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이웃도 모르는 사이에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존엄한 임종은 없었다. 한 순간에 고독한 죽음을 맞이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는 이곳에선 1년새 2명의 노인이 고독사로 삶을 마감했다. 지난 25일 해당 아파트 10층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난 70대 할머니 A씨는 새로 담근 동치미를 전달하러 갔다가 숨이 끊겨 있는 동갑내기 할머니 B씨를 발견했다. 수사로 인해 직접 들어가볼 수는 없었으나 해당 층에 당도하자 처음 맡아보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아파트에서 14년간 살았다는 A씨는 친구 B씨와 종종 음식을 나눠먹었다. 그에 따르면 B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5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다른 아들, 딸들은 다 성공해서 서울에서 산다던데 명절에 한 번도 오는 꼴을 못 봤어. 정신 이상한 장남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안 보이더라고. 취직해서 따로 살게 됐다는데 저번에 둘째인지 셋째인지 딸내미가 와서 데리고 가는 걸 4층 할머니가 봤대. 정신병원에 데리고 갔나봐. 지적장애인 아들과 같이 살던 B씨는 반 년 전부터 홀로 살게 됐다. 지난해 여름 A씨는 무릎 수술을 받았고 거동이 불편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법원이 1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독성물질에 노출시켰던 두성산업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두성산업은 경남 창원 소재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로 지난달 노동자 16명이 제품 공정 중 동파이프를 닦는 세척액 속 유독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직업성 질병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사업장에서 트리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6배 넘게 검출됐다고 한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업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오고 있었다. 한 사업장에서 많은 노동자가 직업성 질병 판정을 받은 점, 또한 여러달 동안 해당 세척액을 사용하면서 보호장치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21일 두성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창원지법은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가 없는 등 구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법 시행 이후 이 사례가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추가 수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넘길 계획이다.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바람에 화물업계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요소수 대란에 기름값 폭등까지 이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기름값이 오른 만큼 운송료라도 개선이 되면 좋으련만 수년 째 동결 중이라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평균 1313원이었던 경유가는 2021년 내내 상승세를 보이다 최근 급등해 지난 16일 기준 1918원으로 무려 32% 상승했다. 이중 12톤 이상 화물차의 한 달 유류비 지출은 지난해 3월 대비 약 175만원 증가했으며,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5톤 이하 화물차도 64만원 가량 지출액이 늘었다. 특히 무거운 철강 등을 운송하는 25톤 화물차는 한 달 유류비 지출이 약 250만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대덕구 신탄진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난 한 화물 차주 A씨는 "리터당 몇 백원 오른 건데도 체감상으로는 5배는 뛴 것 같다"며 "가득 채우는 건 너무 부담이라 그냥 한 60% 정도 주유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 2~3주는 유가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장애 증명서나 서류 내는 것부터 일반인보다 부담이 커요." 청각장애인 대학생 김모씨는 2년째 교내 장학금과 졸업 요건을 위해 토익 시험을 치르고 있다. 영어능력검증시험 중 하나인 토익은 취업 및 승진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활용되고 있다.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은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라 편의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 유형과 정도를 증명하는 방식이 매우 번거롭다고 한다. 장애증명서는 물론 의사소견서 등 다양한 서류를 매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토익 시험관리규정 4조에 따르면 장애인은 편의 지원 신청시 장애인증명서 사본, 의사진단서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의사진단선의 경우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해당 시험의 접수 마감일 기준 2년 이내 발급받은 것만 유효하다. "발급이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장애 급수가 높지 않은 김씨 역시 본인은 그래도 '덜 힘든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에 걸쳐 토익에 응시하는 장애인은 그때마다 의사진단서 발급을 위해 동네병원도 아닌 예약도 어렵고 진료 대기시간이 긴 데다 비싼 상급종합병원 등을 찾아 진료를 받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금 회사를 못 나가면 무급병가 처리가 됩니다. 어떻게든 회사를 나가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요." 대전 중구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A씨(31)는 최근 목이 따끔거리고 발열 증상을 겪고 있다. 코로나로 의심될만한 증상들이지만 병원을 찾거나 자가 검사키트로 검사를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라도 양성이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과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해 어려워진 회사가 봉급을 줄인 지금 그마저도 받지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검사를 거부하는 이들을 '샤이 오미크론'이라고 한다. 경기 부천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B씨 역시 의심 증상이 있으나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확진시 학원을 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B씨는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잠깐 감기처럼 지나갈 것으로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검사 기피 현상은 최근 정부의 코로나 방역 노선이 셀프 체제로 방향이 전환됐고 개인의 양심이 그 기준이 되면서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일 확진자 추이가 계속해서 급증하면서 이젠 사망자 수 역시 숫자에 불과할 정도로 무뎌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1. 두 돌이 된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소아과를 들렀다가 크게 당황했다. 어린 아이들보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성인들이 더 많아서다. 