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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진단②] 유족에게 유일한 위로는 “엄중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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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두 딸을 두고 있는 40대 남성 G씨는 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장을 퇴근하고 대리운전 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었는데 그날 새벽 음주운전 살인마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전남 영광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던 전역 4개월 남은 20대 청년 병장 H씨 역시 음주운전자의 살인 행위로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작년 하반기에 일어났던 중대한 음주운전 이슈들 중에는 안타까운 사망사고들이 많았다. 평범한미디어는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와 하나씩 짚어보기 위해 지난 1월11일 17시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갔다.

 

 

두 번째 기사에서 가장 먼저 다룰 세 번째 사건은 G씨의 목숨을 앗아간 37세 남성 I씨의 음주운전 범행이다.

 

③아내와 어린 두 딸을 키우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던 45세 대리운전 기사 G씨는, 2022년 11월8일 새벽 3시반 즈음 광주 광산구 흑석사거리 횡단보도 앞 보행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I씨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가해자 I씨는 지인과 과음한 뒤 만취 상태로 전북에 있는 자택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혈중알콜농도는 0.174%였다. 소주 3병 이상을 깡소주로 들이부은 수준이다. I씨는 직진하던 중 도로를 벗어나 보행섬으로 돌진했고 그대로 G씨를 들이받아 사망케 한 혐의로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으로 기소되어 올해 1월18일 1심 재판(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 결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 사건과, 6세 아동을 사망케 한 햄버거집 사건 등 근래 들어 합의없는 음주운전 사망사건에 대해 법원은 징역 8년까지 선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이다. G씨 유족은 합의하지 않고 I씨에 대해 엄벌 탄원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1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G씨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두 딸의 영어·피아노 학원비를 내기 위해, 낮에는 신차 판매원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었다. G씨의 아내는 “투잡을 뛰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던 가장이다. 음주운전자 때문에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I씨는 만취한 탓에 졸면서 운전을 했음에도 “보행섬을 인지하지 못 했다”고 변명했다. 이런 I씨에게 징역 4년은 너무나 관대한 판결이다.

 

사실 그 어떤 범죄 피해자들이라도 안타깝지 않은 상황은 없다. 가난하다고 어리다고 더 안타깝고, 부유하고 나이가 많다고 덜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허나 사연이 많은 피해자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언론의 집중 조명은 음주운전 관련 제도를 변화시키는 여론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 변호사는 “피해 유족들이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며 “윤창호 친구들과 햄버거집 사건도 모두 그런 사례다.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언론에 제보하는 것일텐데 주목 받는 부분이 있어야 취재가 더 들어갈 것이고 수사기관 나아가 법원이 엄격하게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창호법이 도입된 것이 피해자, 가족들, 친구들 덕이지 국회의원이 바꾼 것이 아니다.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서로 윈윈하고 선용했을 수도 있다. 음주운전 문제에는 여야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먼저 자기가 잘못했고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고 적어도 나처럼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음주운전으로 공격한다고 생각해서 맞받아치다가 이상해졌다. 하다 못 해 (2021년 11월) 윤창호법이 위헌 결정이 나오고 (2022년 12월) 이제야 통과됐다. 1년 넘게 입법 공백이었다.

 

 

2019년부터 도입된 윤창호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만들었을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한 축이고, 음주 수치를 강화한 것이 있고, 기존에 세 번 적발됐을 때부터 가중 처벌하는 삼진아웃제를 두 번 적발되면 가중 처벌하는 투아웃제로 바꾼 것이 있다. 그런데 모성준 판사(대전고법)와 일부 음주운전 전과자들은 2020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과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재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과거의 첫 번째 음주운전과 두 번째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가중처벌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예컨대 첫 번째 음주운전이 2004년에 적발됐다가 2019년에 두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다고 했을 때 가중 처벌을 시킬 만큼 “준법 정신이 현저히 부족해 반규범적이거나 사회구성원을 반복적으로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오래 전에 음주운전을 해서 한 번 걸렸다가 나중에 두 번째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은 사실상 초범에 가까운 경우인데 이를 상대적으로 엄히 처벌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윤창호법 체제에서 단순 음주운전 2회를 하면 실무적으로 벌금 500만원 가량이 선고되고 있는 것이 통례다. 그러니까 과실에 불과하고 사고도 내지 않은 가벼운 범죄인 음주운전을 두 번 저질렀다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이들의 멘탈리티다.

