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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외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헛구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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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가진의 이모저모] 6번째 칼럼입니다. 김가진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세종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20대 청년입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해왔으며, 더불어민주당 청소년당원협의체 ‘더새파란’ 초대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김가진 칼럼니스트] 요즘 의사들의 파업을 두고 말이 많다. 단순히 의사들의 이기심이 극단까지 갔다고 비난하기 이전에, 과연 그들이 의사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벌어진 작금의 사태에서 소수론자들은 왜 의사들이 그렇게까지 집단 행동을 했겠냐며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런 여지를 남겨두기 어려울 정도로 본질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9000여명이 병원을 박차고 나간지 일주일이 흘렀던 지난 2월23일 대낮, 의식 불명으로 구급차에 실려간 80대 노인이 병원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 해 사망했다. 노인은 신고 접수 이후 30분만에 심정지 상태가 됐지만 50분이 되도록 어느 병원으로 이송될지 확정을 받지 못 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병상과 의사가 부족하고 그래서 중환자를 받을 수가 없다는 사유로 무려 상급병원 7곳에서 퇴짜를 받았다고 한다. 가까스로 대전 소재 A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그곳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A 병원은 첫 번째 전화를 받고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고 전해진다. 생사를 오가는 위급 환자 말고도,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다른 환자들도 도로에서 2시간 넘게 헤매고 있다.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피해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은 응급실 뺑뺑이의 시대다.

 

윤석열 정부와 의사 집단의 무식한 ‘치킨게임’으로 인해 결국 소중한 시민의 목숨이 짓밟혔다. 의료 서비스 제공의 주체인 의사들은 한시가 급한 동료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현재는 1948년 세계의사회에 의해 제네바 선언으로 개정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이다. 의사라면 모두가 지켜야 할 윤리적 바이블과도 같은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지금 대한민국 의사들은 동료 시민들 앞에 당당하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마땅한 응급실을 찾지 못 해 죽음을 맞이한 80대 노인의 생명권을, 자신들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시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수많은 직업군들에 부여된 책임의식과 직업의식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만큼 그 어떤 직업인들보다 무거운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정말 귀중하게 여겨야 한다. 의사들은 알아야 한다. 본인들의 선택이 의도치 않게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분명한 사실이 있다. 명백한 패자이자 피해자는 아픈 사람들이 될 것이다. 의사들의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생명권이 직접적으로 위협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사들의 초심은 달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이라도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되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당당하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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