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소수정당 정치동맹’ 옹호와 비판

  • 등록 2021.04.03 1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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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7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정의당이 소수정당 후보들과 손을 잡았다. 여영국 신임 대표의 결단으로도 읽혀지는데 정의당이 선뜻 연대하기에는 쉽지 않은 정당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당내 또는 진보진영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여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기본소득당(신지혜 후보), 미래당(오태양 후보), 진보당(송명숙 후보), 녹색당(김예원 공동대표) 등과 함께 ‘반기득권 정치동맹’을 선언했다. 

 

 

지난 1월말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공천을 결단한 바 있다. 다만 그동안 당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후보없는 선거에 어떻게 임하면 좋을지 방침을 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선거 직전에 방침을 확정했다고 볼 수 있다. 예상대로 거대 양당 그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다는 전제가 기본이 됐다.

 

여 대표는 “선거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도 하나 강요된 차악이 만들어낸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부동산 투기 공화국, 권력형 성범죄를 묵인하고 반성조차 없는 뻔뻔한 정치”라며 “이 모든 것이 차악을 강요해온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동맹 때문이다. 이제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 가능성이라는 거대 양당의 이익 올가미에서 벗어나 변화와 희망이라는 우리의 이익에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는 △무주택자의 주거권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노동의 가치 △차별과 혐오 반대 등 4대 가치를 내세웠다. 그에 걸맞는 정당 및 후보들과 손을 잡았다는 의미다. 

 

정의당은 21대 총선 직전 연합정당 사태로 홍역을 치렀지만 심상정 전 대표가 주도하여 녹색당·미래당과 별도의 연대체를 구성한 바 있다. 이는 총선 이후에도 “기후위기 대응”이란 의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즉 녹색당·미래당과의 연대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당과 정치적 연대를 도모하는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정의당을 창당한 세력들은 소위 NL(민족해방)로 불리는 현 진보당 세력과 2008년(민주노동당)과 2012년(통합진보당) 큰 갈등을 빚고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았다. 그 결과 정의당이 탄생했다. 더구나 여 대표는 2019년 4.3 보궐선거 당시 경남 창원성산에서 진보당의 전신 민중당 소속 손석형 후보와 단일화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결국 여 대표가 故 노회찬 의원의 뒤를 이어 당선됐지만 당시 양당 대변인들은 공식 논평으로 감정적 분풀이를 하는 등 내상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정의당과 진보당은 작년 9월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에 함께 한 바 있고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조금씩 연대의 가능성을 키워오고 있었다.

 

정의당이 기본소득당과 정치적 연대를 도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대표 교체기에 단순히 상호 예방하는 것은 이미 이뤄진 바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손을 잡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본적으로 정의당에는 기본소득에 비판적인 당내 여론이 꽤 존재한다. 김창인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박원석 전 정책위의장 등이 대표적으로 기본소득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만든 위성정당으로 큰 피해를 봤다. 기본소득당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서 의원 1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정의당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 대표는 김종철 전 대표에 비해 기본소득에 호의적이다. 여 대표는 당권 공약으로 “미래의 소득보장체제로 기본소득 수용 및 단계적 도입”을 내세웠다. 김종철 전 대표는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을 부각하며 기본소득에 선을 그었지만 여 대표는 기본소득을 수용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2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김종철 라인이 기본소득을 싫어하지만 사실 기본소득에 호의적인 당내 세력들이 좀 있다. 배진교 의원이라든가 농민 기본소득 추진 세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인천연합 쪽은 기본소득에 반감이 없는 편”이라며 “그런 당의 흐름이 반영되어 기본소득당과 연대를 결정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이 함께 하게 된 것도 좋은 일”이라며 “그동안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정의당이 진보당과는 함께 하지 않았는데 이제 정책 행보를 할 때 진보당만 빼고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녹색당이 뭔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그것 자체가 별로 좋은 시그널은 아니라고 봤다.

 

김 대표는 “녹색당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가 궁금하다. 사회(서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상현)를 녹색당이 봤다”며 “녹색당이 더 힘을 썼다면 나쁘게 보이는 면도 있다. 신지예 후보(무소속 팀서울)만 빠졌기 때문이다. 정당끼리만 연합한다는 모양새지만 나는 딱 봤을 때 신지예만 뺏다는 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정의당 당원들 및 진보진영 내에서는 신지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하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팀서울 후원위원회에는 △김규항 고래가그랬어 발행인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등 유력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이사도 공개적으로 팀서울을 지지 선언했다.

 

그래서 이번 정치동맹 선언에서도 여러 어려움들이 있더라도 신지예 후보를 포함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도영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은 2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원칙에 부합하는 연대 대상은 진보당 송명숙 후보와 무소속 신지예 후보 정도였으리라. 전자는 함께 하였지만 후자는 왜 함께 하지 않았나”라며 “위성정당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면 위성정당의 피해 당사자로서도 기본소득당과의 연대를 버리고 팀서울과 함께하는 것이 훨씬 옳은 결정이 아니었을까”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지적처럼 실제 신지예 후보는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후보 면전(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3월30일)에서 위성정당을 강하게 비판했고 지금 보유하고 있는 의원 1석을 반납해야 한다고까지 몰아붙였다. 즉 정의당이 기본소득당을 제외했다면 팀서울을 합류시킬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찬휘 대표도 지적했듯이 기본소득당이 아니더라도 녹색당과의 관계 때문에 팀서울이 합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진다. 신지예 후보는 2020년 3월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녹색당에서 탈당했다.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신지예 후보는 하승수 시민사회활동가와 녹색당 공동대표(공동운영위원장)를 맡고 있었는데 △여성 출마 프로젝트 및 지역구 출마 좌초 △연합정당 참여 문제 △성폭행 사건에 대한 당의 미온적 대처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자진해서 대표직을 내려놨고 이내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당시 녹색당 주류 세력과 신지예 후보 사이의 내밀한 갈등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지라 누구의 잘잘못이 크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두 주체가 정치 연대를 도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평범한미디어가 신지예 후보 본인을 포함 여러 루트로 취재를 해봤을 때 실제 정치동맹에 함께 해달라는 여러 주체의 제안들이 전달됐지만 본인이 거부해서 끝내 성사되지 못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이 위원장은 △성소수자 문제에 침묵하는 여성의당에 먼저 참여 제안 △오태양 후보의 “박원순 전 시장의 시민정신 계승” 논란을 묻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며 정의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여성의당에 정의당이 선제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며 “비판적 평가가 분명히 남아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오태양 후보를 초청하기 전에 그가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말의 해명도 없이 삭제했던 박원순 정신 계승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이야기하라는 요구를 하였는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위원장은 “연대의 의미는 단순한 합종연횡을 훨씬 뛰어넘는 무언가이다. 연대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은 정세 판단의 핵심”이라며 “어차피 우리 후보의 출마와 득표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원칙에 부합하는지 심사숙고했어야만 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당이 이와 같은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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