 

음주운전 범죄 특성상 결과를 바로 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해외 선진국 법제와 달리 오직 과실로만 보고 있는 대한민국 법제로 인해 처벌이 가볍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워싱턴주는 음주 사망사건을 야기하면 1급 살인범으로 간주하고 종신형을 선고한다. 그런데 I씨는 징역 4년에 그쳤다. 통상 면허 취소 수준 혈중알콜농도 0.08%만 넘어도 언론에서는 “만취”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I씨는 0.2%에 근접한 0.174%였다.

 

정 변호사는 “술에 인사불성이 돼서 그냥 돌진한 것”이라며 “0.1%만 넘어가도 만취라고 하는데 엄청 심각하다. 실제로 통계가 있는데 한 번 걸린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을 때 통상 마흔 번 음주운전을 한다고 했다. 그게 평균이다. 결국 그만큼 단속도 많이 안 한다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윤창호 사건이나 햄버거 사건 등도 그렇고 G씨도 횡단보도 앞 보행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제는 정말 음주운전 차량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인도에서도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앞뒤를 잘 살펴야 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한도 끝도 없다. 그런 한탄이 나올 정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음주운전 하는 사람을 못 하게끔 해야지 길거리 걷는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할 순 없다. 칼 찌르고 다니는 사람 조심하기 위해 밖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런 걸 느낄 정도가 됐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말 보행자에게는 천재지변과도 같다”고 역설했다.

 

사실 정 변호사는 I씨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은 점을 전제해서 “징역 8년, 그 이상도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징역 4년에 그쳤다. 2심과 3심이 있을텐데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정 변호사는 “(이러한 음주운전 사건들이 일어나면 꼭 재판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기자님과 같은 분들이 계속 지켜봤기 때문에 그나마 형량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 사건은 현역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던 H씨의 삶을 짓밟은 44세 남성 J씨의 음주운전 범행이다.

 

④전역을 넉달 남겨둔 22세 병장 H씨와 후임병 2명(육군 31사단 소속)이 2022년 11월11일 23시20분쯤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해안도로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J씨의 습격을 당했다. J씨는 그날 동료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만취 상태로 구식 카니발 차량을 몰고 4.7km나 주행했다. 그러다 정차 중이던 군용 차량을 들이받았는데 그로 인해 군용 차량이 밀리면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을 그대로 덮쳤다. 혈중알콜농도는 0.122%였고 졸음운전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에는 맥주캔이 고스란히 있었다. J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 당시 순간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영광경찰서는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 나흘 뒤인 1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그대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31사단은 군용 차량이 도로 한 차로를 점유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통상적인 근무를 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는데 피해 군인들은 당시 해안가 중요시설 순찰 근무를 위해 막 근무지에 도착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H씨를 제외한 후임병 한 명은 오른쪽 발목 골절 중상, 또 다른 한 명은 허리 통증 경상을 입었다. H씨는 대학을 다니다 31사단으로 입대해서 14개월 가량 군 복무를 한 상황이었고 곧 제대해서 다시 시작할 대학 생활에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H씨의 후임병들은 그에 대해 “전투력 측정 평가에서 특급전사를 달성하고 동기들에 비해 한 달 더 빨리 병장 조기 진급을 했던 우수 인재였다”며 “(임무 수행에) 적극적이고 (일상에선) 온화한 성격이었다.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의 자세로 부대원들의 인정을 받아 분대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H씨에 대한 영결식은 11월14일 국군 수도병원에서 열렸고, 군 당국은 1계급 특진을 시켜서 하사 계급을 추서했다.

 

과거 햄버거 사건처럼 구조물을 1차로 들이받고 그것이 무너져서 사망사고가 났다. 군용 차량이 한쪽 차로 일부를 침범해서 정차돼 있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J씨가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함에도 그대로 직진을 해버린 것이었다. J씨의 책임이 100%라고 볼 수 있다.

 

정 변호사는 “그냥 들이받은 거다. 물론 가해자가 통행을 방해한 부분이 맞지 않느냐. 그쪽에도 과실이 일부 있지 않느냐. 과실 여부에 따라 본인의 형량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런 주장을 할 것”이라며 “허나 음주운전을 안 했다면 애초에 벌어지지 않을 사건이다. 음주운전자가 그걸 갖고 과실을 계속 주장하면 저거 봐라 괘씸하다고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걸 음주운전자 본인이 말할 계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변호사가 그런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공개 법정에서 하지 않고 (서면으로) 몰래 써서 내기만 할 것 같다. 보통 사고라는 게 음주운전이라고 해서 상황에 따라서 무조건 100대 0이 되는 게 아니고 쌍방과실이 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인도에서 걷고 있었다면 그것까지 조심해서 대비할 필요가 없지만 기본적인 교통법규는 당연히 지켜야 된다.

