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4.15 총선 당일 광주의 한 투표소 앞, 침묵을 깨고 손팻말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1인 시위에 나선 이는 만 17세 청소년이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2002년 4월16일 이전 출생자)돼 치러졌지만, 나이가 한 살 모자라 투표를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침묵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직도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해요. 최근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서도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관련기사 링크)했어요.
투표일엔 전국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들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아수나로 광주지부 추진모임은 전남대 컨벤션홀(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제4투표소) 앞에서 3시간 정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어요.
마이광주는 이날 1인시위에 참여한 빈둥 활동가(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부추진모임)와 청소년 참정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거권뿐 아니라 정치참여 보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다음은 빈둥 활동가와 진행한 인터뷰(아래 영상 참고)입니다.
△투표소 앞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직도 학교에서 정치 참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학칙을 두고 있다던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나요?
△그렇다면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하지만 선거권 나이 제한 ‘폐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성에게 참정권을 왜 줘?’ 라던지 ‘장애인은 선거를 하면 안 돼’라고 했을 때 그 말 자체가 굉장히 차별적이고 인권침해라는 것을 잘 알잖아요. 마찬가지로 ‘연령 제한 폐지’도 그렇게 여기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연령하향’이라는 말 자체가 되레 연령제한을 지탱해주는 말이거든요. |
그런데 이날 취재 과정에서 지켜본 투표소 앞 1인시위가 무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현장을 찾아 시위 참여자들에게 “투표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투표소에서 100m 떨어진 곳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수나로에선 이 사태를 미리 준비했고, 차분히 대응했습니다.
앞서 전국 투표소 앞 1인시위 행동매뉴얼(링크)을 통해 “선거일에 금지된 것은 선거운동과 소란행위이며, 투표소 앞 1인 시위는 소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요구”라는 내용을 공유했었죠.
시위 현장에서 아수나로 광주지부 추진모임이 이 같이 응수하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한 1인시위는 법에 문제가 되지 않음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여전히 다수의 청소년들은 도처에서 침묵할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으로 선거권을 가지게 된 청소년(광주 유권자 중 1.5%)은 극히 일부에요. 대부분 투표에 참여하지도, 정당에 가입하지도 못합니다.
‘고등학생들이 투표하게 되면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교사들에게 선동당할 것이다’는 우려는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논리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지난 정권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청소년들은 알고 있습니다.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자신의 삶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봤거든요.