 있어야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게 그 고독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고독을 즐기면서 나의 숨소리도 들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도 많이 한다. 나는 일기도 쓴다.

 

현준씨는 고독함을 이겨내기 위해 누군가를 인위적으로 만나려고 하기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친구, 가족, 지인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정말 중요하지만 혼자 깊이 사색해보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 인생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공통 질문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준씨는 ‘세바시’에 나가서 인생 스토리를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영감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멋진 강연자로서 좋은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최후의 목표는 세바시 프로그램에 강연자로 출연하는 것이다. 전문 강연자가 되는 것도 꿈이고 유명 CEO가 되는 것도 꿈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개별 질문 타임이다. 가장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현준씨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사업가의 길을 가고 싶어 했던 걸까? 졸업 이후 취업 준비나 알바 등 다른 걸 해본 경험은 없을까? 그런데 일단 현준씨는 대학을 졸업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 미처 몰랐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중간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제적됐다. 원래는 사업에 대한 꿈은 없었다.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 직업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집안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원이라면 답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망했다. 내 능력 부족이었다. 오히려 빚만 쌓였다.

 

하지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계속 도전했다. 알바생으로 시작해서 원장이 됐다.

 

거의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정말 최악이었다. 이렇게 답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회사에서도 그걸 알아줬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야망은 알겠는데 왜 갑자기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었던 걸까? 생리대 무상 제공 등 공익 활동으로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려울텐데...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솔직히 가볍게 생각했다. 남을 도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게 되었는데 실상을 파악해 보니 생리대 문제만 하더라도 정말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보다 깊게 들어가게 되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였지만 난관도 많았다. 공익 활동을 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들만 모여드는 법은 없다. 역시 인간관계가 쉽지 않다.

 

그런데 결국 이걸 하면서 많은 문제들에 부딪혔었다. 비영리단체를 운영했는데 내 역량 문제일 수 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남을 돕고자 모였지만 그 안에서도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직접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으로 힘든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일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좋은 경험이 되긴 했지만 사업이 망해서 엄청난 고난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다 빚을 갚기 위해 일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요리아카데미와의 연이 시작됐고 열심히 하다 보니 현재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기사 서두에 언급했던 타인 성공시키기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는데 말 그대로 남이 잘 되도록 도와주면 나도 잘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우리 팀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수강생들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성공시키는 건데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성공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성공한다면 나도 더불어서 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내가 우리 친구들을 성공시키면 이 친구들이 잘 되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더 잘 된다. 그러니까 나도 성장하는 것이다. 내 수강생들을 성공시키면 더불어 학원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신념은 평생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뭘까. JYP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씨가 과거 소속 연예인에게 노래와 춤 연습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회, 정치 등 다양한 인문학 소양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했다.

 

일반 학원은 기술만 가르쳐주고 끝낸다면 우리는 기술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 자기 계발, 행동 교정 등 이런 것들을 다 알려준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수강생들이 잘 되고 소문이 나면서 학원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수강생도 성공하고 학원도 성공하고 나도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건 학원과 상관없이 내 개인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다.

 

보면 볼 수록 겉모습과 외모, 패션 등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키가 크고 늘씬하기 때문에 모델 부럽지 않은 포스였다. 원하는 스타일링이 있는지 물었다.

 

항상 이탈리아나 영국 등 유럽의 정통 패션을 추구한다.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교육업이다 보니 최대한 보수적인 느낌과 안정감, 신뢰감을 주기 위해 이렇게 입으려고 노력한다. 결국에는 복장도 예의라고 생각한다. 수강생들이나 그들의 부모들을 만날 때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강료를 내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원장인 내가 대충 입고 다니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장 차림은 우리 교육 그룹만의 시그니처 복장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좀 더 클래식하게 입는 편이다.

 

누구나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한다. 지금까진 현준씨의 일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지, 연애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겉으로만 보면 워커홀릭 이미지가 있는데 현준씨는 일과 사랑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흔히 시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연애를 일부러 안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준씨는 “핑계”라고 일축했다.

 

지금 좋은 여자친구를 잘 만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에 치우쳐서 연애를 못 한다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사랑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아직 자리를 못 잡았다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리를 완전히 잡지 않았더라도 그 상황까지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성을 만나는 게 베스트다. 나도 지금 자리를 완전히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걸 이해해주는 좋은 여친을 잘 만나고 있다.

 

 

꿈이 없는 청년들, 자기 적성이 뭔지 모르고,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한 청년들이 많다. 1992년생 한국 나이로 32세인 현준씨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예전에 이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내가 뭘 잘하지? 내가 뭘 할 수 있지? 이런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스스로 이 일을, 이 분야를 좋아하는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모를 때는 일단 한 번 도전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로 올라갈 때까지 진득하게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미가 없다면 그때 가서 관두어도 늦지 않다. 왜냐면 대부분 몇 개월 짧게 해보다가 관두기 때문에 내가 이 분야에서 맞는지 안 맞는지 제대로 파악해볼 수 없다. 그래서 일단 해당 분야에서 진입했고 최선을 다 해보고 잘 안 맞다 싶으면 바로 관두지 말고 다시 돌아가서 한 번 더 고민해보는 훈련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물론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데 무조건 참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발 끝만 담궈보고 안 맞는다고 징징거리면 그 사람에게 맞는 분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발목까진 담궈봐야 한다. 

 

직업과 직장의 차이는 있다. 아예 직업이 달라지는 케이스들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잡은 직업은 분명한데 직장을 정할 때 고민해봐야 하는 게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여기서 월급을 많이 받아도 그만둔다는 생각이 들까? 그런 걸 고민해봐야 한다. 많이 받으면 안 그만둘 거 같단 생각이 들면 조금 더 버텨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사람을 채용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채용할 때 보면 안타까운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좀 보수적인 입장일 수 있는데 지나치게 근로조건만 보는 부분이 있다. 노력을 해봐야 하는데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구나. 그런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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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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