 

향후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31사단이 통상적인 해안 경계근무였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J씨가 맨정신에 운전을 했다면 그대로 직진 액셀을 밟지 않았을 것이다. 다 떠나서 J씨의 음주운전이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에 정 변호사의 조언처럼 그런 요소를 지나치게 어필하다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네 번째 사건을 다룬 일부 언론 보도들을 보면 J씨의 혐의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이라고 묘사했는데 명백한 오보다. 위험운전치사상은 특가법에 명시돼 있고 통칭 윤창호법으로 불린다. 교특법상 치사상 또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둘 중 하나다. 사실상 J씨가 윤창호법으로 처벌되기 위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인정돼서 교특법을 적용 받았던 것 같다. 평범한미디어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윤창호법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형량이 비교적 가벼운 교특법상 치사가 될 수도 있는데 그 기준이 바로 법조문상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이느냐의 여부다. 최초 수사관이 현장에서 J씨를 봤을 때 비틀비틀대거나, 혀가 꼬였거나, 얼굴이 벌개졌거나 등등 음주 수치와 무관하게 그런 점들이 포착되어야 윤창호법으로 처벌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너무 불합리해서 평범한미디어는 2021년 11월 ‘음주운전 피해 시민 모임’ 및 하태경 의원실과 함께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음주 수치가 0.03%(면허 정지 기준)만 넘으면 윤창호법이 자동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했다. 정 변호사는 “기존 윤창호법 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개정안으로 음주운전 문제를 다루는 법조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물론 정 변호사는 J씨에 대해 “경찰관이 최초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역으로 생각해보면 정상적으로 걷는다고 해도 혈중알콜농도가 높으면 (윤창호법으로) 엮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이 교특법으로 기소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볼 수도 있고 피해자측의 항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사건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했음에도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고작 징역 1년6개월만 선고 받은 20대 남성 K씨의 범행이다.

 

⑤29세 남성 K씨는 2022년 8월4일 새벽 1시14분 즈음 광주 광산구 제2순환도로 신가IC 인근 편도 3차로(유덕TG 방면)에서 만취 상태로 본인의 외제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경차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사망케 했다. K씨는 혈중알콜농도 0.145%였는데 시속 90㎞ 속도제한 구간에서 무려 153㎞로 주행했다. 4년 전에도 음주운전을 범해 면허 취소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면허를 재취득하긴 했지만 4년만에 음주운전 사망사건을 일으켰다. 윤창호법으로 기소된 K씨는 2022년 11월20일 열린 1심 재판(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판사는 “죄책이 무거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정 변호사는 “150㎞으로 달리고 만취고 사망인데 합의했다? 판사가 (작량감경을 해서) 1년6개월을 선고했다는 것은 합의했다는 점이 크게 정상참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들이 고인의 빈자리를 극복하고 앞날을 살아가야 하는 만큼 가해자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고 합의를 해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한국 판사들은 법정형에도 미치지 못 하는 음주운전 판결을 양산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 발이 묶여 있더라도 한 번쯤 짚어봐야 할 문제다.

 

허지웅 작가는 작년 출간한 <최소한의 이웃>에서 “윤창호법이 음주운전자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허 작가는 “(조두순 사건 이후) 성범죄에 한해 주취감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례법 개정이 이미 몇 해 전에 이뤄졌다”면서 아래와 같이 음주운전을 과실 범죄로 간주하는 논리를 반박했다.

 

나는 이게(주취감경 불인정) 범죄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할 원칙인지 의문이다. 주취감경의 법리적 근거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에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더라도 그게 일부러 한 것이겠냐는 의미다. 그렇다면 특례법 개정에서 이미 그 법리적 근거는 깨진 것이다. 또한 음주 상태에서의 성범죄와 운전은 서로 굉장히 닮았다. 둘 다 애초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재범률이 높기 때문이다. 음주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술 마시고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다.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은 술 마시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적용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취감경을 없애는 게 이치에 맞다. 성인이 자기 선택과 의지에 따라 술 마시고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의 상태에 이르러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런 상태를 유발한 행위 자체에 이미 위법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게 왜 원칙이 아니라 법 감정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이거 바꿔야 한다. 우리 몫이다.

