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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디퍼의 감상문⑪] 3세 딸과 2세 아들이 죽길 바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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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3세 딸과 2세 아들을 집에 방치해서 죽게 만든 일본 여성의 만행을 다룬 영화 <굿바이 마마>를 봤다. 오래 전 제목을 들어봤었는데 그땐 엄마가 병에 걸려 이별하는 신파 영화가 아닐까란 생각에 보지 않고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굿바이 마마>는 유키코의 첫째 딸 사치의 시선에 맞추어 가족의 생활을 관찰하듯 보여준다. 유키코는 이혼 후 자격증 공부를 하며 3세 딸 사치와, 2세 아들 소라를 정상적으로 양육하고 있던 중에 친구의 권유로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다. 사치는 새벽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엄마를 기다리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린 동생을 돌본다. 유키코는 업소에서 만난 남자들을 데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사치는 그런 엄마가 점점 자신에게 소홀해져가는 변화의 징조를 느끼고 외출하지 말라고 조른다. 어느날 유키코는 사치가 며칠간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볶음밥 산더미를 만들어놓고 집을 나선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 위해서다. 한 동안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사치는 소라의 분유를 대신 챙겨주며 엄마를 기다린다.

 

 

결국 먹을 것이 떨어지자 사치는 소라의 분유를 뺏어먹기에 이르고 소라는 얼마 후 소리를 내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유키코가 돌아왔을 때 집은 구더기와 쓰레기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사치는 오랜만에 본 엄마에게 안기려고 하지만, 유키코는 일말의 감정 없이 소라의 사체와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한다. 집 청소를 끝내고 난 후에는 사치를 욕실에서 질식사시킨다. <굿바이 마마> 말미에 유키코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녀에게 아이들은 치워야 하는 짐짝에 불과했다. 부모로서 책임 지고 돌봐야 하는 아들과 딸의 존재가 아니었다.


<굿바이 마마>는 2010년 '오사카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실제 사건의 당사자 시모무라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딸과 아들을 낳았고, 무더운 여름 아이들이 집에서 아사하도록 방치했다. 그녀는 경찰에 "식사와 목욕을 해주는게 귀찮았다"며 "밥을 안 주면 아이들이 죽을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끔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끼쳤다. 국내에서도 영아를 방치해서 죽게 만드는 아동학대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모텔에서 5개월간 방치된 영아가 목숨을 잃기도 하고,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신생아가 변기에서 하루만에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친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매우 곤란한 상황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피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한 10~20대 남녀가 불꽃 같은 사랑으로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 수술을 받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아이를 출산한 뒤 최악의 환경에 방치하는 것이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이 두려워 도움을 요청하지 못 하고 고립된 상황이라라면, 더더욱 아이가 처하게 될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이들의 처지는 딱하고 애처롭다. 그러나 이들의 곤궁함보다 한 줄기 빛도 보지 못 한채 살해당한 아기들의 삶이 훨씬 더 안타깝고 불쌍하다. 어찌됐든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 최소한 보육원에 맡기거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보내기라도 해야 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아이에게도 부모가 함부로 하지 못 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있는 것이다. 

 

2012년 3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시모무라의 행위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음을 인정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시모무라는 현재 교도소에서 갇혀 있다. 기억하자. 아이들을 버리고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순간, 당신들의 딱한 사정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그저 할 말 없는 살인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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