그는 "대기실이 분리돼 있는 것도 아니고 어른인 나는 괜찮지만 말도 잘 못 하고 아픈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누구 책임인가"라고 불쾌해했다. #2. 정기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들른 B씨의 심정 역시 비슷했다고 한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코로나 증상을 가진 이들과 함께 기다린 경험 때문이다. 그는 " 양성인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온 사람이 옆에 앉아 있는데 누가 불안하지 않을까"라며 "진료실도 같은 진료실을 쓰고 규모가 좀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러니 무서워서 병원을 다니겠냐"며 어이없어 했다. 신속항원 검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다. 일반 내원객과 코로나 확진 의심자를 무분별하게 받고 또 공간을 분리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N차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위 사례들과 같이 대전과 인천 등 무작위로 찾아간 신속항원검사 가능 병원 7곳 모두가 그랬다. 대전시의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지정 동네병원 내 방문자 분리에 관한 지침은 전혀 없다고 한다. 여기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면회도 안 되니 마지막 순간을 보지도 못 했습니다. 얼굴 한 번 만져보지도 못 하고 그렇게 보냈어요." 죽음은 애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그 과정은 죽은 자의 평안함을 기리고, 남은 자들에게 치유를 선사한다. 그러나 죽음의 사유가 '코로나'라면 말이 달라진다. 마지막 작별의 안녕함은 건너뛰고 애도할 권리는 사라진다. 새해를 맞자마자 아들을 보낸 A씨의 사연이 그렇다. 임종조차 지키지 못 했는데 선 화장 후 장례라는 지침으로 인해 아들의 죽음이 더욱 비통했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 이후 사망한 고인의 경우 병실에서 의료용 팩에 밀봉된 상태로 나와 바로 안치실로 옮겨지며 그대로 관으로 직행한다. 단단한 끈으로 관을 동여맨 후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영구차까지 옮긴다. 장례지도사가 이런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 비인도주의적이라는 지적 아래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월27일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침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해졌지만 A씨 아들의 경우 지침이 바뀌기 전이라 선택권이 없었다. 감염 위험에 따라 세워진 지침이지만 현재까지 코로나 확진 사망자를 통한 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단 1건도 보고되지 않았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20대 대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새정부 출범 초읽기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기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관련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비현실적 노동 제도를 다 철폐하겠다"고 공약했던 만큼 제도 손질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윤 당선인이 가장 날선 비판을 했던 정책은 시행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모호한 규정 탓에 책임자 규명조차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하는 해당 법안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개선해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져왔다. 해당 법안은 기업 경영책임자(CEO)에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CEO를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업재해로 노동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동시에 부과받을 수 있다. 2명 이상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으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안타깝게도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명 '죽음의 사슬'을 끊겠다고 현 정부에서 야심차게 발의 및 시행하고 있는 법안이지만 사망 사고는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간절함이 닿는 곳에' 그들이 있다.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인다. 목 한 번 축일 수 있을까? 그럴 때가 있더라도 막상 가까이 가보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들. 누구에게나 간절함은 있지만 다른 사람보다 불편하고 아픈 삶을 살아가다보면 바람조차 상실감을 준다. 분명 간절함은 보편적 정서는 아니다. 사람마다 그 결이 다르다. 그러나 차별이란 족쇄가 채워져 있다면 그것들이 잉태한 간절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리지 않은 곳 없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시리즈로 소개해본다. 최근 아파트 광고를 보면 '명품도시'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어필하기 위한 다음 문장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뒤따라 나오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 씁쓸함을 만드는 건 어쩌면 금전적 차이에서 따라오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장애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어떨까. 씁쓸함을 넘어 고립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좋은 도시는 커녕 생활고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니까.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지난 3일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던 각각의 엄마 2명이 발달장애를 앓는 7세 아들과 20대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경기도와 경기교육청이 올해 도내 학교 151개교의 석면 50만제곱미터를 제거하기로 한 가운데 공사 현장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압장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등 매뉴얼을 위반하거나 위험요소를 확실하게 제거하지 못 한 일선 현장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협력사업은 과거 학교에서 교실 천장 마감재 등으로 사용된 WHO(세계보건기구) 1군 발암물질 ‘석면’을 제거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진행된다. 석면 제거 대상은 도내 2466개교(12만9242실) 853만제곱미터 규모로, 관련 예산은 1조1816억원이다. 석면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공기 중의 석면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폐암이나 석면폐증, 중피종 등의 심각한 질환을 유발시킨다. 석면이 체내로 들어오면 최장 40년까지 잠복기를 거쳐 악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조용한 살인자'라는 악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같은 발암물질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한 철거 공사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오히려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