 

 

관련해서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는 음주운전 사망사건에 대해 “최소 징역 10년 이상은 선고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 변호사는 2월16일 방송된 jtbc <한블리>에서 3년 전 시흥 고속도로 50대 부부를 덮친 음주운전 사건을 소개하며 “피해자 가족이 느낄 때는 묻지마 살인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나마 윤창호법 이전에 비하면 요새 (처벌 형량이) 높아진 것이다. 근데 최소한 징역 10년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고에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가 언급한 일본 사례를 소개해보면 이런 거다. 2006년 8월 일본 후쿠오카 해안 도로에서 만취한 채로 자가용을 몰던 후쿠오카시 공무원은 앞서 가던 레저용 밴을 들이받았다. 밴은 바다로 추락했고 탑승해 있던 일가족 5명 중 부모를 제외한 4세, 3세, 1세 등 세 남매가 숨졌다. 범인은 맥주, 소주, 브랜디 등을 10잔 이상 마셨고 사고 직후 도주하기까지 했다. 1심에선 음주운전이 아닌 한 눈을 팔아 사고가 났다면서 과실치사죄 혐의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했으나 2009년 5월 열린 2심(후쿠오카 고등법원)에서는 윤창호법 일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운전에 따른 인명살상죄를 적용해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일본에선 이 사건 이후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관련 법 제도들이 강화됐다. 한 변호사는 일본의 음주운전 관련 제도가 강화되기 이전에도 일본 판사들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는 점을 환기했다.

 

 

한국에서도 △2014년 9월 일어난 ‘고양 음주운전 3명 사망사건’ △2016년 6월 ‘인천 음주운전 청라호수공원 3명 사망사건’ △2020년 7월 ‘이천 음주운전 마라톤 3명 사망사건’ 등이 일본 사레와 유사함에도 재판 결과는 정반대다. 최종 3심까지의 결과는 확보하지 못 했지만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징역 5년, 징역 4년, 불명(사건 이후 2년7개월 지났음에도 관련 소식 전무) 등이다.

 

당초 한 변호사가 소개했던 해당 사건은 2020년 6월22일 새벽 1시40분 즈음 경기도 시흥시 평택파주고속도로를 달리던 음주 차량이 앞서 가던 경차를 들이받아 50대 부부 중 아내는 숨졌고, 남편은 척추 손상에 따른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사연이다. 음주 수치 0.143%로 쏘나타를 몰았던 20대 남성 L씨는 시속 189㎞로 주행했고 충돌 직후 도주해서 1km를 이동했다가 15분이 지나서야 현장으로 돌아왔다. L씨는 최종심에서 징역 6년6개월에 처해졌다. <한블리>에 출연한 연예인 패널들은 이 사건을 목도하고 아래와 같이 성토했다.

 

이수근씨: 상식적으로 (윤창호법의) 최고 높은 형이 무기징역형인데 사건을 보면 최고형을 받을 만한 행동을 다 했다. 음주에, 엄청난 과속에, 도주에 사상자를 냈는데 6년6개월이면? 윤창호법인데? 윤창호법이 왜 생긴 건가?

 

박미선씨: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한보름씨: (그나마 윤창호법 도입 이후 음주 사망사고에 대해 형량이 높아졌는데) 높아진 형량이 6년6개월인가?

 

규현씨: 만약 나한테 이런 사건이 벌어졌으면 복수하고 싶을 것 같다. 국가에서 합당한 처벌을 해주지 않으니까.

 

한 변호사: 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법원의 최종적인 처벌이 6년 반이라는 것은 동의가 안 되지 않은가? 대법원까지 가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됐기 때문에 더 이상 마음으로 미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사고가 벌어진다면 최소한 17년, 20년, 30년 그 정도까진 안 간다고 하더라도 6년 반의 두 배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예나씨: 아니 그냥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보라. 아 진짜...

 

한 변호사: 너무 어이가 없다.

 

 

한 순간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 이정식씨는 “(척추 손상으로 수술 대기를 하던 아버지가) 네 엄마는 어딨냐.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는데 저희가 차마 그땐 말씀 못 드렸다”면서 “어머니 장례 치르고 마지막 날에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그 사고 장소에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정식씨는 유족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배경에는 판사들의 솜방망이 선고가 자리잡고 있다는 취지로 풀어냈다.

 

1심 판결에서는 음주뺑소니 혐의가 적용됐음에도 징역 7년형이 나왔다. (양쪽이 항소했고 2심에서) 뺑소니 혐의를 확정할 수 없다고 해서 그렇게 6년6개월로 종결(대법원 상고 기각)됐다.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겨우? 우리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게 고작 6년6개월 밖에 안 되나? 사람 생명이 그렇게 간단한 건가? 내가 알기론 사고 당시에 22살인가 23살이었다. 근데 가해자는 그런 큰 사고를 내서 저희 가족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혔음에도 나왔을 때 서른이 안 된다. 그 사람이 새 삶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그 당시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 완전 무너졌는데 가해자들이 그에 맞게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있는가? 그런 국민들의 뜻이 모여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국민들의 기대치 보단 못 미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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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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