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미디어=김우리 기자]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로 인한 주민들의 통행권 침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행정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공분이 일고 있다. 관련 분쟁이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관할청인 광산구청이 소유주의 권리를 우선에 두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이 분쟁은 격해지고 주민들의 불편 또한 가중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되어 온 현황도로에서 토지 소유권과 주민 기본권이 충돌할 때, 행정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신흥동 한 주택가 골목에 폐지 줍는 수레 한 대가 이곳 땅 소유주가 설치해 놓은 펜스를 지나가지 못하고 며칠째 집 앞에 방치되어 있다. 광주 광산구의 신흥동(법정동 신촌동 구역) 골목, 30년 이상 주민들이 이용하던 통행로에 갑자기 펜스가 설치되었다. 토지 소유주가 열흘 전 쯤 재산권을 주장하며 통행로에 말뚝을 박아놓은 것이다.
현재 펜스와 통행로 일부 구간 사이 몸은 간신히 통과할 수 있지만, 보행기를 끄는 어르신이나 생계를 위해 폐지수레를 끄는 주민들은 통과 자체가 불가한 상황. 또한 소유주는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가로등 설치마저 거부하고 있어 인근 주민 20여 명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리어카로 폐지를 주워야 하는데, 울타리로 가로막혀 리어카를 움직일 수가 없어 꼼짝도 못하고 있다”
-주민 A씨-
“가로등을 설치하지 못하게 해서 건물에 매다는 형식으로 개조를 해서 설치를 했다. 소유주는 이곳에 살지 않아 불편을 모르겠지만, 주민들은 기본적인 통행, 안전, 주거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주민 B씨-
이곳은 오랫동안 통행로로서 역할은 하고 있지만, 도로 지정이 안 된 상태(맹지). 특히 도시계획에 따라 소방도로가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취소된 것은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가 촉발된 배경이기도 하다.
소유주의 재산권 우선, 주민들 불편은 무방비
무엇보다 소유주의 재산권을 우선한다고 해도, 당장 통행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유주의 토지를 기점으로 우측 통행로는 소유주의 펜스 설치로 인한 통행권 피해가 발생됐고, 좌측 통행로는 소유주가 오랫동안 통행로를 통과하는 도시가스관 설치, 가로등 설치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을 존중해야 할 관할구청은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통행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권하는 수준에서 그칠 뿐이다.
그런데, 행정은 정말로 책임이 없는 것일까? 주민들 간에 소송전을 벌이는 방법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신흥동 통행로 분쟁 쟁점 3가지>
(이 곳 통행로는 소유주의 토지 진입로를 기점으로 좌우 양 갈래로 나뉜다. 두 곳 다 같은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나 양쪽의 상황에 차이가 있어 편의상 좌측 통행로, 우측 통행로로 부르기로 한다.)
1. 도시계획 변동, 잘못 꿰어진 첫 단추
1980년대 신흥동 OO번지 좌측 통행로에 도시계획이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건축허가가 나고 주택들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이곳에 소방도로가 날 것을 예상하고 거주했다. 현 소유주의 선친이 이 땅을 소유했던 1989년, 주민들과 토지사용계약(기한이 없음)을 통해 통행을 허가했다. 주민들은 당시 사용료를 지불하고, 이후 30년 가까이 이곳 통행로를 이용해 왔다. 이후 2013년 경 좌측 통행로 밑으로 도시가스관을 새로 매립하는 공사가 이뤄졌으나 현 소유주가 이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어 마찰을 빚었다. 그 당시 주민들은 도시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도시계획 취소 사실을 몰랐다고 항의했다. 구청은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도(사유지)이면서 *맹지가 되어버린 이곳 통행로에서는 소유주와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도시계획 변동에 따른 사유지 분쟁 갈등, 이대로 방치하는 게 답일까?
*맹지: 도로와 겹치는 부분이 없는 토지. 직접 사람들이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공간.
2. ‘도로’이긴 한데 ‘도로’가 아니다?
소방도로 지정 계획이 취소되면서 맹지로 남게 된 통행로. 좌측 통행로와 우측 통행로 모두 도로로 지목되진 않았지만, *사도이자 *현황도로로 남아 30여 년 주민들이 통행로로 이용해 왔다. 몇 년 전부터 이곳 소유주와 주민들은 도시계획 취소에 따른 맹지를 관할청이 매입해 구획정비를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현실적으로 소유주의 재산권이 우선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통행권을 침해받게 되었다.
→도로 지정·관리에 대한 행정적 책임은 없는 것일까?
*사도: 자기 토지 내에 도로 위치의 지정을 받은 것.
*현황도로: 지적도 상에 도로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
3. 행정의 사각지대, 주민들 피해 가중
우측 통행로는 통행로 중 일부(사도)를 펜스로 막으면서 통행 지장이 초래됐다. 좌측 통행로는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에 따라 차량진입 금지, 가스관, 가로등 철거 분쟁 등으로 지속적인 주민 불편이 발생했다. 이는 지금까지 2차례 정도 관할청인 광산구청에 민원으로 접수되었고, 주민들과 관할 부서 간 면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구청은 주민들에게 소유주를 상대로 직접 법적 대응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 ‘사도법’에 따르면, 사도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교통 방해죄에 해당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관할청이 직접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결국 행정이 도시 계획 취소시 주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고 부작용 대응에 힘을 썼는지, 맹지가 된 현황도로에 대해 도로 관리를 방치하지 않았는지,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한 통행권 침해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했는지 등등 여러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신흥동 OO번지 좌측 통행로에 도시계획이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건축허가가 나고 주택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도시계획이 취소된 이곳 통행로에는 소유주와 주민들 간 갈등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평범한 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일차적으로는 구청이 맹지를 매입해 도로로 지정하고 구획을 정비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예산상의 한계로 땅을 매입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현재 새마을운동 이후 토지 분쟁으로 사유지인 도로에 물이 고여 포장을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받아도 소유주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할 수 없는 사례가 너무도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소유주를 적극 설득하고, 의견 조율을 권고하고 있지만 워낙 완강한 입장이라 각고의 노력을 해봐도 한계가 있는 일”이라며, “주민들에게 민사와 형법 적용을 권유한 것은 법적으로 구제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고,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에도 기댈 수 없는 주민들, “막막”
행정 쪽에서는 당사자 간 법적 대응 외에 당장 관할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광산구 측에서 주민들에게 안내한 광산구 운영 무료법률지원 서비스는 지원 대상이(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으로 제한 돼 있어 해당 주민들이 상담을 받을 수는 없었다. 광산구에 민원을 제기했던 주민 C씨는 광산구의 대응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죽하면 구청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까.
돌아오는 답은 법적대응을 하라는 것인데,
경찰에 전화 한 번 걸어보지 않은 주민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우리 보고 고소를 하라고 하는데,
스스로 피해 구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방관하는 게 과연 행정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주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부르짖는
구청의 이중적 태도에 실망감이 크다.”
주민들은 더 이상 행정에 기댈 수 없다며 막막해 하고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앞으로도 신흥동 통행로 분쟁 건과 관련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며,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