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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진단④] “큰 물결은 음주운전 엄정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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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故 윤창호씨의 비극을 계기로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관련 법률 공부하고, 국회의원 300명에게 이메일 보내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고, 주요 정당 미팅 나가는 등 최선을 다했다. 내 친구 창호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모성준 판사(대전고법)와 일부 음주운전 전과자들이 2020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과 헌법소원을 냈다. 기존의 삼진아웃제를 투아웃제로 강화한 제2의 윤창호법이 10년 전의 음주운전과 최근의 음주운전을 동일하게 의율해서 가중 처벌한다는 것이다.

 

 

가령 첫 번째 음주운전이 2010년에 적발됐다가 2021년 두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다고 했을 때 투아웃제에 따라 가중 처벌을 하는 것인데 이는 너무 가혹하다는 의미다. 실무적으로 윤창호법 체제에서 사고없는 단순 음주운전 2회를 범했을 때 벌금 500만원 가량이 선고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봤을 때 이들은 500만원도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도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헌 판정을 내렸다. 그에 따라 국회는 작년 12월8일 도로교통법 148조의 2 1항을 개정해서 △이전 위반과 이후 위반간의 시간적 제한을 10년으로 설정 △그 기준점을 이전 위반에 대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로 명시했다.

 

음주운전 진단 마지막 네 번째 기사 일곱 번째 이슈는 이 문제를 짚어보겠다.

 

교통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 1월11일 17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로펌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확정 판결이라는 게 기준을 잡기 위해 명확하게 하자는 의미”라며 “예전에 음주운전을 한 게 맞는데 기소유예가 된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이걸 재범으로 봐야 하느냐가 문제가 됐다. 물론 기소유예라고 해도 수사 기록에는 남는다. 수사 기록에는 남는데 그런 것까지 수사기관이 재범으로 봐야 하는지의 문제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2회 위반의 내용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 규정했다. 즉 △음주측정 거부(도로교통법 44조 2항)로 2회를 범한 사람에 대해 징역 1년~6년 또는 벌금 500만원~3000만원으로 명시했고 △2회 위반했던 음주운전의 혈중알콜농도가 0.2% 이상이면 징역 2년~6년 또는 벌금 1000만원~3000만원 벌금 △2회째의 음주운전 알콜농도가 0.03% 이상 0.2% 미만인 사람은 징역 1년~5년 또는 벌금 500만원~2000만원 등으로 규정했다.

 

어찌됐든 헌법재판소의 퇴행적인 결정으로 윤창호법의 처벌 수위가 완화되고 있는데 정 변호사는 “원래 법이 가장 느리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음주운전의 심각함을 누가 가장 먼저 아느냐면 1차적으로 피해자다. 그 다음에 일반 시민들이다. 그 다음에 시끄러워지면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다. 그래서 법을 만들고 나면 그 다음 법조계가 나선다. (법원은 법조문 처벌의) 하한선이 있다면 항상 하한만큼만 때린다. 그렇게 법은 항상 보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 매번 늦다. 그걸 감안해서 헌재도 가는 건데 입법기관에서 진취적으로 법을 만들었다고 생각되면 한 번씩 태클을 거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헌재의 태도에 발끈한 평범한미디어 기자들에게 “죽일 놈들이라고 너무 그럴 필요는 없고”라면서 “음주운전에 대해서 윤창호법이 획기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이 반작용. 두 보 앞으로 가고 한 발 뒤로 왔다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큰 물결은 음주운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평범한미디어는 故 윤창호씨의 부친 윤기현씨의 메시지를 인용해서 모 판사의 잘난 척을 비판한 적(모성준 판사는 ‘윤창호 아버지’ 앞에서도 논리적일 수 있을까?)이 있다. 정 변호사와 대화를 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모 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굳이 튀지 않고 묻어가려고 하는 판사가 음주운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약화시키는 것에 나서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까? 이게 정의감과 논리력을 발휘할만한 소재인가?

 

정 변호사는 “사회생활 잘 못 하고 모든 걸 머리로만 보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윤창호법이 (모 판사에게는) 과하게 보일지라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 있다. 잘못됐다고 해도 굳이 본인이 손을 댈 필요가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반대로 잘못이 아니더라도 문제 삼아서 바꿀 필요가 있는데...”라고 말했다.

 

나도 판사의 판결문을 보고 납득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교통사고 과실 비율에 대해 1심에서 정해준 것을 아무 사정 변경없이 2심이 바꿔버리는 등) 그게 전혀 엉터리가 아니고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2심 판사가) 자기 생각이 그렇다고 그냥 뒤집어버린다? 이건 하다 못 해 머리 좋은 사람이 핵폭탄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 좋은 머리 갖고 뭐 하는 건지. 하다 못 해 피해자들을 위한 좋은 제도 변화를 만들어내든가 해야지.

 

정 변호사는 모 판사와 달리 교통사고 가해자의 편에 서기 보단 피해자측의 편에 서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래도 내가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해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측에 서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게 어차피 변호사 생활하는데 가해자들이 거짓말 치고 그들의 죄를 덜어주는 것에 도움을 안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뷰 기사를 통해) 너무 잘 실어주셔서 내가 감동을 받았다.

