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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현장에서 ‘학교’는 언제나 숨죽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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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가진의 이모저모] 5번째 칼럼입니다. 김가진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20대 청년입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해왔으며, 더불어민주당 청소년당원협의체 ‘더새파란’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김가진 칼럼니스트] “저 패딩, 제 아들 거예요.” 집단 폭행 끝에 숨진 남학생의 부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걸어가는 가해자를 보고 그렇게 무너졌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가해자의 뻔뻔스러움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언론과 대중은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성년자의 범죄 수위가 잔인해졌으니 더 이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촉법소년으로서의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너무나 의문스럽다.

 

작년 10월 학교폭력을 고발했던 故 표예림씨가 세상을 떠났다. 표씨는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수 차례 학교에 알렸으나 학교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자들을 두둔했다고 한다. 그 시절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노는 무리’ 소위 일진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학교가 단호하게 대처한다면 그들의 영향력을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다.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는 학교가 쥐고 있다. 말 그대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학교가 제대로 대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를 원론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학교의 대처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 다음은 피해자 보호다. 피해자의 상처를 방치하고 도외시하는 문제를 살펴야 한다. 학교와 학부모가 여러 양태로 피해자의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면 나서서 규탄해야 한다. 현장에서 학교폭력 전담 교직원이 유능해야 한다. 그들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만 외친다고 해서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세상의 전부나 다름 없다. 학교에서 당한 폭력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과 같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들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한 가해자 뿐만이 아닌 간접적으로 폭력을 방치한 학교와 담당자에 대해서도 비판의 눈길을 보내야 한다.

 

최근 보도되는 뉴스처럼 학교폭력도 날이 갈수록 잦아지고, 잔인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더 글로리>에 나오는 복수는 말 그대로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고 이를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관련 문제들이 급증하다보니 이를 수습하느라 근원적인 문제까지 살필 시간이 없다. 마치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산불을 진화하느라 불씨를 막을 여력이 없는 것과 같다.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를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 순간, 교실 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생기고 분열과 대립은 커진다. 학령기는 아이들에게 있어 여러 지식 뿐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거리와 지켜야 할 것들을 한창 배워나가는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서로 화해하고 배워나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브런치 / 학교 폭력의 민낯 by 달리아)

 

끝으로 청소년기의 행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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