 

 

얼마 전 12월16일 SBS <8시 뉴스>에서 정 변호사의 멘트가 방송됐다. 음주운전을 안 걸리기 위해 렌트카를 몰던 운전자가 사고를 내고 도주하고 있는 상황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여덟 번째 이슈는 음주운전범이 되지 않기 위한 뺑소니범의 어리석은 짓입니다.

 

⑧2022년 12월16일 새벽 술에 취한 채로 운전대(사고내고 보험사로부터 받은 렌트카)를 잡은 N씨는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급하게 4개 차로를 한 번에 변경(한남대로 진입 목적)하다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달아났다. 음주운전과 뺑소니 정황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겼는데 N씨는 친구와 전화를 하며 “X됐다. 뺑소니는 했어도 음주운전은 안 걸려야 돼”라고 말했다. N씨는 뒤에 오던 택시와 부딪히고 잠시 차량을 정차하는 척 하더니 그대로 도주했고 한 바퀴를 뺑뺑 돌아서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가 또 다시 도주했다. N씨는 사고 직후 뒷바퀴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서울에서 수원까지 운전을 이어갔다. 파손된 렌트카를 반납한 N씨가 그저 미끄러졌다고 변명한 것이 수상했던 보험사는 내부 블랙박스를 확인해보고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게 됐다. 사고 피해를 당한 택시기사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만약 N씨가 도주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 또는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을 적용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최대 7년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도주했기 때문에 최고 징역 30년(특가법상 도주치상)까지 처해질 수도 있게 됐다.

 

정 변호사는 <8시 뉴스>에서 “음주 사실을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도 특가법상 뺑소니죄로 1년에서 30년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으로 음주운전 교통사고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평범한미디어가 주목한 것은 음주 정황이 너무 명백한데 알콜농도가 없어서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 하는 부분이다.

 

위드마크로 할 수는 있는데 실제로 크림빵 사건이라고 있다. 야간에 일 마치고 크림빵 사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에 대해서 음주운전자가 치고 도망갔다. 보배드림에서 난리가 났던 사건이었는다. 그래서 한 3일 정도 지나서 가해 차량 운전자가 자수를 했다. 그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실토했다. 친구들과 소주 3병, 맥주 2병 등을 나눠마셨다고 했다. 경찰도 음주운전으로 기소까지 했는데 법원에서는 마신 시간으로 봤을 때 한 번에 다 마시고 사고 난 게 아니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뭘 마셨는지 그걸 잘 모르고 잘 모를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했다.

 

 

음주 수치가 없다면 피고인의 자백과 실토만으로는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법적인 현실이다.

 

정 변호사는 “위드마크 역추산으로 가더라도 0.08%에서 0.04% 이렇게 시간당 감소 수치가 있는데 법원은 감소 수치 중에서는 가장 빠른 감소 수치를 적용해준다”며 “그래서 음주운전이 안 된다는 걸로 나왔다. 뺑소니만 나왔다. 2심에서는 가장 약한 음주운전 혐의 0.05%로 적용했고 자백을 했음에도 법원에서는 음주운전 무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홉 번째 이슈는 경찰관의 음주운전이다.

 

⑨2022년 12월23일 자정 즈음 경기도 광주 오포읍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될까봐 사고를 내고도 갑자기 도주한 경찰관 O씨(광주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경위)는 2km 넘게 도망가다 붙잡혔다. 사고를 낸 뒤 음주 사실을 추궁 받자 냅다 도망간 것인데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있었다. 현직 경찰이었기 때문인데 O씨는 그날 밤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귀가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는데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낼뻔해서 시비가 붙었다. 시비 과정에서 “음주운전 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듣자 O씨는 갑자기 차에 타서 도주했다. O씨는 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만취 수준이었다. 이미 O씨는 직위해제됐고 감찰 조사를 거쳐 올 1월 불구속 송치됐다.

 

정 변호사는 “경찰이 음주운전 하는 것에 대해 이미 꽤 세게 처벌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경찰은 더 세게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유명인이나 공인 그중에서 경찰관이 위법을 저질렀을 때는 더 무거운 양형 요소로 적용되는 것이 틀리지 않다고 설파했다.

 

법을 집행하고 이것에 대해 권위를 가진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한다? 예컨대 돈스파이크 판결을 보면 그거 맘에 안 든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더 가볍게 처벌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더 무겁게 처벌 받아서도 안 된다. 나는 그 말은 위험하다고 본다. 유명인은 유무형적으로 이득을 많이 보고 불이익도 많이 본다. 이와 같이 판결 받을 때 공인이다? 경찰관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감내해야 할 유무형적 불이익이 바로 재판에서 일반인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보다 더 무겁게 처벌을 받는 점이다. 내부 징계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형사처벌을 받을 때도 법원에서는 더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하고 그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혜택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근데 법원에서는 항상 일반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면서 장문의 판결문을 쓴다.

 

 

다 필요없고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파면할 수 없을까? 정 변호사는 “법을 만들어서 파면하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대신 경찰에 대한 대우를 더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파수꾼이나 마찬가지니까 역할에 대한 대우와 잘못에 대한 응징 둘 다 높여야 한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경찰이 교통과로 가지 말란 법이 없다. 경찰이나 검사나 판사나 그 판단에 우리가 수긍하는 이유는 좀 부족하더라도 그들이 법을 어기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권위에 대한 존중이다. 스스로 위법을 저지른 경찰의 통제를 누가 따를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세금 들여서 경찰을 뽑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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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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